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습니다"

실명과 생사의 고비 극복
안마사로 손님에게 교법 전달
좌선·기도, 상기일기 기재

교법에 대한 신앙수행심이 열정적이고 정성스럽다는 경남교구 김해교당 천안성(58)교도. 그는 두 눈이 보이지 않지만, 새벽기도와 독경반, 훈련참석까지 교단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일반교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그는 두통과 불면증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3차 신경통 진단을 받았다. 안과와 신경외과를 오가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35살 되던 해,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설상가상 몸 상태도 나빠져 의사는 그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병원에서는 퇴원을 권했지만 내가 죽으면 당시 5세와 7세의 남매는 누가 키워야 하나 걱정이 됐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펴야겠다는 일념으로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조상님까지 부르며 아이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힘일까? 건강을 회복한 그는 눈은 잃었지만 엄마로서 열심히 살 것을 다짐했다. 그는 돌봐주던 친정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간 그날부터 부엌에 나가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아이들 간식까지 만드는 등 주부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음식을 만들 때에는 불에 자주 데여 두 손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 무렵 친구인 김인신 교도가 그를 김해교당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시작된 교당과의 인연이 올해로 18년째다.

"교당 대문에 들어서자 교도회장과 교무님이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도 인사를 했는데 참 좋았습니다. 양성원 교무님의 설교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게 내 탓이고,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 남을 원망할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그는 술을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자신에게 병이 왔다고 생각해 마음속으로 남편을 원망하고 있었다. 먼저 손잡아주고 늘 안부를 챙겨주는 양 교무를 그는 제2의 어머니라 여겼다. 교당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법회 보는 즐거움이 컸다. 점자공부와 재활에 대한 고민을 상의하던 그에게 양 교무는 적극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했다. 용기를 얻은 그는 김해에서 부산에 있는 안마수련원까지 2년 동안 혼자서 다녔다.

"처음에는 많이 부끄러웠지만 지팡이를 이용해 당당하게 다녔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련원에서 안마, 지압, 침술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 안마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영업장에서 2년간 실습 경험을 쌓은 그는 '안성지압원'을 열었다. 서서히 입소문을 탔고, 6개월이 되니 손님이 더 올까봐 저녁이면 얼른 불을 끌 정도가 됐다. 맛사지보다 치료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 것이 호응을 얻은 것이다. 교당 생활과 안마사로서 즐겁게 일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자궁경부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그동안 메고 있었던 삶의 짐을 다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다 컸고, 남편도 자기 일을 잘하고 있어 몇 개월 살다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사의 문제에 마음을 비운 그는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받았다. 6회 항암치료를 끝으로 치료를 포기하고 집으로 온 그는 안마사 일을 멈추고 죽음을 준비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교당에 갔고, 100년성업기도와 교당 천일기도, 점자책이나 정전봉독테이프 등을 이용해 〈정전〉 봉독 등 기도생활로 일관했다. 다행히 암은 재발하지 않았고, 그는 안마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일원가족인 그는 매일 5~6시30분까지 좌선과 기도를 실행하고 있다. 딸과 남편의 도움으로 상시일기도 기재한다.

"법회 무결석 도전 3년째 되는 해에 암이 생겨 남편에게 '죽기 전의 소원이니 나대신 교당법회에 나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남편 손영보 교도는 그해부터 법회에 참가했고 이제는 함께 교당에 다닙니다."

그는 지압원을 찾는 손님에게 교법을 전하고 있다. 그 중 한 명이 입교를 했기에 더욱 정성을 다하고 있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몸이 불편하지만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아들딸, 손자까지 있는 일상에 만족한다. 이 모든 힘은 교당 가서 법문을 듣고 짬짬이 교전을 읽고 기도생활 하는데서 생긴다는 것을 아는 그다. 교당생활을 통해 삶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왜 사는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지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도 정신만 차리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내 탓이라는 것, 내가 나를 돌아보고 정신만 차리고 일어서면 얼마든지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을 터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생과 사, 실명으로 힘들었던 인생사를 담담하게 전하는 그에게서 행복하고 따스한 기운이 전해졌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