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반 원아들은 교사의 지도로 마음을 멈추는 공부를 선보이고 있다.

'대종사님 닮아가는 어린이 될 거예요'

 

16호 태풍 풍웡이 비켜간 다음 날 제주도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언제 비바람이 불었나 싶을 정도로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이 평화로움을 더했다. 도로 곳곳에서 마주치는 야자수 나무들은 이국적 분위기는 물론 휴양과 관광의 섬 제주도에 왔음을 더욱 실감 나게 했다. 서귀포시 도순동에 자리한 도순원광어린이집에 들어서자 원장인 김보철 교무가 따뜻한 미소로 반겼다.

마음공부로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어린이
넓은 잔디 마당이 시선을 끄는 도순원광어린이집. 이곳 어린이들은 매일 오전 10시30분이 되면 '마음공부' 를 진행한다. 이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입정, 입정의 노래, 영주, 아침 심고, 심고가를 함께 올린 후 일과를 맞이한다.

권여 주임교사의 안내로 3~7세까지 4개 반에서 이뤄지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나이가 많은 상급반 어린이일수록 의젓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마음공부에 집중했다. 이 중 6~7세 해솔반 원아들의 마음공부 시간이 가장 자연스러웠다. 이들은 입정 후 교사의 안내가 없어도 고사리 같은 손을 합장하며 아침기도에 임했다. 이들은 심고문에서 '거룩하신 법신불사은님 은혜 속에 밝은 아침을 맞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늘도 참되고 슬기롭고 바르게 대종사님 닮아가는 어린이 되게 해 주세요. 저희 해솔반 친구들은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를 함께 외우며 정성을 다했다.

각 교실마다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을 살피고 표현할 수 있는 마음공부 지도 프로그램이 교구로 마련되어 활용되고 있었다. 마음북, 마음어항, 훌륭한 마음노래 선, 하늘 날씨, 오늘의 날씨 책, 감정 북, 마음일기, 우리가족 마음 날씨 등.

5세반에서 만난 은진이는 '마음온도계' 활동에서 "엄마가 아침에 맛있는 것 해주셔서 기분이 좋다"며 온도를 끝까지 올렸다.

교사들은 언어표현이 어려운 3~4세 어린이에게 다양한 상황의 그림을 설명하거나 노래와 율동, 마음 공, 얼굴표정카드, 마음거울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도록 이끌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5~7세는 친구의 마음과 가족, 타인의 마음마저 헤아리고 감정조절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24개월 미만의 영아들이 있는 도담반 교사들은 "네가 짜증이 나서 그렇구나. 선생님이 얼른 해줄게"라고 말하며 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날 잔디밭에서 이뤄지는 야외 활동에도 어린이들과 교사들은 '스톱 표지판' 을 이용해 마음을 멈추고 살피는 공부를 했다.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마음공부를 접해온 어린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과 친구들의 마음을 멈추고 알아차리는데 능숙해진다. 양보와 기다릴 줄 아는 어린이로 변화되는 것이다. 외부로 체험활동을 나가면 관계자들은 도순원광어린이들이 유난히 착하고 의젓하다는 칭찬을 많이 한다.

교사들의 마음공부가 먼저
매순간 어린이들의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이끌고 있는 7명의 교사들 역시 마음공부를 하고 있었다. 원기92년 부임한 김 교무는 "아무리 교단의 마음공부 프로그램이 좋다고 해도 자기가 직접 실천을 해봐야 효과를 얻는다"며 "교사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기재하고 발표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교사들의 마음공부는 올해로 8년 째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된다. 교사들이 발표한 마음일기는 모인조 교무에게 다시 감정을 받아 도순원광어린집 홈페이지인 '둥근 빛 아이들' 카페에 올려 자모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김 교무는 "마음공부를 하면서 교사들이 어린이들에게 '하지 말라, 나쁘다. 좋다'를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어린이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라"고 늘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바르게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교사들은 마음공부 초기에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시간이 지나자 마음공부의 효과를 의심하던 교사들은 자신의 마음과 어린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긍정적인 변화도 체험했다. 어린이들은 교사들이 자신의 마음과 입장을 알아주고 이해해준다고 생각하자 그것만으로 마음의 안정과 힘을 얻었다.

어린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교사들은 "지금 어떤 마음이야?"라고 먼저 묻고 기다려준다. 그러면 어린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답을 한다. 교사들은 "아! 네가 그런 마음이 들어서 그랬구나"며 어린이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준다.

이날 7세반 정인이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민소 앞에 새치기를 했다. 그러자 그것을 지켜 본 동현이는 정인에게 자신의 순서를 양보했고, 원만하게 다음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때로 과하게 욕심을 부리는 친구가 있으면 어린이들은 "너 경계잖아, 멈춰야지, 마음 좀 바라봐" 하거나, 가정에서도 "엄마는 마음 멈출 줄 몰라? 나 지금 경계라 참고 있어" 라고 말한다. 자모들은 "자기표현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밝아지고, 자신의 마음도 잘 표현한다"며 "선생님과 교무님의 도움이 컸다"고 고마워한다.

이곳으로 부임한 교사들은 다른 근무지로 이동한 적이 없는 장기근속자가 많다. 어린이들 역시 한번 오면 타 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없다.

13년째 근무해 온 권 교사는 "교무님이 교사들을 많이 믿어주시니 저희도 믿고 따른다"며 "마음공부를 하면서 항상 ~해야만 한다는 분별성과 주착심이 강했는데 엄마와 교사로서 나부터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가정생활의 좋은 변화는 물론 교사들 또한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는 가족처럼 지낸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에게 오롯이 마음공부를 시키고 있으니 보람되고 기쁘다는 김 교무는 "주인 정신을 가지고 근무해주는 교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는 자모들과 연계해 마음공부를 확산해가고 싶다"고 전했다. 자모 대상의 마음공부로 교화 발전을 염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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