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으로 상생의 기쁨 누려'

▲ 튀니지의 사하라 사막과 베두윈 가이드. 외국자본의 여행상품보다 현지인가이드를 고용하는 것이 현지 소득에 더 도움이 된다.
100만원짜리 한국여행, 국내 수입은 1~2만원
기부하는 여행, 세계교화 현장 방문으로

신들의 섬, 신혼여행지 1순위. 바로 인도네시아 발리 이야기다. 혹자는 말한다. 한국인 중 발리에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가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한해 발리를 찾는 900만의 관광객 중 대다수인 한국인들. 우리에게 발리는 어쩌면 제주도보다 심리적으로 가깝고 쉽다.

그런데 마냥 좋기만 할 발리에 대한 이상한 문제가 하나 있다. 수십년간 그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발리에 갔는데, 어째서 발리 사람들은 부자가 되지 못했을까. 분명 발리에서 자고 먹고 노는데, 그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혹은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과연 내가 발리에서 썼던 돈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이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름 '공정여행(Fair Travel)'의 의문은 여기서 출발한다. '몰디브가 그렇게 좋다더라', 해서 가보면 몰디브 주민들을 도통 만날 수 없다는 것, 근사한 리조트의 높은 담장 너머 쓰레기를 뒤지며 사는 가난한 사람들, 리조트에서 하루 일당 몇 달러로 헐값에 노동력을 파는 사람들, 관광객들이 펑펑 낭비한 물 때문에 매일 수십킬로를 걸어 더러운 우물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 우리가 휴가로 찾는 발리며 몰디브, 보라카이, 푸켓과 같은 여행지들의 진실이다. 관광객들은 에어컨 펑펑 나오는 버스를 타고 다국적기업의 숙소에서 자고 외국자본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현지인들, 그곳에서 나고 자라 그 땅을 지키고 가꾸는 원래 주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무시와 천대, 환경파괴와 약간의 팁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힐튼호텔에서 자고 맥도날드에서 밥을 먹고 경복궁 보고 돌아가는 거다. 분명 우리 땅의 자원과 에너지, 먹거리를 사용했지만 그 수입은 전부 외국에 돌아간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득은 세금과 입장료, 기념품 정도로 그보다 더 큰 환경파괴와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만약 힐튼호텔이며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직원들 월급이 있다고 반문한다면, 그것이 '관광수입'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 스와질랜드 까풍아교당 김혜심 교무가 에이즈재가환자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 여행지와 가까운 세계교화 현장을 찾는 것도 기부하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여행에 쓰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그 중 40만원은 비행기에, 20만원은 여행사에, 또다른 20만원은 숙소에서 먹고 마시는 비용이다.

1998년 만들어진 영국 NGO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은 여행에서 우리가 쓰는 돈 70~85%는 외국인 소유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현지에 돌아가는 것은 1~2%뿐이라 했다. 외국인이 100만원을 들여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인이나 한국회사는 1~2만원 수입 뿐이라는 거다.

이러한 불합리에 일찌감치 눈을 뜬 영국 및 유럽국가들의 정당한 의문과 분노는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공정하다는 의미의 'Fair'가 붙은 공정여행(Fair Travel)이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여행자들의 고민이 됐다. 현지인에게 돌아가지 않는 소득과 환경파괴는 물론 노동력 착취와 인권침해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멋지기만 한 여행 이면에 깔려있었다.

국내에서 '공정여행 바이블'로 알려진 임영신·이혜영의 저서 〈희망을 여행하라〉에는 이와 같은 반인권적이며 불공정한 여행을 방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있다. 이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수칙으로 배낭여행은 물론 패키지여행을 하면서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다.

▷ 지구를 돌보는 여행 : 여행자 한 사람은 매일 3.5kg의 쓰레기를 만들고 0.4ℓ의 물을 사용한다. 객실 하나는 지역주민들이 사용하는 전기량의 30배를 사용하는데,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하루 두세시간밖에 전기를 공급받지 못한다. 이산화탄소로 대기오염이 심한 비행기보다 배나 차 이용하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물 낭비하지 않기 등을 지켜보자.

▷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이나 의료보험도 없이 일을 하며 가혹한 환경 속에 근무하고 있다. 그들을 존중하고 대화하며,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나 여행사를 선택하자.

▷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공정여행자들은 여행에 앞서 '맥도날드 대신 지역 음식을 먹겠다', '전세 차량 대신 지역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음식점, 현지인 가이드를 이용해보자.

▲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코피노어린이재단. 현지 NGO에 방문하거나 여행비의 1%를 기부하는 것도 공정여행의 방법이다.

▷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세계의 대부분의 여행지에서 공정무역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헐값에 판매하는 조악한 기념품들은 어린이 노동자들과 여성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만든 제품들이며 이 때문에 어린이 인신매매가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해보자.

▷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몰디브는 이슬람국가로 핫팬츠 차림이 금지되어있고, 티베트의 오체투지는 사진 촬영이 안된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부끄러운 우리가 되지 말자. 한국에선 한국식 예의를 지켜야 하듯 현지에선 그 문화에 따라야 한다.

▷  상대를 존중하는 여행 : 우리가 그렇듯,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허락없이 사진찍는 것을 싫어한다.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마구 찍어대는 사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여행자들이 여전히 많다. 내가 싫으면 상대도 싫다는 것을 기억하자.

▷  기부하는 여행 :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길 위의 아이들에게 1달러를 쥐어주는 것보다 그들이 빈곤을 끊을 수 있도록 교육을 받게 하는 단체, 학교에 여행비의 약간을 기부해보자. 짧은 자원봉사로 온기를 전해도 좋다. 특히 교단의 다양한 국제교화 현장을 찾는 것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유치원이나 병원, 학교 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교당이나 센터들을 방문하거나 기부하는 것으로 여행지의 지역사회와 세계보은봉공에도 공헌할 수 있다.

▲ 아라빅으로 쓴 감사편지와 기념품 천원. 그 나라의 언어를 알거나 책을 가져가는 것은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공정여행은 이 밖에도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친구가 되는 여행', '행동하는 여행'을 더해 총 10가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여행 중 조금만 신경쓰고 한번만 더 물으면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수칙들이다. 한정된 시간과 돈, 에너지로 뭔가 다른 여행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가 지키고 싶은 공정여행 수칙으로 유무념 기재를 해보자. 여행이 더욱 풍부해지며 상생하는 기쁨도 얻을 수 있는 공정여행 가이드라인, 이 조항들은 '더 착하기 위해' 지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공정해야 했었던 것을 뒤늦게 바로 잡기 위해 지켜가자는 의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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