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회는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사회 안에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정신은 찾아 볼길 없다. 오직 피상적인 쾌락을 부추기는 극심한 소비주의와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사는 개인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만약 이런 세태에 교단도 물들어 간다면 문제는 크다.

본지 10월24일자 5면에 '원기100년을 앞두고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란 기획기사에서 출가자들의 공동체의식 퇴조를 뼈아프게 지적했다. 오직 신성단결로 뭉쳐진 조직이 100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공동체정신이 퇴조했다면 실로 심각한 일이다. 우리 교단은 타종교에 비해 규모나 역사 면에서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그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가족공동체와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우리 선진들은 반농반선, 이사병행, 영육쌍전의 정신으로 한 식구가 되어 신행공동체를 이뤄왔다. 정산종사께서는 "혈연과 법연이 다 소중하나 영생을 놓고 볼 때 법연이 더 소중하다"했다. 이런 전통은 혈연보다 법연을 더 소중하게 알고 살아왔다. 핵가족화가 공동체의식의 붕괴 요인이 되었듯이 교단도 구성원이 많아지면서 한 가족이라는 개념보다 조직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지난 10월19일 중앙총부에서 영산선학대학교 예비교무들로 구성된 'Y싱어즈'가 감사와 보은의 음악회를 열었다. 스승의 은혜와 교도들의 따뜻한 후원에 보은하는 뜻을 담은 가슴 벅찬 공연으로 선후진이 하나가 됐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하나 됨의 희열이었다. 'Y싱어즈'는 원기94년에 창단되어 영광, 광주, 부산, 대구, 서울, 전주 등을 순회하며 보은했다. 공연을 통해 각지의 교도들과 소통하며 자랑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흐뭇했다. 그런데 이번 무대가 마지막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오히려 원불교학과와 대학원대학교까지 확산시켜 가야할 프로그램이 아닌가.

초기교단에서 공동체정신의 실현에 큰 몫을 담당한 것은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작업이었다. 그러나 오늘 날은 정보와 문화가 이끄는 시대가 됐다. 전체가 하나 되는 합창이야말로 시대의 코드에 맞는 공동체의식을 배양하는 매체다. 공동체정신은 교단의 생명 줄이다. 우리 교단의 자랑이자 전통인 공동체정신이 퇴조하지 않도록 예비교무시절부터 법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기회를 더 배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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