然余偶然負病 靜夜觀心 秋風增淸 月精益輝 妄然隨筆 此圓相底消息 不在言語筆墨境界 卽在言語筆墨境界 故曰空而不空 有而非有 此所謂眞空妙有 亦名大多羅尼門 故三世諸佛諸佛 得這一着子 十方法界 皆爲自家之寶庫 任意用之 是名無盡如來藏 三界六途 皆爲自家之遊戲場 任意往來 是名無碍大通門.

'내가 우연히 병을 얻어 고요한 밤에 마음을 관하니 가을바람은 몹시 맑고 달의 정기는 더욱 밝게 비치는데 부질없이 붓을 드니 이 원상의 소식은 말과 글에 있지 아니하나 말과 글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르기를 비었으되 비지 아니하고 있으되 있지 아니한지라 이를 진공묘유라 하였고 또한 대다라니문(大多羅尼門)이라 이름 하였도다. 그러므로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그 자리를 얻어 시방 법계를 보배 창고로 삼아 마음대로 내다 쓰나니 이를 다함이 없는 여래장이라 이름 하였고, 삼계 육도를 노는 장소로 삼아 마음대로 내왕하나니 이를 걸림 없는 대통문(大通門)이라 이름하였도다.'

'우연히 병을 얻었다' 함은 겸손의 표현이다. 결핵으로 죽어가는 동지를 열정적으로 간호하다가 얻은 병이었다.

30대 대산종사는 한 동지의 폐결핵을 간호하다 전염돼 병을 앓게 되었다. 당시 폐결핵은 요즘 암만큼이나 무섭고 위험한 질환이었다.

청춘의 나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그의 수행은 절박하고 처절했을 것이다. 허나 오히려 담담했다.

'그 때 나는 진리 전에 나를 살려 달라 매달리지 않았다. 주시는 대로 달게 받겠다. 하지만 살려 주신다면 이 회상을 위하여 그리고 창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내 모든 것을 던지리라.'

대산종사의 이 회고를 보면 예수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다.

'주여 나를 버리십니까?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폐를 앓아 사경을 헤매면서도 대산종사는 목숨을 진리에 맡긴 채 오로지 구도에 전념하였다. 잠 못 이루는 밤에도 병을 걱정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깊은 밤에 홀로 앉아 단전에 집주하여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느 가을날 깊은 밤, 바람은 소슬하고 달빛은 휘영청 밝은데 창문 밖으로 검푸른 산은 아스라하고 이름 모를 풀벌레와 산짐승들의 울음소리조차 적막한 작은 산간 초가집에 의지한 채로 삼매를 즐기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병을 잊은 지 오래고 생사고락도 없으며 분별시비조차 없다.

이른 바 진공묘유의 대다라니문에 든 것이다. 삼세의 부처님이 그러했듯이 허공법계 천지만물을 노복처럼 자유자재로 부려 쓰되 걸리고 막힘이 없다.

이로써 대산종사는 모든 것을 얻었다. 개교 100년에 다시 챙겨야 할 우리의 서원이다.

대산종사 간절한 기도는 예수와 닮아
그의 심경과 수행은 우리가 챙겨야 할 보물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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