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대체휴일까지 있어 가족과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추석 대비 며느리 필수품 첫 번째가 '가짜 깁스'라는 보도를 전했다. 추석을 맞아 연출용 가짜 깁스가 평소보다 2배 이상 판매량이 늘었고, 몇몇 온라인 몰에서는 품절될 정도라는 것이다. 구매자들 모두 다치거나 아픈 척해 명절날 고된 집안일을 면하려는 의도다.

특히 제사를 지내는 집일 때 제사 음식과 가족들의 음식 준비까지 고된 집안일이 주부를 기다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주부들은 명절이 반가울리 없다. 이들이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지 않지만, 제수용 음식비용과 음식 준비, 남은 음식 처리 문제로 힘들어한다.

개신교는 추모의식은 갖지만,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간혹 주부들을 만나면 제사 지내기 싫어 교회 다녀야겠다는 말을 전하곤 한다. 제사 지내지 않는 문화에 호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교단은 육일대재와 명절대재를 시행, 대종사 이하 본교의 모든 조상을 길이 추모하는 합동 향례를 실시한다. 이 때 재가 출가교도들은 가족과 함께 교당을 찾아가 자신의 조상과 부모에게 독경과 기도, 축원문을 올리며 추원보본의 예를 실행한다.

대종사는 '제사 비용을 절약해 불사나 공공사업에 사용하여 열반인의 명복을 빌되, 제주는 이를 성의로써 헌공할 것이요~', 등 제사의 의미와 열반기념제의 식순을 〈예전〉에 밝혀 놓았다.

시어머니가 법사인 한 교도는 5년 전부터 명절에는 교당에서 합동향례를 올리고, 기제사 때는 가족들과 집에서 교단 의식대로 재를 지내고 있다. 그는 "일반 제사를 지낼 때보다 금전과 시간, 스트레스도 반으로 줄었다"며 "제사 비용은 헌공금으로 교당에 내거나 기부를 한다"고 전했다.

열반인에게 추모의 정성을 드리는 교단의 간소한 의식이 존재함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재가 출가교도가 많지 않아 안타깝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온 법사임에도 유교식 제사를 습관적으로 지내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각 집안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교도라면 교단만의 간소한 제례문화를 실천하고 바르게 정착시켜가야 한다. 일반인도 부모님 제사를 가족 간 부담 없는 식사 모임과 친목도모의 행사로 변화시키고 있다.

원불교100년, 교단의 제례 의식 바르게 실천하자. 자신이 자녀라면 부모에게 간소한 교단 의식으로 치르도록 청하고, 부모라면 자녀에게 자신의 제사를 교당에서 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