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유무념 '법회출석'

"다른 것은 몰라도 법회는
결코 빠지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법회를 보고 나면 행복감과
성취감이 피로를 덜어주었다"

원기92년 12월8일 입교를 했다. 입교하게 된 동기는 부친의 49재를 지내고자 이곳 저곳을 알아보다가 원불교에서도 천도재를 지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49일간 정성을 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법문하에 귀의하게 됐다. 어쩌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주고 가신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반송교당에 처음오던 날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교당 교무의 법명이 '귀인'이었다. 아버지의 열반 때문에 입교를 결심하긴 했지만, '내가 귀인을 만나러 여기에 왔구나!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네' 하는 생각이 마음 가운데 들었다. 더욱 놀라게 된 것은 교도증을 받는 순간 법명과 속명이 한문은 다르지만 한글이 똑같았다. 그래서 원불교는 나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당을 다니면서 결심이 하나 섰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법회는 결코 빠지지 말고 다녀보자' 는 다짐이다. 법회에 오면 설법을 들으며 그간의 고민과 번뇌가 정화되었고,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에 힘이 쌓이는 것 같아 뿌듯함까지 느꼈다. 입교하고 초창기에는 아내와 토요일 저녁마다 싸우는 게 일상이었다. 아내는 "제발 사이비종교 믿지말고 차라리 교회나 가라"고 하면서 교당을 못 가게 했다. 어떤 날은 일요일 아침에 교당 가는 것 때문에 싸우고 나서 아이들만 남기고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다. 내가 교당을 가나 안가나 볼려고 의도적으로 말이다. 어떻게 해야될지 참담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5살 아이는 뒷좌석에, 3살 아이는 카시트에, 이렇게 두 딸을 차에 태우고 교당으로 향했다. 법회가 끝날 때 쯤 아이들이 걱정되었는지 아내가 "지금 당신 어디에 있느냐?"고 전화가 왔다. "교당이라고!, 곧 갈꺼라고!"하니 집사람이 "완전히 미쳤다"고 했다.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집사람은 교당가는 걸 심하게 간섭하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게 3년쯤 교당을 다니고 있을 때 또 다른 경계가 찾아왔다. 2008년 11월부터 노조파업으로 회사를 못 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교당도 열심히 다니고 성실히 살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지? 교당은 계속 다녀야 하나, 법회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요일마다 고민과 갈등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교무께서 설교시간에 '은생어해, 해생어은'에 대해 말씀했다. 나는 그때 '바로 이거다! 법신불 사은께서 나의 신심을 테스트 하는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다. 무노동 무임금의 6개월 파업기간 동안 생활비를 벌기위해서 밤11시부터 아침9시까지 야간 알바를 해야만 했다. 일이 끝나면 몸이 피곤해서 차라리 집에 가서 자버릴까 하는 생각도 수없이 들었다. 그렇지만 법회는 빠질 수가 없었다. 힘들게 법회를 보고 나면 어디선가 밀려 오는 행복감과 성취감이 몸의 피로를 덜어 주었다. 6개월간의 파업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을 때, '아! 법신불 사은의 공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절실히 느꼈다. 한 번은 회사일로 2주간 경기도 일산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일요일은 교당가야 되는데…' 하는 것이었다. 파견기간에 일요일이 한번 포함되어 있어 법회출석을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교당을 검색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일산교당을 찾아갔다. 아는 사람도 없고 어색했지만 느낌은 아늑했다.

8년 9개월 동안 법회를 딱 2번 빠졌다. 한 번은 노조활동으로, 한 번은 당직근무로, 유념은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법회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닌 결과, 나의 집에 법동지가 두 명이 생겼다. 두 딸이다. 처음에는 교당 가는 걸 완강히 거부했다. 왜냐하면 일요일 아침에 엄마랑 목욕탕 가야 되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교당갔다 와서 내가 목욕시키는 것으로 하고 지금까지 2년 가까이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인지라, 원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큰 딸의 내성적인 성격이 교당 다니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어 아내도 좋아한다. 아마도 조만간 '교당 같이 가자'고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얼마 전 일이다. 회사에서 일요일 재고조사가 있다고 특근할 사람을 신청 받았다. 일요일 특근을 하면 13만원 정도 특근비가 나온다. 짭짤한 금액에 땡겼다. 그렇지만 법회를 가야 하기 때문에 잠시 갈등하다가 과감히 포기했다. 특근은 다음에 또 할 수 있지만, 그 날의 법회는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포기할 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법회는 포기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교도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교구 반송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