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식 이탈 조짐, 정신통합 정책 필요하다"

▲ 출가교역자의 친목모임인 수덕회. 11월 출가교화단 총단회 시 1회성 행사만 진행되고 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원기100년을 앞둔 시점에서 본사에서는 옛 것을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12주에 걸쳐 교단의 각 분야에서 희미해진 각종 사업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는 창조적 계승의 측면과 미래 에너지로의 승화를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교정 정책 추진의 미흡한 점과 정책 연구소 기능의 저하, 공동체 의식의 퇴조 등에 대해 살폈다.

교단의 조직이 성장하면서 출가자들의 공동체의식이 퇴조하고 있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과 업무가 다양해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과 출가정신이 흐려지면서 생긴 의식의 퇴조라는 지적이 공존한다. 심지어는 '교단이 나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라'라는 가슴 아픈 이야기까지 나온다. 건강한 공동체의 핵심 키워드가 '소통과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교단 공동체의식을 조명해 봤다.

지역 교화공동체의 실패로 본 현실
2006년 교화훈련부의 전략적인 추진으로 영산성지공동체, 부안교화공동체, 묘량지역 교화공동체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공동체 교화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간과하고는 지속적인 운영과 성장이 이뤄질 수 없다는 뼈아픈 상처만 남긴 채 주저앉았다. 실패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꼽을 수 있지만 조직적 공동체 구현에 대한 전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과 교정당국의 정책적 일관성, 담당자들의 정책이해도 부족을 말할 수 있다.

1차적인 요인은 공동생활을 하는 출가교역자들의 불편함이다. 처음에는 마음이 맞아 생활공동체를 만들었지만 생활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면서 '합의이혼'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합의이혼의 이유는 지나친 사생활 간섭이나 과중한 업무분장에서부터 인간관계, 정서적 심리적 요인으로 갈라섰다.

15일 각단회에 참석한 경산종법사는 "서로 시어머니가 되는 생활공동체는 힘들다. 느슨한 하숙집 형태로 서로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며 "앞으로 출가자들은 혼자 숙식을 해서는 안된다. 천주교 수녀들의 생활공동체를 참조해 꼭 두 명이상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각단장들에게 당부했다. 이제 단독교무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언급이다. 연원교당을 만들기보다는 영세교당을 합쳐서 출가자들의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서원정신을 살려내야 새로운 지역교화가 가능하다. 공동체의 핵심은 정책도 교당도 아니다. 그곳에 사는 출가자임을 잊지 말자.

중앙총부 공동체와 직할기관
원창학원 이사장 김일상 교무는 교단 공동체의식 퇴조에 대해 "근본정신(신심, 공심, 공부심)이 약해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시대적인 영향도 무관치 않다"며 "1980년대는 가부장적인 요소가 강해 공동체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핵가족화, 도시화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공동체를 회복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소태산대종사가 꿈꿨던 광대 무량한 낙원세계 건설은 이런 근본정신의 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과거 지방 교무가 총부로 올 때는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지금은 상상이 안되겠지만 서울이나 부산 등에서 올라온 출가자들은 총부의 어른에게 먼저 문안인사를 하고 대중공양을 했다.

김 교무는 "교단의 가장 큰 변화는 교도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각 분야별 조직이 방대해졌다는 데서 공동체의식이 퇴조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교화, 교육, 복지, 청소년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를 요청하는 시대로 변하면서 그곳에 근무하는 출가자들 역시 전문분야의 자기 관리가 필수로 등장했고, 자기 업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고 말했다.

주5일제 정착의 시대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17일 교헌개정특위 활동으로 총부에서 숙식했던 개봉교당 김원도 교도는 "토요일 아침 좌선과 식사에 대중의 참석이 조촐했다"며 "신앙중심, 수행중심의 중앙총부가 예전 같지 않다"고 지적한 점은 새겨들을 만하다.

여가활동 중심의 휴일제가 되면서 기관에 근무하는 출가자들은 개인의 영적수행에 몰입하기보다는 취미를 찾는 경향이 확연하다. 남자 출가자들은 결혼에 따른 가족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무게 이동되면서 공동체의 고리가 약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출가자들의 개인주의 성향이다.

교구·교당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같은 교구 내의 출가자 간의 소통 부재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단독교무들이 늘어나면서 교구와의 정보교류가 원활치 않다.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구의 교화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합력하려는 마음도 적어진 것이 사실이다. 교화현장에 혼자 사는 것이 개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함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최정풍 대전충남교구장은 "우리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정신에 대한 강조도 필요하지만 교구 교화시스템으로 풀어야 한다"며 "출가교역자들의 재교육과 지역사회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식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 교당 중심의 교화가 어려우니 팀플레이로 현장교화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혼자 사는 출가자들은 네트워크 면에서 적극적인 활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스스로 웅크리며 외부세계와 담을 쌓는 경우도 생겨 공동체의식 형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아무리 능력있는 출가자라도 5, 6급지 교당에 인사가 되면 다음 인사만 바라보는 복지부동의 형태를 보인다. 인사를 통해 선순환의 성장구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인사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교구장의 인사역량에 따라 이동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좀 더 적극적인 다가섬이 필요하다.

1년을 같은 교구에 살아도 소통의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교구나 같은 지역 교당과의 교류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출가교화단회나 교구 출가교화협의회 이외 특별한 모임이 없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단독교무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교단 내 소통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도제교육, 문답감정 없는 공동체
현 교단의 공동체는 후진이 선진에게 다가서지 않으면 소통하기 힘든 구조를 지녔다. 선진이 먼저 챙기려 하면 후진은 간섭이나 부담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아 자제하는 형편이다. 선진들의 용기있는 다가섬(조언이나 따뜻한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일이나 공부에 있어 문답감정의 문화가 살아날 때 공동체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위에서 말했듯이 업무중심, 가족중심, 취미생활, 개인주의 심화로 스승님의 따뜻한 위로와 문답감정을 받기에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서 찾아가거나 스마트한 세상에 맞는 소통의 도구를 마련해 봄직하다.

최근 예비교무들의 간사과정이 사라지는 추세다. 간사과정 없이 입학하는 예비교무들이 증가한 데는 학업 이전의 중도 탈락률이 높기 때문이다. 도제교육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이 사라지면서 선진과 후진의 접촉면은 더 줄어들었다.

출가교역자들의 경제적 격차 문제도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도반에 대한 무관심이다. 출가교역자 중 어려움에 처해 있거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손잡아 주고, 경청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기다. 출가자들의 십시일반의 의식이 물질이든 정신이든 살아날 때 교단 공동체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교단 구성원들의 공동체 이탈 조짐을 파악하고 의식적으로 묶어나가는 정신적 작업도 병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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