圓公 言語道斷 無法無不法 天下萬法 皆從此而出入 四面墻壁 無門無不門 天下萬有 皆從此而往來 嚴然以爲六合之祖宗 聖哲之軌轍 衆生之福田 惡人之火宅 其物 空耶有耶 古佛猶未會 天下善知識 言不可稱指 百家千經萬論 不過模寫此圓相之內一小影子 況如此淺學 何敢能知.

'원공(圓公)은 말과 글이 끊어진 자리라, 법이라 할 수 없으나 또한 법아님도 아니어서 천하 만법이 다 이를 따라 출입하며, 사면이 장벽이라 문이 없으되 또한 문이 아님도 없어 천하 만유가 다 이를 따라 왕래하며, 엄연히 우주의 근원이 되고 성인과 철인의 걷는 길도 되고 중생의 복전도 되고 악인의 화택(火宅)도 되나니, 그 물건이 없는 것이냐 있는 것이냐. 옛 부처도 오히려 알지 못하고 천하의 선지식도 말로 가르치지 못하며, 백가(百家)의 천경 만론도 다 이 원상 안에 든 작은 그림자를 나타낸 것뿐이니 하물며 배움이 부족한 사람이 어찌 감히 알 수 있으리오'

대산종사 원상대의 첫 대목이다. 원공(圓公)은 일원상 진리를 의인화 한 것이다.

이 진리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무법(無法)이지만 무법도 아니어서 천하 만법의 들고 나는 문(門)이 되고 천하 만물의 죽고 나는 문이 된다. 그러므로 우주(六合)의 본원이라고 일컫는 것이며 부처님은 이 진리를 알아서 살아가시는 분이기 때문에 불성의 길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중생도 이 진리가 엄연하기 때문에 복을 지으면 복락을 누리게 되고 죄를 지으면 불타는 집과 같은 죄고의 고통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 진리를 있다고 하면 있는 것에 치우지고 없다고 하면 없는데 치우치니 참 딱한 노릇이다.

이 현묘한 진리는 알고 모르는데 속한 것이 아니다(道不屬知不知).

안다고 하면 아는 것에 떨어지고 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것에 붙잡히니 옛 부처님도 알지 못한다고 딱 잡아 떼셨다. 그러니 천하의 선지식을 가진 이라도 어찌 이 진리를 말로서 가르치고 그림으로서 그릴 수 있겠는가.

석가도 모르는 일을 어떻게 가섭이 이를 전한단 말인가. 석가는 유무를 초월한 붓다다.

이 진리는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대종사께서도 '관조(觀照)로서 깨쳐 얻으라' 하신 것이다.

유교에 오거시서(五車詩書)가 있고 불교에 팔만장경이 있으며 제자백가의 수많은 경서가 있지만 이 경서라고 하는 것도 실은 진리의 작은 그림자를 묘사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경전이란 내 마음 진리의 일부를 우리가 공부하기 좋게 안내해 주신 그림책일 뿐이다.

대산종사는 이처럼 오묘한 진리를 나와 같은 배움이 부족한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으랴 하시며 알뜰한 수행자의 겸손을 보이신다.

깨달음의 경지를 어찌 이리 그윽하고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을까. 원상대의는 이렇듯 첫 대목에서부터 구도에 대한 발원의 꿈을 주는 대산종사의 깊은 수행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대산종사 깊은 수행 세계 드러나
배움 부족한 사람 위한 알뜰한 겸손도 담겨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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