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여름이다. 방학을 맞아 시골에 가면 하루 종일 뛰어 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흐르는 땀을 씻고 싶어 물가로 달려가 펌프질을 해도 도무지 물은 나오지 않고, 이런 나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물 한 바가지를 펌프 안에 붓고 몇 번 움직이니 금세 시원한 지하수가 콸콸 쏟아졌다. 지금도 그 물맛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펌프 안에 있는 공기를 빼내고 저 깊은 지하수(原水)를 끌어 올리기 위해 '먼저 마중 나가는 물'이란 뜻이다.

원기100년을 40여일 앞둔 지금,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성찰해 본다. 총단회와 중앙교의회, 그리고 100년기념성업회 위원총회를 보면서 여전히 소태산대종사가 밝힌 '정신개벽'의 동력을 끌어올릴 그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 4일,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원불교! 새로운 100년을 탐구하다' 학술대회는 모처럼 우리들의 현실을 진솔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이었다. 교화, 복지, 교육, 전무출신정신, 재가출가 역할재정립이란 5가지 아젠다는 마치 우리의 고민을 콕! 찍어 낸 것처럼 반가운 '마중물'이었다.

카이스트 원불교교우회 조세웅 교도는 "교화를 위해서는 출가의 성스러운 도덕적 가치와 재가의 보편적 지성이 만나져야 한다. 유전자 정보가 다양해야 생태계에서 살아날 수 있는 생존력이 강해진다. 이제는 20대 청년원무 시대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출가만이 정보를 독점하지 말고, '법위'란 명확한 기준에 바탕 해 실력있는 지도인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최근 원광디지털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마음공부지도사 연수가 있었다. 대부분 교도회장단, 단장, 중앙, 원무 등 재가교역자들이 이수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양질의 교리공부와 체계적 교육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온라인 학습과 오프라인 실습을 병행한 교육과정은 교법에 대한 확신과 교단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했다.

원기95년 정책연구소에서는 '교역자제도 혁신과제'로 '단장의 핵심인재화', '재가교역자 양성', '원격교육을 활용한 학습체제 구축'이란 프로세스를 밝힌 바 있다. 이를 원디대에서 묵묵히 실현해 낸 것이다. 또한 출가자 양성에 쏟는 재원과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재가교역자 양성에 쏟는다면 새로운 교화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재가교역자 성장을 위해 모든 네크워크를 동원하자. 출가교역자의 역량도 자연 강화될 것이다. 마음공부사회화와 법회중심의 교화패턴을 벗어날 기회도 창출해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정신개벽의 원류를 끌어올릴 100년성업의 진정한 '마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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