법회 식순의 다양성을 위한 아이디어

현장교화에 있어 법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교화대불공의 실질적 장인 법회의식의 정체성과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1주는 법회의식 변화와 평가, 3주는 법회식순의 다양성을 위한 아이디어, 4주는 다양한 법회 시도의 현장으로 법회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경남교구 진주교당이 대각개교절을 맞아 기념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원기97년 개정된 예전집례집은 법회의식에 신앙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오롯한 종교적 엄숙성, 정숙성
법회는 원불교 교도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법회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교도 4종 의무의 하나'라는 말이 아닐까?

사실 '교당에 나가는 것'이 원불교 교도가 되기 위한 가장 첫 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행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다른 4종 의무는 매우 개인적인 차원의 신앙생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법회 출석은 교도 자신의 개인적 차원의 신앙심을 심화시킨다는 의미와 함께, 동참하는 다른 교도들의 신앙심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신앙공동체로서의 신앙생활의 기본이 된다는 의미를 추가로 가진다.

그래서 법회는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과연 지금 개개 교당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회가 개인 교도들의 신앙심 그리고 집단으로서의 교도 공동체의 신앙심을 제대로 고취시키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현행 법회의 역할에 관해 다음 몇 가지를 검토해보자. 먼저, 종교적 행사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엄숙성, 정숙성을 강조하는 주장과 더 많은 교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재미로운 형식, 내용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아마도 법회에 참석하는 대상 교도들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군법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롭게 원불교를 알려야 하는 교도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간략하지만 강력한 메시지 중심으로 교리를 전달하면서 충분한 재미도 가미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른바 일반법회를 비롯하여 이미 원불교 신앙에 눈을 뜬 교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회는 종교적 엄숙성, 정숙성 측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설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순이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즉, 가능한 한 성직자들이 식순을 진행하면서 교도들의 신앙심이 저절로 고취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법회를 교당에서 가지는 모든 의식들의 집합체로 만들어 갈 것인가 혹은 법회로서의 전문적인 특수성을 살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의식의 집합체란 (월초, 보은) 기도, 교화단 활동, 그리고 공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법회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 바쁘고 별도로 교당에 오는 시간을 내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법회에 모든 의식들을 포함시키려는 경향이 우세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종교적 엄숙성, 정숙성의 목적과는 더 멀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종합적인 의식화는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할 경향이라고 할 것이다. 엄숙성, 정숙성을 견지한 법회 절차를 마치고 짧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다른 활동들을 진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기존 교도들과 신입 교도들의 다른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역시 법회는 모든 교도들에게 신앙심을 고취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신입 교도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훈련 등을 통해 빠른 시간에 원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법회에 참석한 교도들의 수요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는 현상 (법의 훈련, 의식의 엄숙성, 법동지와의 어울림 등등)을 감안할 때, 이들을 충족하기 위한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되, 종교적 엄숙성을 해칠 수 있는 난삽한 진행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전무출신이 아닌 재가교도들이 법회를 진행하는 데 대한 의견이다. 다른 종교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적 엄숙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모든 의식을 성직자들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일선 교당의 성직자 수의 한계를 감안할 때 "사회"라는 영역은 재가교도들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이와는 달리 법어봉독 등은 교도회장 혹은 교당의 원로가 연단에 나와 전체 교도들의 합독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관점을 고려할 때 법회의 식순은 어떻게 갖추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

예전 3장에 제시된 식순을 개선하여 원기 97년 4월20일에 펴낸 예전집례집에 담긴 표준 식순은 좌종 10타, 개식, 법신불전 헌배, 입정, 독경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성가, 설명기도 및 심고가, 법어봉독, 일상수행의 요법, 설법, 심고, 성가, 폐식의 순서로 되어 있다. 이 표준 식순은 위에서 논의한 대로 종교적 엄숙성, 정숙성을 갖추고, 다른 의식은 배제하여 '매우 오롯한 법회'를 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한 이러한 표준식순을 지키는 가운데 필요하다면 설법 시간을 할애하여 교도들의 감각·감상, 강연 등을 예외적으로 삽입하는 정도의 변화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최근 계속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공고, 공지사항 등은 가능한 한 회보나 법회 폐식 후의 교화단 모임 등을 통해 알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화정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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