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마다 학생부장을 맡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장사란게 밑져도 본전'이란 말이 있는데 학생부장은 잘해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무슨 그렇게까지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른지 모르지만 해본 사람만 이유를 안다. 나 역시 처음 학생부장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업무를 맡은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내가 학생부장인 것에 대단한 만족과 보람을 느끼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우리학교 최고의 문제를 아주 아름답게 해결하여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고 교사들의 근심을 덜어준 이야기를 소개 하고자한다.

3학년에 소용이라는 학생의 이야기이다. 교사가 학생을 기피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소용이는 모든 교사들의 기피대상 1호 학생이었다.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에 파견 나왔던 어느 교사는 소용이 때문에 노이로제가 생길 만큼 괴로워했고 눈물도 많이 흘려야했다.

교사들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거나 또는 조금이라도 잘못에 대한 반성의 마음 정도라도 가져주는 것인데 소용이는 자기 이름처럼 아무런 것도 소용이 없는 시쳇말로 무대포의 학생이었다. 입에는 수준 낮은 상스런 소리를 달고 다녔고 어쩌다 꾸중이라도 듣는다치면 마구 대들어 교사를 당황하게 하고 일일이 그 아이의 행동을 다 기록하기가 곤란할 만큼 우리를 어렵게 하는 특급학생이었다.

많은 교사들이 도저히 수업을 할 수 없으니 소용이를 어떻게 든 학교에 안 나오게 처리해주기를 여러 번 건의해 와서 봉사활동을 시켜보고 외부 기관에 의뢰해 교육을 받게도 해보고 등교정지를 시켜 보기도 하는 등 많은 방법을 써봤지만 어떤 것도 정답이 없었다.

당시 소용이의 얼굴에는 항상 반항과 짜증이 그려져 있었는데 바로 그 아이의 얼굴과 행동이 달라졌다. 물론 내가 학생들과 함께 귀공주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아침과 저녁으로 유무념 마음공부를 통해 내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고 난 후의 일이다.

사실 나도 부딪치고 싶지 않은 아이였는데 내 마음에 공부로 인한 평정이 생긴 후로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다른 때 같으면 무엇이든 잘못을 지적하고 가야 직성이 풀렸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며 다정하게 대해주었고 시큰둥하던 소용이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역시 공손하게 대답해 왔다.

상당기간 마주칠 때 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칭찬하고 때로는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불만과 불평을 들어주기도 하며 많은 관심을 전해주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를 만나면 제법 농담도 걸어오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제부터는 학교생활을 잘하겠다는 각오를 말하기도 하며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또한 그때 쯤 여러 교사들이 요즘 소용이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해오곤 했다.

생각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인생이 변한다는 말이 실제로 나와 소용이에게 일어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도 같은 태도로 지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성이 바르게 변화하고 있다는걸 느끼며, 학교뿐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싶다.

<서전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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