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고 순수한 매력, 불편하지만 행복한 문화답사

▲ 부탄 소재 히말라야 산맥에는 망자를 기르는 하얀 마니다(기도 깃발)가 곳곳에 있다. 이 마니다는 관음보살에게 드리는 특별 기도로 망자의 죄를 씻는 의미로 걸리게 된다. 마니다는 주로 강이 보이는 높은 지점에 무리를 지어 위치해 있다.
히말라야 산맥 남동부의 산기슭에 있는 나라 부탄. 국토의 대부분이 2000M 이상의 산악지대다. 우리에게는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10월23일~11월1일 문화사회부 문화사업회 주관으로 부탄왕국 불교 유적지 문화답사가 진행됐다. 부탄왕국 유적답사에 앞서 '히말라야의 보석 시킴과 다질링 지역' 문화답사도 이뤄졌다. 현지 문화답사를 하는 동안 유기농트래블 대표 최은단 가이드가 소개해준 내용 중 '삶과 죽음'에 관한 부분을 간추렸다.

죽음은 내세로 가는 출발
부탄왕국의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약 1/5크기다. 종교는 75%가 티벳불교를 믿는다. 평균수명은 66세다.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에서 장례식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즉 부탄에서 결혼식은 화려하게 치르지 않지만 장례식은 정성을 다한다. 종교적인 의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례식은 관혼상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다. 가령 부모가 열반할 경우 49일간 일을 쉰다. 49일이 길다고 생각되면 7일, 21일, 35일, 49일을 선택한다.

매일 스님과 함께 불공을 드리고 독경을 한다. 가능한 여러번 독경을 올려야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훌륭한 스님이 참석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큰 행복으로 여기고 있다. 부탄에서 죽음은 내세로 가는 출발이다. 그러므로 다음 생에 대한 중요한 의식인 장례식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부탄사람들의 가치관이다.

인도와 큰 문 하나 사이로 부탄인 도시 푼촐링. 푼촐링에서 수도 팀부는 180km이지만 6시간이 소요된다. 고산으로 오르는 S자 도로 큰 바위 아래는 작은 인형처럼 보이는 흙으로 만든 형상이 놓여 있다.

▲ 바위에 파드마 삼바바 부처님을 그린 후 그 아래 망자들의 유골을 놓아 뒀다.

최 가이드는 "묘를 쓰지 않는 부탄 사람들은 장례를 마치고 화장을 한 후 흙과 유골을 뭉쳐 틀에 넣어 49개의 형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형상을 큰 바위 아래에 둔다"고 소개했다. 비와 바람에 의해 부식되며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장례가 발생하면 국가에서 300달러 장례비가 나온다. 부탄의 수도 팀부 타시초총에서 강을 따라 2km 떨어진 곳에는 화조화장터가 있다. 이곳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정에서는 길일을 택해 장례를 치르기 때문에 장례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 문상 온 사람들은 모든 상가에 부조를 하고 문상을 한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형제라는 생각 때문이다. 문상객들은 큰돈을 부조하기 보다는 작은 돈을 부조한다. 화장터에는 잔돈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부탄에서는 49재까지는 알뜰히 챙기지만 기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열반인들은 윤회를 따라 새생명으로 태어났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 큰 바위 아래 곳곳에는 망자들의 유골이 안치돼있다. 이 유골은 화장을 한 후 흙과 버무려 탑형태로 만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푸나카체추, 축제
푸나카종은 부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종이다. 푸나카종에는 현실세계와 영적 세계를 연결해 주는 푸나카체추, 축제가 있다.

부탄 국립박물관에는 축제에 사용하는 갖가지 탈을 그룹으로 전시해 두고 있다. 부탄 현지 가이드는 벽에 걸린 탈과 '락사망찬' 동영상을 보며 이와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푸나카축제에 관한 내용은 문화답사를 마친 후 채널A 개국2주년 특집 다큐를 통해 자세히 학습 할 수 있었다.

푸나카축제는 사후 세계에 관한 즉 염라대왕 앞에서 이승에서의 삶을 심판 받는 시간이 있다. 돈이 생기면 절에 시주부터 하겠다는 사람들이 부탄 사람들.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은 스님에게서 노란실 쑹키와 검은 환약 질라벤을 받는다. 이 두 가지는 축복의 의미를 갖고 있다.

푸나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락사망찬'이다. 죽은 이가 생전에 했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저울에 재어 심판 받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 한 것이다. 하얀 탈은 신을 상징하고, 검은 탈은 악마이다. 천사들이 나타나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을 극락으로 인도해 가는 것이다.

'락사망찬'은 욕망과 쾌락의 삶보다는 부처님 가르침 따라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부탄 사람들은 착하게 살지 않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한 대가가 온다는 것을 믿고 있다.

부탄은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대승불교의 보루다. 국민들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종교적 행사는 생활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병에 걸리면 점성술사나 절을 찾아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위안을 받는다. 부탄에서 불상은 기도의 대상이며 부처로 숭배하고 공경할 뿐이다. 감상하는 사람은 없다.

부탄 사람들의 행복 DNA
채널A 특집 다큐에서 박범신 작가는 "부탄 사람은 행복 DNA를 타고난 듯하다. 있는 것을 나누고 돕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한다. 비우는 것이야 말로 행복의 문이다"며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은 산은 사람의 마음이다. 오욕칠정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보다 더 높은 것은 허공이다. 허공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겸손으로 우주를 받아 내 마음속에 품는 길 밖에 없다"고 부탄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부탄에서는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룰이 있다. 즉 ▷Love yourself (너 자신을 사랑하라) ▷Do good (~에게 도움이 되자) ▷Always forgive (항상 용서하자) ▷Harm no one (해를 끼치지 말자) ▷Be positive(긍정적으로 생각하자)이다.

이 다섯 가지 룰은 학생들이 매시간 수업에 들어가기 전 1~2분 명상을 한다. 또한 교실에는 불교국가를 상징하는 여러 개의 만다라가 걸려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국민총행복지수에 참여하도록 하기위해 교사들이 국민총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GNH 토론에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국민총행복지수의 축은 물질적 발전과 정신적 측면의 균형발전, 전통문화의 수호, 올바른 통치, 자연환경 보호, 지속 가능한 발전 4가지이다. 2년마다 조사하는 GNH는 일일이 대면조사를 한다. 설문내용은 기도는 아침마다 한번씩 하는가 등 하루기도 횟수, 정신건강 측면을 측정하는 우울증은 없는가, 농작물 피해는 없는가 등 총 9가지 주제로 250개 항목을 일일이 질문한다. 9가지 주제는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사용, 교육, 문화, 정부, 공동체 활력, 환경, 생활이다. 이 조사를 마친 후 지역별로 감정지도를 작성해 정책에 반영한다. 2010년 GNH 결과는 89%를 나타냈다.

부탄의 최근 고민은 '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심각해지고 있다. 옛 수도 파로와 현재의 수도 팀푸를 비교해 보면 그 현상을 쉽게 볼 수 있다. 팀푸를 진입하는 외곽에는 신도시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탄왕국과 인도 시킴, 다질링 문화답사에 참가한 23명은 "고령의 나이를 잊고 오지여행을 스스로 선택한 행복자들이다"며 "티벳 불교의 순수성과 전통을 지켜가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고 답사 공감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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