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혁신의 정언명령, '이단치교' 열망 실현되고 있나?

원기100년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본사에서는 옛 것을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12주에 걸쳐 교단의 각 분야에서 희미해진 각종 사업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는 창조적 계승의 측면과 미래 에너지로의 승화를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교정 정책 추진의 미흡한 점과 정책 연구소 기능의 저하, 공동체 의식의 퇴조 등에 대해 살펴본다.

원기92년 총단회를 떠올려 본다. 당시 최정풍 교무 외 56명은 '(가칭)교단 혁신 및 교화발전연구소'를 수위단회 직속기구로 설립하자는 안을 발의했다. 원기100년을 앞두고 교단의 일대 변화와 혁신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순간이었다.

대중들의 응집된 목소리가 정책부서로 편제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교화발전과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재가 출가교도들의 배수진은 바람을 넘어 간절하기까지 했다.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원불교정책연구소의 현 주소는 어떠한가? '교헌개정'이란 막중한 숙제를 풀어내느라 불철주야인 연구소의 현실에 '교단의 중장기 정책제언'이란 바람은 꺼내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절언하고 가장 왕성한 활동으로 우리의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원기94~96년, 그 3년을 다시 기억하고자 한다. 아직도 유효한 원불교 2세기 희망이 그 안에 있다.

통합지성의 시대 열어
원기93년 총단회, '원불교정책연구소'의 위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해 수위단회· 교정원 중 수위단회 산하로 둘 것을 최종 결의했다. 수위단원들의 책임을 무겁게 하고 대중의 공의가 온전히 수렴되는 구조를 만드는데 1년여의 논의가 필요했다.

정책연구소는 출범 첫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교단의 주요과제 발굴'에 뒀다. 세대별·부문별·계층별·지역별 면접과 설문조사를 통해 재가 출가교도들의 여론수렴에 집중했다. '교단혁신10대과제' 선정과 '교화단 조직'에 대한 연구와 교헌공부, 교화단 공부모임을 지속적으로 열었다. 또한 연구소 내에 환경분석·정책개발·정책평가·조사연구의 4가지 분과를 두고 범 교단적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아울러 정책공모전을 병행 해 '행복한 교단을 위한 지속성장 교화 모형'개발을 추진했다.

이로써 94년 6월 새미르통신 2호에서는 국내외 출가교역자 전체 대상으로 선정한 10대 혁신과제를, 원기95년 3월 새미르통신 9호에는 재가교도들이 바라보는 교단의 현실과 미래상을 도출했으며, 원기97년 7월 교도회장단이 뽑은 10대과제로 교단 제3대3회설계안의 근간을 마련했다.

▲ 원불교정책연구소 정보지인 새미르통신.

원기94년 총단회에서는 '교화단공동교화제'라는 정책대안을 내놓았다. '10인1단의 교화단 조직으로 교단의 통치와 교도들의 교화훈련을 능률적으로 수행하려는 방법'인 '이단치교(以團治敎)'를 핵심이슈로 결복 100년대를 열어가기 위한 교화대불공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공동교화를 통해 공부와 일과를 함께함으로써 신앙·수행공동체로서 소통과 삶의 질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5곳 정도 시범 운영하는 것을 제언했다.

'출가교역자 직무·생활 만족도 및 이단치교에 관한 인식과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그 결과 교단이 전반적으로 소통의 문제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큰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고, 이는 전체 조직이 경직되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원기94년부터 3년간 정책연구소가 내놓은 결과물로는 정보지인 새미르통신이 총 26호, 정책자료집 16권, 보고서 7건과 15차례의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렸다. 이를 통해 제시된 희망의 대안을 압축하면 크게 3가지이다.
▲ 이단치교 정착을 위해 제시한 교화단 운영도.

이단치교로 행복하고 튼튼한 교단을
정책연구소가 가장 높게 평가되어야 할 대목은 '이단치교'라는 미래지향적 조직혁신 과제를 각인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통계자료와 교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단치교는 교단 구성원들을 한 가족처럼 보살피고 상징시키는 조직, 일심합력할 수 있는 조직, 유연하지만 강고한 조직, 시대의 변화를 앞서갈 수 있는 조직운영을 가능케 하는 개념이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아직 그 본래면목을 드러내지 못한 조직 운용법으로 '교화단교화'를 제시했다. 이를 정리하자면 ▷교화단을 핵심조직화(행정조직에서 교화단으로) ▷교구자치제와 이단치교의 조화(지구는 출가저단으로 대체가능) ▷출가교화단과 재가교화단의 조화로운 발전(재가교화단이 발전해야 이단치교 가능) ▷2만단장 양성을 통한 교화대불공(단장이 교화의 주역)을 명시했다.

또한 출가중심의 교화단 체제를 과감하게 재가단장의 역량강화로 교화정체를 극복하고자 하는 최선의 대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 2만교화단장 양성을 위한 훈련시스템 과정.

인재양성은 교역자제도 혁신에 있다
교화환경의 변화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출가교역자 양성에 쏟아 붓는 교단적 관심과 배려를 재가교역자에게 10분의1만 투자해도 무한역량을 갖춘 교화력을 생산할 수 있다. 예비교역자에 대한 교육에도 더욱 충실해야 하지만 기성교역자들을 향한 정신적·교육적 투자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지임을 밝혔다.

직급·직능·직책별 평생교육을 통한 역량강화가 실질적 인재양성이다. 또한 교역자간의 불필요한 차별요소를 타파하고, 원불교 만의 장기교육 플랜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장의 핵심 인재화(회장에서 단장으로) ▷재가교역자 양성(출가에서 재가로) ▷재교육 강화(학교교육에서 평생학습으로) ▷품과제도 폐지(교무·도무·덕무에서 교무로) ▷원격교육 활용(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을 제시했다.

건강한 전무출신을 양성하자
전무출신이 지쳐있다. 대단히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사기가 매우 낮다. 많은 대안들이 나오지만 도무지 극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역자 상호간 정서적 지지를 더욱 두텁게 하고 마음껏 무아봉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원기96년 출가교역자 복지욕구조사와 함께 그해 11월 새미르통신24호에 '전무출신복지향상을 위한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전무출신 복지규정 제정 ▷전담부서 설치 ▷재정확보로 심신이 건강하고 행복에 넘치는 전무출신이 교화성장의 열쇠임을 분명히 했다.

현 교정원은 교화대불공의 타개책의 핵심을 '교역자 사기진작'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대안은 수많은 토의와 평가를 거쳐 이미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공들인 결과를 학습해야 하고 이를 정책화 시켜야 한다. 그것이 정책연구소와 교정원과의 아름다운 동반이다.

아직도 유효한 정책대안
이 3가지 정책대안을 밝히는 것은 사실상 결코 현재의 정책연구소의 노력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연구소의 본래 목적인 '교단의 주요과제를 연구 개발하여 이를 교단정책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교단의 역량 강화와 발전을 도모하여 개교이념 구현에 기여한다'는 본연의 취지를 더욱 살리자는 것이다.

또한 초기 1기팀이 세웠던 ▷1단계 제도화기(원기94~97년), 교단 전반에 대한 중장기 정책연구와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연구기관으로 정착 ▷2단계 정착기(원기98~101년), 사회 환경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미래의 이슈를 발굴하여 교단 발전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및 전략 제시 ▷3단계 도약기(원기102~108년), 미래사회 트렌드 예측과 대응전략개발 ▷4단계 발전기(원기109~ ), 세계적 정책연구소로 도약 등의 의지에 몰입되길 기대한다.

아직도 유효한 우리들이 함께 했던 정책대안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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