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바자회를 했다. 우리 교당은 오랫동안 귀한 고들빼기 김치를 출품해왔다. 헌데 이번에는 태풍 뒤끝에 남쪽에서 고들빼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급기야 김치 담그기 전 날까지도 고들빼기를 못 구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일하는 교도가 봉공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고들빼기 구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예정대로 교당에 가지고 간다." 정말 다행이다. 고들빼기 구하기 초특급 작전같았다. 다음날, 고들빼기는 교당에 무사히 도착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몇 년째 바자회로 원불교와 인연을 맺어왔다. 고들빼기를 구해준 그곳의 팀장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교도의 동료들은 좋은 일 하는 바자회라는 것을 알고 종교와 상관없이 기꺼이 협력해 주었다. 재료 가격도 엄청 저렴하게 해줬다고 한다. 평소에도 교도는 동료들에게 "원불교에서 이것 주었다", "원불교에 일하러 간다" 등등 자신이 정말 좋아하기에 늘 기쁘게 밝힌다고 한다. 원불교 교도가 많지 않는 현실에서 자신이 교도임을 떳떳히 밝히고, 교단을 드러내는 이런 말과 행동은 대종사께서 교단품 33장에서 밝힌 '자기의 실생활에 이 법을 잘 활용하여 어느 모로든지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 은연중 이 회상의 발전에 공헌하는'것과 같이 이 회상의 창조자이다.

우리가 가정, 직장, 그리고 교당에서 원불교가 아무리 좋다고 선전을 하고, 법회에 가자고 손을 잡고 끌어도 마음이 나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올 수는 없다. 설령 권하는 사람의 얼굴 봐서, 부모님 체면 봐서 한 번쯤 나온다 치더라도 그게 두 번, 세 번 그리고 매주 출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트에서 일하는 교도처럼 스스로가 먼저 이 교법에 감동을 하고, 삶에서 교리와 제도를 응용하고 실천하여 가정의 변화를 이루고, 직장에서 기쁨이 되는 창조자가 될 때, 원불교 교화와 이 회상의 가치는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교화가 어렵다고 한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교화가 무너졌다고 한다. 나는 먼저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다. 나는 교화가 즐거운가.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는 게 정말 보람찬가.

교단 초창기에 영광 길룡리에서 낮에는 언답을 막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기쁨이 넘쳐났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제일 간절하고, 제일 재미가 났던 사람은 다름아닌 대종사 자신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일의 잘 될 것을 믿고 혼자서 스스로 즐거워한 '심독희자부(心獨喜自負)'의 대종사의 마음과 대산종사의 '아는 사람 책임이다'는 법문이 내 마음에 면면히 이어진다. 참 든든한 에너지를 솟아나게 한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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