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의 내용은 만법귀일의 소식이다. 만법이란 만가지 법이란 뜻이니 넓은 세상의 수많은 이치와 인간의 다양한 일 가운데 벌여지는 만사 만리의 모든 법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만법이 그 근원은 하나라는 말씀이다.

추석 명절 향례에 올릴 꽃을 사기 위해 꽃시장을 갔다. 수많은 꽃들이 가지각색으로 시선을 끄는데 한결같이 아름답다. 꽃과 함께하는 작업은 신선함을 주지만 한번 핀 꽃은 곧 시든다는 일상의 진리를 보여준다.

또 이내 더운 날씨에 짓 물려 물 반 줄기 반으로 변태되어 간다. 이렇듯 우리 눈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우주만유는 생멸성쇠의 법칙을 갖고 변화되며 시든 꽃이 썩어가듯 형질이 변화되어 없어 질 때는 액체형태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체로 전환이 되어 진다.

그러한 과정 속에 소위 질량보존의 법칙이 들어있어 대종사께서도 천도품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될지언정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천만가지로 형상이 다른 우주만유는 그 속에 지수화풍이라는 기운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마치 얼음은 고체 상태이지만 녹으면 액체인 물이 되고 끓이면 수증기가 되어 기체로 변화하는 것과 같다.

인간도 태어나기 전에는 영가이나 태어나서는 사람이고 죽게 되면 시체일 뿐이며, 화장하게 되면 수화풍으로 기체는 흩어지고 먼지만 남게 된다. 그러므로 우주만유라는 현상은 지수화풍이라는 본질의 조화된 모습임을 알아야 애착 탐착에 떨어지지 않고 정견을 하게 된다.

정산종사께서 "우주만유가 영과 기와 질로써 구성되어 있나니 영은 만유의 본체로써 영원불멸한 성품이요, 기는 만유의 생기로써 그 개체를 생동케하는 힘이며 질은 만유의 바탕으로써 그 형체를 이름이니라"고 〈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13장에서 밝히고 있다.

그래서 우주만유의 본질은 음양오행이라는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행의 기운을 움직이는 주체는 마음,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다.

대령은 분별심이 없기에 영이 곧 천지팔도로 작용하여 영기합일의 진공묘유 덩어리인 천지행을 하는 것이요, 개령은 분별심이 있기에 영기분리의 심신작용 인과로 육도윤회 진강급을 나투게 된다.

영이란 곧 우리의 정신이니 정신수양 없이는 결코 진급할 수 없고 사리연구 없이는 진리에 눈 뜰 수 없다.

만법귀일은 우주만유와 만법의 근원을 밝힌 성리의 대자리이다. 우주만유와 만법이 성리의 소자리와 유무자리를 뜻한다면 대를 여의지 않는 소와 유무를 말씀하신 것이다.

한가위 보름달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저 허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듯이 만유와 만법 또한 형상 없는 대자리가 없이는 한치의 간격도 없는 절대의 한덩어리가 될 수 없다

이름하여 불성이라 했던가. 일체생령에게 평등하게 갊아 있고, 불생불멸하며 인과보응하기에 생사를 초월하고 남녀상을 초월하며 죄복에 머무르지 않는다.

<기흥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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