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항상 진보·발전되어야 한다'

▲ 핀란드에 소재한 수잔나 레이논 컴퍼니의 대표·공연기획자 수잔나 레이논.
10월7~11일 서울에서 열린 서울아트마켓 팸스링크(PAMS LINK 2014)의 57편의 작품 중에서 유일한 외국팀으로 참가한 샤코다(Shcoda)그룹. 서울아트마켓은 국내외의 예술작품을 홍보하는 행사로 '팸스링크(LINK)'는 공식 쇼케이스 프로그램인 '팸스초이스'와 달리 단체들이 공연장 대관문제 등을 스스로 해결해서 쇼케이스를 여는 것이다. 사전 주관기관인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심사과정을 거친 총 57편의 다양한 작품들이 국립극장과 서강대 메리홀대극장 등 서울시내 주요 극장에서 국내외 관객들에게 예술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그 중 10월 7일 서강대 메리홀대극장에 올려진 샤코다(Shcoda) 그룹의 현대무용 4개 단체 공연은 작품자체뿐만 아니라 공연기획에서도 많은 이들의 흥미를 유발시켰다. 삼동인터내셔널과의 교류로 미얀마, 라오스 등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펼치고 나아가 예술치료프로그램까지 개발하고 싶다는 수잔나 레이논(Susanna Leinonen). 그를 만나 샤코다와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샤코다(Shcoda)란 ?
샤코다는 수잔나 레이논 컴퍼니(Susanna Leinonen)와 카리 앤 로니 마틴(Kaari&Roni Martin)컴퍼니, 2개의 핀란드 무용단과 벨기에의 라베리타(La Verita) 컴퍼니, 그리고 한국의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총 4개의 단체가 콜라보레이션을 한 그룹으로 현대무용팀들의 협업공연 프로젝트이다. 좁다면 좁은 예술세계에서 관객과 무대의 벽을 깨고 전세계에서 예술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만 선보이는 공연이 아닌 일반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핵심을 가지고 기획됐다.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상하이 페스티벌에 참가를 원하는 팀을 공모했고 24개국 총 97개단체가 지원을 했다. 그 중 무용단의 능력, 색깔과 참여의지 등을 반영해 수잔나 레이논 컴퍼니 외에 3개 단체를 선정해 그라우 팀 샤코다 인 코리아를 서울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 선보인 4편의 작품은 수잔나 레이논 컴퍼니의 중력의 손짓(Touch of Gravity), 라베리타 컴퍼니의 몸 뒤에서(Behind the Body), 카리 앤 로니 마틴 컴퍼니의 갈까마귀(The Raven), 그라운드제로프로젝트의 동행이다.

중력의 손짓은 초고속영상기법을 활용한 비디오와 무용수들의 움직임, 어두운 조명이 깊은 신비감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흐름, 표류, 부유, 자궁 등의 이미지를 영상과 몸 움직임을 통해 나타냈다. 우리가 사는 곳에 중력이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을 표현해 낸 것이다. 라베리타 컴퍼니의 '몸 뒤에서'는 남녀 2인 무용수가 무용수들의 삶을 표현해 냈으며, 갈까마귀는 여자 무용수의 독무로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고 플라맹코 춤에 기반한 초현실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동행은 한국에서 여러 차례 선보인적 있는 작품으로 개인주의적 사회에서 느끼는 인간의 외로움을 표현한 2인무 작품이다. 4편의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작품들은 앞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펼치며 작품 홍보활동을 할 것이다.

- 공연기획자가 된 계기
9살에 발레를 처음 시작했는데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발목을 다쳐서 발레를 할 수 없게 됐다. 그 후 우연한 계기로 유럽에서 열린 안무 컨테스트에 참가를 해서 여러 안무가를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발레의 테크닉을 현대무용과 결합시켜 나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운 좋게 프랑스에서 유명한 기획자를 만나 프랑스, 런던, 함부르크 등 세계 투어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 국립 발레단과 함께 협업공연을 펼치면서 잘 알려진 연출가들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운이 좋았다.

내 공연을 보면 항상 영상이 무대에 선보여 진다. 그 비디오 디자이너가 바로 남편이다. 남편은 핀란드 국제발레단 무용수이며, 영상제작을 도맡아 해준다. 각도, 앵글, 포커싱 어느것 하나 쉽게 생각하지 않고 애착을 가지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탄생시킨다. 예술의 세계는 좁고 무용수들도 한정이 되어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내가 공연기획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예술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학생들과 노인 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술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기 때문이다. 예술은 항상 진보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 와이어액션을 곁들인 중력의 손짓(Touch of Gravity)공연의 한 장면.

- 한국, 그리고 삼동인터내셔널과의 만남
2000년에 수잔나 레이논 컴퍼니를 설립한 후, 핀란드에서 아티스트들을 섭외해 매년 한번씩 프로덕션을 선보이고 있었다. 보통 핀란드에서는 자국민들을 위해 공연을 선보이는데 이미 알려진 유명한 팀이 아니면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다. 유명한 팀과 새로운 팀이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면 관객을 모으기도 쉽고, 좋은 공연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른 국가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했다.

국제현대무용제인 모다페(MODAFE 2009)와 시댄스(SIDance 2010)로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 서울아트마켓에 또 참여하게 되면서 한국과 제3국에서 지속적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싶은데 도움을 받을곳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고, 삼동인터내셔널과 첫 번째 파트너를 맺게 됐다. 우리의 공연과 삼동인터내셔널의 인프라가 만난다면 북유럽의 예술가들이 아시아의 인프라안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지금 현대사회는 한 국가위주보다는 지구촌이다. 여러 국가들이 인접해 있고 세계 각국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협업공연을 통해 관객의 층도 넓어지고 그것이 수익으로 이어져 전문안무가나 댄서들이 더 큰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앞으로 삼동인터내셔널과 함께 네팔, 라오스 등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찾아가 공연을 하고 새로운 예술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중력의 손짓 작업이 마무리 됐다. 내년 5월까지 핀란드에서 공연기획에 대한 강연이 예정돼 있고, 또 다른 작품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자본이 중요하듯 세계 곳곳의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모아 새로운 작품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요즘 젊은사람들은 물질 문명속에서 살다보니 스마트폰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세상에는 배울 것들이 많고 새로운 것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젊을 때 많이 부딪쳐 보고,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공간이 아닌 실생활에 다가섰으면 좋겠다.

예술은 발전하는 분야로 새로운 소재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접목시키면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다. 삼동인터내셔널 학교가 있는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 미얀마 등의 지역주민들과 아이들,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사람들을 찾아 새로운 배움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설렌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스마트폰이 아닌 다양한 공연과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꿈을 찾는, 도전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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