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와 순교, 시대에 맞는 사령으로 교화활동 펼쳐야

원기100년을 2개월 앞둔 시점에서 본사에서는 옛 것을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12주에 걸쳐 교단의 각 분야에서 희미해진 각종 사업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는 창조적 계승의 측면과 미래 에너지로의 승화를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주무·순교의 역할찾기, 교리강습회의 변화, 입교운동, 청소년지도자 산실 꿈밭과 학생 야영대회에 대해 살펴본다.

교단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재가교역자 주무와 순교. 교법과 스승에 대한 신심과 공심으로 충만했던 이들은 교당의 경제와 지역교화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100년성업을 앞두고 재가교역자의 바른 본보기가 되었던 주무와 순교의 역할과 변천과정을 살펴봤다.

▲ 전주교당 순교단원들이 상황설정을 한 후 역할극 시연을 선보였다. (2012년)


교단 성장에 중요 역할을 맡았던 주무·순교, 존재감과 역할 희미해져
〈원불교교헌〉에 '재가교역자는 원무, 교도회장, 부회장, 주무, 단장, 중앙, 순교 등의 종별을 둔다'고 명시했다. 주무는 교당의 교무를 보좌하여 교화 활동을 돕고, 교당의 유지·운영·관리 등의 중요 업무를 담당하는 재가임원이다. 교단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남 먼저 교법을 알아본 주무는 교당의 제반사항에 관여해 크고 작은 행사를 주관했다. 교도회장의 역할이 활발하지 못할 때 주무는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희사하고 교단 사업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원기48년부터 주무로 활동해 온 한 교도는 "교무의 뜻을 땅에 떨어뜨리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기에 아무리 힘든 일에도 기운과 정성을 합하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교도회장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았기에 주무 몇 사람이 교당의 손님 응접과 천도재 참가, 교당살림에 필요한 물품 구매 등 교무가 요청하는 일은 거의 다 협조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교도들의 애경사, 순교활동, 재가교도들의 신앙모델이 되었다. 교무들의 든든한 의지처가 되기도 했던 주무는 연원교당을 낼 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교당 근처에 살면서 지역민과 교도들로부터 명망과 신임을 받았기에 교단 사업을 이끌었고 교단 발전과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렇듯 실질적인 교화 활동을 펼치던 주무들의 역할에 변화가 찾아왔다. 교단적인 성장에 힘입어 단장·중앙의 교화단체제가 교당에 자리 잡고, 봉공회와 여성회가 조직되자 주무들의 교당 내 입지와 역할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교당의 대소사는 회장단과 단장, 중앙, 각 분과장이 중심되어 참가하는 교당교의회와 교화협의회 등의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의 결정에 의해 시행됐다. 봉공회와 여성회원들이 교당 일을 맡아서 처리했다. 교당의 규모가 커질수록 전문성을 갖춘 재가교도들이 분과에 참여해 교당 업무를 처리하니 점점 주무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낮아졌다. 물론 주무와 순교가 교당 유지 발전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가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실질적인 교화활동에 나설 기회가 적어진 것이다. 교도수가 적던 초기 교단 시절, 교무와 회장, 주무 몇 사람의 결정에 의해 교당 업무를 처리하던 시기가 지나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재가 출가교도들은 기존의 주무제도를 발전시키고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을 비쳤다. 현재 교당에는 주무란 직책이 존재하지만, 명예직이 많았다. 교도들은 규모가 작은 교당이나, 교무 혼자서 근무하는 교당일 때 단순히 살림을 하는 사람을 주무로 알고 있다.

▲ 교단의 주무인 원창회원들은 매년 훈련으로 주인의식을 고취한다.(2014년)

찾아가는 교화, 순교의 부활 기대
교단 내 순교의 의미는 두 가지다. 교무나 교당 요인이 교도 가정을 방문하여 교화하는 활동과 교화보조, 교도순방, 의식보급, 교당개척을 담당하는 재가교역자의 의미도 있다. 교단 초창기 시절 교무에게 순교는 필수 업무였다. 순교를 가면 그 가정에 교법을 전하는 것은 물론 독경과 가족상담, 생일기도, 취업기도, 입시기도, 환자기도 등을 권선해 직접 교화로 연결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순교를 하지 않는 교당이 늘고 있다.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집이 비어 순교를 가도 사람 만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전화 상담과 문자, 카카오톡과 밴드를 이용해 교도를 챙기면 된다고 여긴다. 각종 모임도 집에서 하다가 외부에서 개최하는 시대로 변한 것도 이유다. 교도들 또한 교무가 집을 방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니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순교를 시행해 교화 성장을 이뤄가는 곳도 있다. 사상교당 박진성 교무는 "교화단에 편성된 사람은 단장이 살피고 입교는 했지만 교당에 나오지 않는 사람은 교무와 순교가 챙기고 있다"며 "매주 수요일 순교 두 사람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찾아가는 대상이 교무와 순교에게 고마워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결국 교화로 연결 된다"고 전했다. 풍암교당 김성근 교무는 매주 금요일 잠자는 교도와 전체교도를 대상으로 반찬 순교를 한다. 김 교무와 순교는 교당에서 만든 반찬을 교도에게 전하며 서로의 정을 나누고 있다. 교당의 역할은 교도에게 법연과 불연을 놓지 않게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김 교무는 "순교를 통해 잠자는 교도의 쉬는 기간을 단축하고, 교무와 순교 얼굴을 익히게 해 차후라도 교당으로 편하게 나오도록 한다"며 "기존교도들도 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간단히 안부를 묻고 반찬을 전한다"고 밝혔다.

부산교당은 순교분과가 운영되고 있다. 매달 10만원의 순교비가 지급되며, 입교는 했지만 교당에 나오지 않던 교도가 열반하거나, 그 부모가 열반할 경우에도 일정금액이 지원된다. 30년 넘게 순교를 해 온 우윤전 교도는 "순교는 교도한테 관심을 가지는 활동으로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며 "교도보다는 교무가 순교 가면 더 반가워한다"고 전했다. 우 교도는 "보통 2~3년 공들이면 법회 잘 나오는 데 10년이 넘도록 공들였지만 아직도 법회출석이 잘되지 않는 교도가 있어 방편을 연구 중이다"고 전했다.

원불교학과 서원관 고원선 교무는 "최근에도 순교를 가서 교도를 입교를 시켰다"며 "교도를 만들고 공부의 깊은 경지로 안내하려면 순교는 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교단을 편성하고 순교노트를 만들어 대상자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기록하면 도움이 된다"며 "교무 혼자서는 힘들고 교도들과 함께 해야 교도의 개인 사정도 알고 설교의 방향도 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순교를 시행한 교도들은 "빈집이거나 집에 오는 것을 싫어해도 자꾸 가봐야 한다"며 "처음에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만 찾아갈수록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해 좋아한다"고 전했다. 사람이 없어도 물건을 남기거나 메모를 남기면, 당장은 만나지 못해도 나중에는 더 만나준다는 것이다. 순교를 맡은 교도들은 대상자들의 마음이 열려 교당 법회로 연결될 때까지 순교하고 있다. 한두 번 찾아가서 싫어한다고 포기한다면 누구를 교화하겠냐는 이들은 "순교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 집으로 오지 말라고 하는 그 말에 속으면 안된다"고 전했다.

주무와 순교의 바른 역할 고민할 때
남자교무가 여자 교도를 방문할 때, 여자교무가 남자교도를 방문할 때 순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많은 재가 출가교도들이 순교 활동은 소규모 교당과 시골에서 가능하다 했지만, 교화단 활동이 활발한 도시교당에서 순교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관계가 이해관계로 맺어져 있는 이때, 어느덧 교당도 교도에게 베풀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교당에서 교도에게 관심과 은혜를 베풀면 교도 또한 교당에 그 이상을 돌려준다는 것이 순교에 나선 교도의 말이다.

교무들은 주무의 역할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교화단 체제로 주무의 직책이 있으나 역할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당에는 집행기구인 분과가 운영되고 각 분과장은 직무에 따라 교당 운영과 유지관리에 합력하고 있다. 따라서 분과장을 주무로 사령하는 방안도 연구하면 어떨까. 또 교도인원이 적거나 단독교무가 근무하는 교당일 때 주무의 역할은 더 돋보인다. 교무가 임기를 마치고 이동할 때도 교당의 전반적인 사정을 잘 아는 주무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화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 주무와 순교를 알맞게 사령해 교화활동을 독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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