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 교사가 아닌 존경받는 참 스승이 되고 싶었던 간절한 바람으로 내 교사로서의 삶은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20여년 여러 종류의 업무를 맡아 처리 하면서 사명감과 교도적 양심을 가지고 나름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했고 2년 전 그동안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고 또 내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요즘 대부분의 교사들이 기피하는 인성인권부 즉 학생부장의 임무를 맡게됐다.

교실에서의 수업이나 한 학급을 경영해가는 담임교사의 영역에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매일 나에게 엄습을 해왔다. 어느 날 보니 내가 아이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거의 매일 학생부실은 큰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담임교사와 학과교사들이 또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나에게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며 상담해왔다.

본래 성격적으로 대충대충을 못하는 나는 습관적으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강력하게 대처해 나갔다. 그간 20여년 쌓아왔던 부드럽고 유연한 교사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리고 어느날 보니 내가 모든 아이들의 원망과 뒷 담화의 대상이 되어 나의 눈에는 교화와 교정이 필요한 학생들만 보였다.

나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아이들은 내 생각대로 변해주지 않았고 마침내 아이들이 귀찮아 지고 때로는 밉기도 하며 교직에 대한 회의가 나를 괴롭혔다.

그러던 중 답답한 마음을 안고 참석한 법회에서 아이들은 우리의 거울이요, 문제를 일으키며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라는 교무님의 말에 나는 엄청난 도전을 느끼며 원기97년 나에게 원무사령을 내려준 의미와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바꾸려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먼저 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동안 마음만 있었지 사실 행동에 옮기지 못한 마음공부를 시작하기로 작정했다. 방법을 연구 하던 중 3년 전부터 우리학교에서 매일 아침 각자의 일상을 실천 점검해보는 나의 바른 성장 노트를 생각해냈다. 교사인 내 자신이 학생들과 함께 작성하면서 제자들에게 부끄럼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나 되돌아보고 저녁이면 집에서 상시일기를 작성하여 매일 자신을 돌아보고 먼저 솔선수범 하는 사람이 되어보자라고 결심을 했다.

좋은 일이란 순탄한 것이 별로 없는 법으로 많은 방해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스스로 약속한 마음공부에 열심을 다했고 딱히 어느 날 부터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내 눈에 아이들의 진심이 보여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학생의 마음 아픈 가족사와 싸우는 아이들의 외로움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들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 교사들에게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구원의 싸인을 보내고 있었는데 알아채지 못한 나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의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교사가 된 후 아이들이 학생이 되었다.

나는 요즘 열심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학교 학생부장 교사들과의 모임에 나가 각각 학교의 사례들을 듣고 있노라면 예전의 내가 생각나 혼자 웃음 짓는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에는 요즘 다른 학교 학생부장이 겪는 일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나는 다시한번 내 마음에 다짐을 한다. 나에게 영광스런 원무사령을 준 은덕에 감사하고 나의 평생에 그 은덕을 보답하고 책임과 의무를 힘써 지켜야겠다고….

<서전주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