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세기중 해외교화 개척사를 돌아보면 한 마디로 우리 선진들이 사무여한과 창생구원이라는 법인정신으로 일구어 낸 역사이며 일구월심 대도정법을 인류에게 전파하겠다는 서원으로 혈심 혈성으로 도전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개척시대의 선진들과 수많은 법동지들의 무아봉공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는 23개국 100여개 교당과 기관(67개 교당 및 39개 기관)에 139명의 교역자가 근무하고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100년을 맞이하며 지난날의 성과에는 한없는 박수를 보내고 반성하고 개선할 점들은 겸허한 자세로 인정하고 2세기 해외교화를 향한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세기 해외교화는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가령 설립 후원자 한 두 사람 있다고 교당 터부터 잡고 보는 일은 가능한 피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데 우선 그 교당 터가 장차 그 지역의 교화를 위한 적지가 되고 있지 못하는 사례도 있고 교화는 안 되고 유지에 급급하여 당초의 목적과는 상치되고 사람과 자원을 낭비해 온 사례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프로세스와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설립타당성에 대한 현지 교구에서의 합의와 교정원과의 협의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현지 교화방안과 유지운영방안에 대한 타당성이 검증돼야한다. 교당설립 연원이나 후원자는 타당성이라기 보다는 타당성을 실현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안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과정주의를 생명처럼 존중하자. 아무리 성과가 좋다거나 실적이 있다고 결과주의로 흐르면 안 될 일이다. 훗날 크게 그르칠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종사께서 교단 초기부터 교단운영에 대한 경륜으로 강조해 준 일이기도 하다. 그 정신은 〈대종경〉 서품9장에서와 두 분 선진에게 대중공양 심부름을 시킨 사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대종사께서는 그 일을 두고 사흘에 걸쳐 대중들 앞에서 민망할 정도로 세 번씩이나 경책을 했다고 한다. 그 간곡한 참 뜻을 가벼이 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표준운영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그 생산성과 경쟁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과정에 충실하고 성실했다면 결과에 대해서는 오히려 따뜻한 교단 가풍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준비와 전략의 부재로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포교화와 유학생교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례 또한 다반사이다. 앞으로는 처음부터 현지인 교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 왔듯이 한 세대에 걸치는 세월이 흘러도 세계주세교단을 향한 발걸음은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다. 교포나 유학생교화는 진입하는 전략이 될 수 없고 부수적인 성과이어야 한다. 또한 준비는 사람의 준비를 뜻한다. 앞으로는 서원과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장차 바람직한 교화를 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귀중한 자원의 낭비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의 개념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지만 지역 교당에서 반복적 일상을 관리하는 수준의 인재와 글로벌 리더 수준의 인재로 크게 나누어 볼 때 글로벌리더 수준의 인재양성은 가령 최소한 10년정도를 두고 현지유학과 현지훈련(원다르마센타 등 현지 훈련원) 그리고 멘토링을 통한 사람을 길러 내는 방식의 도제식교육들이 결합되는 과정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향후 2세기 교화는 아무쪼록 프로세스를 살려서 실패와 낭비를 미연에 최대한 방지하고 인재의 준비에 힘을 기울인다면 해외교화의 외형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울교구 교의회의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