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원음방송과 함께 하는 신앙·수행, 독송공부로 염불삼매
원창회 비롯해 교단사업에 열혈 후원, 대종사 만나 홍복

가을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던 날, 인권과 예향도시 광주를 찾았다. 멀리 보이는 무등(無等)산을 보면 늘 대산종사의 법문이 뇌리를 스친다. '무등등한 대각도인 무상행의 대봉공인'의 말씀이다. 무등(無等)이 주는 포근한 느낌과 다양한 해석 때문일 것이다.

자투리 시간 활용뿐만 아니라 독공에도 특별한 정성을 다하고 있는 무등교당 지타원 차경민(65·志陀圓 車敬敏) 교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했던 그는 중학교시절 입교한 후 한결같은 신앙심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다.

"교당법회에 20년 이상 무결석하는 것도 어쩌면 전생의 습관 때문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습관은 자연스럽게 집안의 경조사나 모임이 일요일을 피해 잡도록 했죠. 제 삶을 돌아보면 천복을 타고 난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남편, 자녀들이 더없이 좋은 인연들이고 더불어 원불교를 만난 것은 천운이라 생각합니다."

중학생 시절 입교한지 얼마 안되어 새벽기도에 나갔는데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생에 닦아온 습관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동석해 있던 전제환 교무도 한마디 거든다. "차 교도는 스스로 자랑하는 법이 없습니다. 위치로 볼 때 분수가 넘칠 것 같지만 전혀 그런 마음이 없어요. 특히 남에게 튀는 옷은 절대 입지 않아요. 자신은 절약하며 검박한 생활을 하지만 공도사업에는 아낌없이 헌공합니다." 전 교무의 말처럼 튀지 않는 가운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으로 교당을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대중은 기운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나 힘든 역경이 닥칠 때 '걱정하지마, 내가 할께' 긍정적이고 수월한 생각이 들도록 말합니다. 말 한마디가 주는 기운이 달라요. 매사를 긍정하는 것이 신앙이죠. '아이고 피곤해. 못하겠어. 미루자'라고 말할 때 제가 먼저 앞장 섭니다"

그가 이렇게 교당 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 자녀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박성우 교도)은 대학교수로 퇴직한 후 법회 주보를 만드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영문학과 선후배로 만나 결혼한 후 일원가족으로 도반의 길을 걷고 있죠. 감사하고 다행인 것은 큰아들이나 작은아들 모두 어렸을 적부터 교당에 다녔고, 특히 큰아들은 수원교당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대견합니다."

큰아들 내외는 유명대학 교수로, 작은아들 내외는 법조계에 재직하고 있어 '천복을 타고 났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옆에 있던 교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광주원음방송을 새벽좌선 시간 때부터 켜놓습니다. 신앙 수행의 사이클을 방송에 맞춰 놓은 셈이죠. 정오 전 일원상서원문을 함께 독송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요즘 방송되는 이성택 교무의 의두요목 법문이 참 좋습니다. 남편과 같이 공부합니다. 설법이며 경강, 교리문답, 원불교 소식 등 공부에 유익한 정보와 거리들이 많습니다. 일요일에는 꼭 오전6시 법회를 듣고 교당에 갑니다."

방송 청취가 남다르고 특별해서 그에게 '광주원음방송 시청자위원회 위원이냐'고 물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마음공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는 점과 원음방송의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틀어놓는다는 설명을 듣고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움직이는 교당'이라는 심정으로 교화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교구여성회 임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했다. 또한 원창회를 비롯한 육영사업회, 법은사업회, 군교화,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를 후원하는 열혈 공심가다.



"요즘 이 회상을 만난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허풍 같지만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제 죽음보따리를 챙기는 적공, 독공으로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종사님을 만난 홍복(洪福)을 실천해야죠."



그의 적공방법은 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투리 시간과 일과를 통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행하는 것은 일원상서원문 20분을 시작으로 영주, 청정주, 염불, 반야심경, 소태산대종사비명병서, 교단100주년 기도문, 대산종사 기원문결어, 대적공실 법문이다. 낭독이 아닌 암송으로 수행하고 있다.



"걸어서 교당까지 30분 걸리는 데 독공하기 좋은 시간이죠. 그리고 관절 보호를 위해 아쿠아 교실을 다니는 데 옆 사람과 잡담하지 않고 속으로 독송을 합니다. 독송을 많이 해서인지 수영장에서는 스마일 여사로 통합니다. 마음이 평화로우니 얼굴도 온화해 졌나 봐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그의 적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요. 젊을 때는 시를 좋아해서 낭송했지만 독경으로 바꾼 뒤에는 법에 대한 희열심이 우러나옵니다. 사람이 없을 때는 큰 소리로 독경을 합니다. 속으로 하는 것보다 소리 내어 독경할 때 공부가 더 재미있습니다."



버스 기다리는 15분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갈 정도로 염불삼매에 든다는 것이다. 독송하는 데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단전에 기운을 툭 부리어 한다는 것이다. 오랜 단련으로 그의 뒷모습은 30대 못지않은 꼿꼿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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