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읽는 노력과 진취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 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 원도연 교수.
전라북도 전반에 걸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전북발전연구원 원장 출신인 원광대학교 산학협력단(문화콘텐츠 전공) 원도연(50) 교수.

전북발전연구원에 7년간 근무했던 그는 '연구원이 살아야 전북이 산다는 생각과, 연구자들이 스스로 발신(發信)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라고 말해 왔다. 연구기관으로써 지방연구원은 대학사회와는 또 다른 지식사회였다고 말할 정도로 남다른 정열을 쏟았던 그를 원광대 본관 4층 연구실에서 만나 원불교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문화 창조의 시대에 원불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원불교는 초창 당대의 시련기가 끝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진취적인 모습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대종사 열반 이후 큰 시련기가 없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에 맞는 도전과 진취성이 사라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불교 뿐만 아니라 종교가 위기인 시대지만 민족종교로써도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사회 종교로써 통합의 모범을 보였던 원불교가 진취성을 잃어버린 것은 안타깝다.

원불교는 한국 근대사에 큰 메시지를 던졌다. 소태산대종사가 대각을 이룬 후 산 속으로 가지 않고 마을 속으로 나아갔다. 저축조합 상조조합을 만들어 그 시대 민중들이 원하는 교화, 교육, 자선의 세가지 방향을 모색했다. 한약업의 의료사업이나 복지, 한글계몽, 학교설립 등 시대의 요청에 응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시대에 필요했던 세가지를 목표로 종교 사업을 전개했다. 저축조합이나 상조조합은 농사를 짓기 위한 조합이 아니었다.

농촌에 있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조합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선구적인 협동조합의 구현이다. 대종사는 그 시대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비전을 내보이며 후천개벽을 전개했다.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냈고, 민중들에게는 실천적인 답변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종사의 대각이 개인에 그친 것이 아닌 민족의 비전과 민중을 보듬는 것으로, 고고한 대각이 아닌 민초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대각이었다고 생각한다.

- 저축조합과 상조조합에 주목한 이유는.
사실 한국 근대사에 협동조합을 이렇게 잘 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협동조합은 현재 대안경제로 등장하고 있다. 대종사 재세 시 협동조합에 대한 이론과 공부가 없었지만 스스로 협동조합의 개념을 만들어냈다. 백범 김구 선생은 한국이 강대국이 되는 나라를 바라지 않았다. 문화가 융성한 나라 만들기를 바랐다. 여기서 문화란 협애한 개념으로 문화예술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로써의 정신과 가치, 상호존중과 공동실천의 사회적 덕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종사가 스스로 찾아낸 협동조합의 공동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가속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내용적으로는 사회적 지위와 빈곤이 세습되는 신노예제 사회와 다를 바가 없게 되었다. 문명사적으로 자본주의의 시장경제는 실패했다고 본다. 이제 종교가 나서야 한다. 새로운 가치와 사상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디지털 시대, 신유목사회에 진입한 지금, 협동조합과 같은 공동체 중심의 사고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해 내야 할 것이다.

- 성지 개발에 대한 생각은.
종교 성지는 특수한 환경이다. 특히 영산성지의 경우에는 원불교만의 성지가 아니라 이미 관광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관의 도움을 받으며 개발해야 할 것이다. 큰 덩어리를 개발하는 것은 원불교만의 힘으로 역부족이다.

적절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전문가에 대한 믿음도 가질 필요가 있다. 유럽의 기독교 성지를 보면 내부는 종교적인 유물로 구성된 반면, 외곽은 민간 영역으로 만들었다. 로마의 성베드로성당은 순례객을 재우거나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종교는 권위로 존재하고 편의는 민간이 제공하는 개념이다.

- 원100성업의 중요한 키 포인트는.
원불교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대종사의 사상과 신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성업 100년의 핵심은 영광스러웠던 지난 100년에 대한 회고가 아니라 미래 100년에 대한 준비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소태산대종사 다시보기 또는 다시읽기'가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100성업에 '소태산대종사 다시보기'라는 테마를 축제에 꼭 넣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소태산대종사가 전한 메시지를 잘 알지 못한다.

가치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100년을 맞아 이런 작업을 해줘야 한다. 대종사의 삶을 정확히 되돌아 봐야 하고, 원불교의 역사가 민족의 역사로, 지역의 역사로 인정받을 때 사회적인 권위가 생기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열광할 수 있는 가치 확산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흐름으로 볼 때 원불교 가치 확산을 위해서는 교정원의 서울이전과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과 서울은 울림이 다르다. 서울이 지방보다 우월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원불교가 활용해야 한다. 원불교가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있다. 또한 원불교도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 원전에 대한 재해석, 즉 시대변화에 따른 주석작업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리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시대와 소통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교리의 틀이나 책자, 단어, 성가 등이 너무 올드하다는 느낌이다. 예컨대 민족문화라고 불리는 판소리가 19세기에 대중의 열광을 받았지만 지금에 와서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고어와 특정 사투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감동이 전달되지 못했다. 물론 원전이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

- 최근 전주한옥마을에서 한문화창조산업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전북의 문화산업에 대해 방향을 설정해보자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10년 전에는 전통문화도시라는 용어를 썼다. 이제는 한문화창조산업이라는 새로운 대안개념을 제시해 방향을 설정했다. 크게 지역문화를 어떻게 한문화창조산업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이틀간 진행했는데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 참 많은 사람들이 국제컨퍼런스에 참가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보고 이런 문화적 이벤트에 목말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국제컨퍼런스에 총괄기획했고, 해외 연사를 섭외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는 전북의 한문화산업이 전통공예, 음식(한식), 패션산업의 3가지 방향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상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뭔가 새로운 개벽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의 개벽정신이 다시 이 시대의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 대종사 당대에는 후천개벽에 대한 확고한 실천 방향이 있었다. 후천개벽과 선천세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타심과 이기심이라고 본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독일의 비판이론가들이 말했던 의사소통의 합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의 모든 종교가 후천세상에 대한 지향성을 갖고 민중들의 지지를 얻었다가 세력이 강성해지면서 선천종교로 돌아섰다. 지금 한국의 기독교가 그렇다고 본다.

외람된 생각이지만 원불교도 후천개벽의 시대정신에서 다시 선천으로 돌아간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후천개벽의 정신에서 나타났던 통렬한 자기성찰과 시대에 대한 명료한 이해, 그리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공동체성의 회복과 공생의 정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 원불교의 강점은 시대와 호흡에 있다. 미래를 바라는 보는 것과 새로운 길을 추구하려는 진취성을 가지고 있었다.

취약점은 아마 이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종교적인 나이가 젊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전, 진취, 미래전망 등 기본 폼이 무너지면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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