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한 (봉투 8.7 x 22.2, 편지글  174.5 x 7.8)
황정신행이 소태산대종사에게 올리는 서한인데 봉투와 편지글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봉투의 앞뒷면에는 수신자와 발신자가 각각 한문으로 적혀있다.

편지글은 세로쓰기로 국한문을 혼용하여 작성 되었으며 편지지는 길게 한 장으로 되어있다. 봉투의 앞면은 불법연구회의 주소와 종법실 하감이라고 적혀 있으며, 뒷면은 황정신행의 주소와 날짜가 표기 되어있다.

또한 우표나 소인 등이 없는 것을 통해서 볼 때 우체국을 통해서 전달된 것이 아니라 인편이나 혹은 직접 소태산대종사에 전달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편지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안부, 새 교법을 만남에 대한 희열과 교법에 대한 확신, 초기 교단의 열악한 경제에 대한 안타까움과 시봉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신지식인이었던 황정신행 종사는 소태산대종사를 친견함으로써 국가의 암울한 현실에 좌절하던 중 조선이 정신의 지도국, 도덕의 부모국이 된다는 소태산대종사의 법문을 받들고 큰 기쁨과 함께 제자가 되었다.

언제나 소태산대종사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하였는데 특히 사은의 도리를 알아 감사 보은하는 신앙생활과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여 정의를 실천하는 취사의 힘을 기르는 수행을 병행하면서 옛 성인들의 이상세계와 같은 낙원생활을 수용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이 법으로 공부하면 부처가 될 것을 확신했다.

이 서한은 교단의 경제적인 열악함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본인 소유의 토지를 매매한 대금을 소태산대종사에게 시봉금으로 올리면서 본인과 부군의 호적명을 기입하고 도장을 찍는 것으로 행정적인 처리까지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이 큰 보시를 대중에게 공고하지 않도록 부탁하면서 무념보시에 대한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볼수가 있다.

대종사의 지도를 받은 선진들은 하찮게 느껴지던 자신들이 세계를 위한 큰일을 한다는 희열감 속에서 정신 육신 물질적인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때로는 사무여한의 맨손으로 찍은 증서가 법계의 인증을 받기도 하였다.

사람의 의식을 일깨워 주고 무엇 하나 주저함 없이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훈련시킨 소태산대종사의 가르침과 주세불의 법력 그리고 그 법열이 가득 찬 교도들의 법은에 대한 보은실천을 보며 초기교단의 위대한 모습을 떠올려보며 교단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다시금 교단을 위해 소소하고도 영영한 다짐을 해본다.

<원불교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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