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들이 수련에 참가해 주문현송을 하고 있다. 동덕들은 주문현송에 집중한 결과 한울님의 기운을 느기는 강령 체험을 한다.

 

'한울님 위하는 주문으로 내 안의 한울님을 만나다'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11월 저녁, 부산시 동구 초량동에 있는 천도교 부산시교구를 찾았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이 인접한 이곳에 도착하니 건물 외벽에 있는 글귀가 시선을 끌었다. '수행덕목, 밥은 한울님 은혜를 생각하고, 도는 스승님 은혜를 생각할 것이니, 삼가 파혹하여 대도를 순성하라'. 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으니 박차귀 선도사(교역자)가 반갑게 맞아줬다.

21자 주문 수련으로 한울님과 기운 통해
부산시교구는 올해 7월 교구 창설84주년 기념식을 가질 만큼 역사가 깊은 곳이다. 부산시 남부, 대연, 동천, 동부산, 북부산 6개 교구가 이곳에서 독립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교구에서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월례수련은 30년 넘게 진행돼 왔으며, 11월로 362차를 맞았다. 매월 1~7일 진행되는 수련은 부산시 내에 거주하는 천도교 교인이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다. 오후7~9시,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 수련은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김길철 부산시교구장이 개강사와 폐강사를 진행한다.

천도교는 재가 출가의 구분 없이 덕을 나누는 사람의 의미로 서로를 동덕이라 부른다. 이들은 입교 후 5년 이상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해 온 교인을 대상으로 여자는 3음절로 된 당호를, 남자는 2음절로 된 도호를 내린다. 손주를 포함 5대에 걸쳐 천도교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 선도사는 정신당이란 당호를 받았다.

4일, 교구 3층에 위치한 기도실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놓인 방석과 천도교 1~3세 교조가 직접 지은 〈천도교 경전〉이, 청수를 올리는 단상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6시가 넘자 30~80대로 보이는 천도교 교인들이 기도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만날 때마다 "모시고 반갑습니다"라며 큰 절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전했다. 수련에 앞서 집례(사회)를 맡은 성수당 박종자 동덕이 단상에 청수를 봉전했다.

7시가 되자 참석자들은 시작하는 심고를 올린 후 21자의 주문 '지기금지원위대강(至氣今至願爲大降)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을 현송했다. 현송이란 천도교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이 한울님으로부터 받은 21자의 주문을 외워 도를 깨닫는 수련법이다. 주문 현송을 통해 자기 안에 모셔진 한울님과 천지에 있는 한울님의 기운을 서로 통하게 해 자신이 한울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교인들은 주문을 외울 때 일심일념으로 뜻을 생각하고 주문이 내 몸 밖에 있지 않고 반드시 내 몸 안에 있도록 기운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기도실 내부는 참석자들의 열정적인 주문 소리로 채워졌다. 주문 수련시 특별한 호흡법이나 자세를 요구하지 않기에 참석자들은 정성과 일심의 마음으로 수련에 임했다. 다만 21자 주문이 길기에 자신만의 리듬을 타는 것이 중요해보였다. 바른 자세로 앉아 주문을 현송하던 참석자들은 강령 체험(한울님의 기운을 느끼는 것)에 들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손을 빠르게 떨기도 했다.

주문 현송에 집중한 결과로 보였다. 참석자들의 주문 현송이 낭랑해지고 하나의 소리로 들리기 시작하자 성수당은 다음 순서인 묵송을 진행했다. 묵송은 참석자들이 21자 주문을 소리 내지 않고 그 의미를 새기며 마음으로 외우는 수행이다. 주문 소리로 가득했던 기도실은 이내 엄숙한 침묵이 감돌았다. 참석자들은 주문 현송과 묵송을 반복하며 천지에 퍼져 있는 한울님과 자신이 한 기운 한 몸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주문 21자를 현송과 묵송하는 수련을 통해 자신의 청정한 본래 마음자리 즉 한울님을 찾아가는 소통의 장을 경험하는 것이다.

수도와 실천 아우르는 동덕 지향
묵송 후 이들은 〈천도교 경전〉 의암성사법설 '대종정의'를 봉독하고 그 의미를 새겼다. "교는 한울의 큰 정신이니 사람은 이 정신 범위 안에서 나고 이루어지는 것이니라~인내천을 인정하는 마음이 그 주체의 자리를 점하여 자기 마음을 자기가 절하는 교체로, 한울의 참된 원소의 극안에 서나니 이것은 인간계에서 처음으로 창명된 대종정의라 말함이 족하도다."

이어 천독송(성가) 8장 권학가와 사계명을 암송하고 이날의 수련을 마무리했다.

박 선도사는 "한이 없는 너른 울 속의 임자를 한울님이라 하고 이는 이웃종단에서 말하는 절대적 진리와 조물주와 같은 것이다"며 "한울님과 바로 소통하기 위해서 천도교인은 이 같은 수련을 정기적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시행하는데 수도(주문, 경전)와 실천을 반드시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천도교 동덕으로 살아온 지 40년이 됐지만 수련에 참석한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성심당 김양옥 동덕은 "사업 실패한 남편에 대해 원망을 하며 살다 보니 건강도 좋지 않았고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수련을 통해 내 남편 잘못이 아니라 모든 일이 다 내 탓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는 소득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이곳에 와서 수련하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아픈 것 역시 잊어버리는 것이 낫는 방법이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이다"는 등의 수련 감상을 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울님의 뜻과 기운을 통해 맞춰 살면 은혜와 덕이 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련시 무아지경으로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주문을 외우다 보면 한울님의 기운을 받고 자신과 소통이 되어 심화기화를 체험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한울님을 모시고 있는 귀한 존재로 알고 있는 이들은 믿음만 강조하는 종교인보다 생활 속에서 바르게 덕을 실천하는 종교인으로 살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사람이 곧 한울님'이라는 믿음을 갖고 끊임없는 수도와 실천으로 자신의 마음이 한울님 마음이 되고, 한울님의 경지에 올라 다 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염원으로 정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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