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쉽고 재미있는 나인봇 급물살

국내 자전거 인구 이미 1천만명 넘어선 가운데
전기자전거, 높은 가격대와 면허 관련 법률 까다로워
법 개정으로 전기자전거 확산 예상


'한옥마을을 스마트하게 여행하는 방법'이 화제다. 전주여행의 새로운 명물인 이 '이상한 탈 것'은 커다란 두 개의 바퀴를 가느다란 바 하나로 움직이는 자가 평형 이륜차(1인용 전동스쿠터)다. 소위 '왕발통'이라 불리는 이 새로운 기계의 이름은 '나인봇'. 앞서가는 사람은 다 안다는 '세그웨이'의 보급형이자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대안적인 탈 것이다.

제한된 국토 안에서도 늘어나기만 하는 자동차들은 오래전부터 미래를 위협해왔다. 고갈을 목전에 두고 있는 기름값은 계속 오를 것이며,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편하게 이동하려는 욕구가 이제는 도리어 삶을 옭죄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재를 예견한 인류는 일찌감치 대안적인 탈 것에 대해 연구해왔다. 연비 향상을 뛰어넘어 전기나 태양광, 수소연료를 쓰는 자동차를 연구해왔으며, 자전거의 기능과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해왔다. '왕발통'의 원조 '세그웨이' 역시 2001년 이러한 노력 속에 탄생했다.

▲ 고객에게 나인봇 운전을 교육중인 로보웨이 이다건 대표(오른쪽).


1회 전기 충전으로 30km대의 이동이 가능한 친환경·저비용의 이 기계는 세계적인 관심과 확산을 불러왔다. 그러나 최소 1천2백만원에 달하는 가격과 50kg의 무게 등을 문제로 인식, 후발주자들은 가격과 무게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주)스타플릿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나인봇은 가격 4백만원대 초반, 무게 23kg로 지금까지 나온 1인용 전동스쿠터 중 가장 매력적인 스펙을 자랑하고 있다.

전국을 다니며 상담과 교육, 판매를 하는 '나인봇전도사' 로보웨이 이다건 대표(34)는 "물론 여전히 고가이지만,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상담을 신청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있으면서도 트렌드를 앞서가는 30~ 50대가 주 고객이며, 알려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잠재고객 인프라 확보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설악문화제나 경찰영화제 등에서 대여하거나, 커피숍, 꽃집 등에서 홍보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8월에는 경기도관광공사와 MOU를 체결, DMZ와 경기항공전, 파주 임진각평화누리에서도 나인봇 투어가 펼쳐질 예정이다.

현재 나인봇의 가격은 4백만원 초반, 누군가는 '왠만한 중고차값'이라고 하지만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예 다르다. 매일 30km를 365일 이용한다고 했을 때, 현재 기준 1년 충전료가 2만4천원. 한달에 서울-제주도 거리를 왕복하면서도 2천원의 유지비가 드는 셈이다. 현행법상 자전거 개념이기 때문에 면허취득이나 등록 등의 여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 대표는 "운전자의 신체 움직임을 감지해 움직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쉽게 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며 "얼마전 다리가 불편한 고객을 만났는데, 나인봇에 지팡이 거치대를 설치해드렸다. 그전까지는 외출이 불편하고 위축됐는데, 이제는 지나가면 다들 부러워해서 당당해졌다고 좋아하셨다.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렇게 나인봇과 같은 1인용 전동스쿠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 '자전거의 진화' 전기자전거의 확산이 예상된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이미 1천만을 넘어선 가운데, 최근 안전행정부의 자전거법 개정에 자전거인들이 열광한 바 있다. 전기자전거는 자전거에 모터를 부착해 시속 30㎞ 안팎의 낮은 속도로 구동하는 2륜 교통수단이다. 배기가스가 없어 친환경적이며, 운동효과가 있으면서도 힘을 덜 들이는 전기자전거의 한 달 충전 요금이 1천원 정도.

전기자전거의 등장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중저가 제품도 평균 12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도 문제지만, 면허 관련 법률이 까다롭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었다.

이제까지 모터를 장착한 자전거는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됐다. 오토바이처럼 면허 소지자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 이용도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최근 안전행정부는 모터를 장착한 자전거 형태의 교통수단도 자전거에 속하도록 자전거법의 자전거 정의를 변경키로 했다. 이로써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탈 것의 대안은 한국과 같이 거대도시 중심의 국가에서 큰 유행이 예상된다. 교통체증과 매연으로 고통받는 중국의 경우 최근 한해 팔린 자전거 중 절반이 전기자전거이며, 국가적으로 친환경·저비용의 대안 탈 것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가 높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경제성장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국내에서는 그 노력이 더디다는 평가다. 한정된 땅와 자원을 뺏고 뺏기는 제로섬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제2의 발'인 대안 탈 것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 자출족 이욱재씨의 5년차 자전거와 일산-강남 출퇴근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아침이면 도심 곳곳에서 '자출버스'가 출발한다. 운동복에 노트북가방을 멘 직장인들의 자전거 행렬, 즉 '자전거출근버스'의 준말이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의 준말인 '자출족'은 놀이나 운동 정도로 인식되던 자전거를 삶의 유용한 도구이자 생존필수품으로 끌어온 내공높은 자전거인들이다.

2010년부터 '자출족'이 된 이욱재씨(36)는 주 3~4일 일산-강남을 오가는 자출족이다. 30여킬로미터를 가는데 2시간여, 그는 "한창 붐비는 시간대는 대중교통·승용차 출퇴근 시간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자출족이 된 후 건강 외에도 예상치 못했던 소득을 얻었다고 말했다. "주변을 보는 여유는 물론, 화석연료가 아닌 순수한 내 힘으로만 이동한다는 성취감이 생겼다"는 것. 또한 기본적인 거리에 대한 인식이 의존적에서 자주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잘타든 못타든 스스로 정한 거리를 지키며, 내 한계와 맞닥뜨렸을 때 이를 극복하는 기쁨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자전거인들 사이에서 속칭 '장비빨'의 경쟁이나 도로 위의 위험한 상황 등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좀 탄다'는 표현 안에는 '1천만원 정도 들었으면 인정'과 같은 암묵적인 룰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전거도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심을 다니다보면 차량 운전자들과 곧잘 실랑이가 있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생명과 직결된 일이라는 것이다.

'최우선은 언제나 안전'이라는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토끼굴(한강 진입로의 속칭)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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