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덕성으로 오래 오래 공을 쌓는 도량

▲ 금산교당 교도들이 원불교100년성업 특별법회를 마치고 훈훈한 자리를 마련했다.
금산을 품고 있는 주산(主山)인 '진악산(進樂山)'은 예로부터 '즐거움이 크게 일어나는 산'으로 불리고 있다. 16일, 원불교100년성업 특별법회를 맞아 '큰울림 앙상블'의 흥겨운 법잔치로 들썩거린 금산교당. 매주 반가운 얼굴로 만나지만 이날은 더욱 소중한 인연인 듯 교도들은 연신 손을 놓지 않고 교당을 떠날 줄 몰랐다.

무슨 일이든 오래 오래

"순(順)하지만 지극히 굳건하지요", 신도길 교도회장은 금산교당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자녀 교육과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교화여건이 녹록치 않지만, '지성인들이 원불교를 다닌다'고 말할 정도로 위상이 매우 높다. 핵심 상권인 금산로에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찾기도 쉽다"며 "원기41년 고 정자선 교무의 출장법회를 시작으로 교화의 문을 연지 59년, 개교100년엔 교당도 회갑을 맞는다"고 유서 깊은 역사를 새겼다. 어렵다는 충청교화지만 금산의 인심이 그러하듯 티 없이 조용한 가운데 도마교당과 계룡교당을 연원 냈고, 8명의 전무출신과 예비전무출신 2명을 배출하는 등 공부와 사업에 저력이 깊다. 원기77년부터 전통이 된 전·후반기 50일정진기도는 올해도 어김없이 20여 명의 교도들이 조석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 요가교실도 9년째를 맞이하고 있고, 대각국수잔치도 8년째에 접어들었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오래 오래 하는 것이 바로 금산교당이다.

기도와 마음공부가 저력

'알아차리고 또 알아차려 정신차린 나로 살기를 서원 정진합니다' 대각전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문구처럼 교도들의 공부심은 늘 깨어있다. 김명정 교무는 "교당에서 공부한 바를 정기훈련을 통해 심화시키고, 이를 다시 가정과 교당에서 체질화하는 3단계 공부를 강조하고 있다"며 "문자공부도 좋지만 훈련기관에서 익힌 단계별 훈련을 수요밤정진, 교화단회, 일요예회에서 순서 있는 공부가 되도록 정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수요일 7시30분~9시, 수요밤정진에는 '알아차리는 공부', '정신차림'에 초점을 맞춘다. 108헌배 후 일원상장과 무시선장을 암송하고 일기발표와 문답감정의 시간을 갖는다. 교도들의 일기는 일요예회보 '도란도란' 코너에 생생한 공부담으로 소개한다.

방장인 김도진 교도는 "내년 인삼농사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경계가 더 치성해졌다. 그 마음을 일기로 발표하면 답답함이 사라지고 도반들로부터 해결책까지 얻게 돼 공부를 거를 수가 없다. 또한 김 교무께서 교전을 워낙 꼼꼼히 짚어 주고 있어 공부의 깊이가 더해간다"며 주경야독의 재미를 전했다.

금산교당의 50일정진기도의 목표는 서원, 정진, 축원이다. '서원'은 100년성업 자신성업봉찬을 위해 각자의 법위를 향상 시키자는 '공부서원'과 '보은서원'이다. '정진'은 기도에 빠지지 않는 것을 가장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 동시에 교화단 마음공부 책자의 상시일기를 점검한다. 집에서는 아무래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개현 교무가 지도하는 대산종사 기원문결어와 대적공실 법문을 매일 한 단락씩 점검하고, 일원상서원문, 한글반야심경, 청정주, 계문, 솔성요론을 염송하는 것도 정진기도의 묘미이다.

전명일 단장은 "금산에는 관음굴 강처사 일화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제 교당을 찾아온다. 50일정진기도가 관음굴이고 내가 강처사가 됐다. 교당에서 올린 기도의 위력으로 자녀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이 순조롭게 풀리고 아이가 없는 이들이 잉태의 기쁨을 갖는 등 체험이 많다"며 "자신의 소원이 중요한 것처럼 연원자들과 도반들이 원하는 바를 함께 호명하며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음을 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요가반 회원들이 교당에 모여 정진 중이다.

지역봉사활동으로 교당 알려

34회를 맞이하는 금산인삼축제에 금산교당 봉공회 '은혜식당'의 인기는 단연 최고다. 10일이란 긴 축제기간 동안 새벽6시부터 밤10시까지 밀려오는 손님을 치루느라 쉴 틈이 없다. 봉공회 최인화 총무는 "저렴한 가격은 물론 신선한 식재료를 공수해 정성껏 만든 건강 밥상으로 인기가 높다"며 "이윤도 좋지만 '원불교에서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다'는 평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교당을 알리는 일등공신임을 치켜 세웠다.

봉공회는 수익금을 '보은불사', '꿈나무 키우기', '교화불사'로 나눠 집행한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재원을 다시 환원하는 방식으로 금산군에서 선정한 어려운 가정에게는 연탄과 쌀을, 청소년들에게는 장학금 전달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8시30분~10시에 진행되는 요가교실도 지역교화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여성들에게만 허락되어 있지만 20여 명의 회원들이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농사와 사업을 하는 주민들에게 저녁요가는 그대로가 힐링이다. 헌배요가와 선요가를 특화한 자격증반 개설도 목표하고 있다.

'마음날씨' 활용도 높아

29년 전통을 자랑하는 금산원광어린이집은 군내에 33개의 유아시설이 있지만 원아모집에 걱정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정원 원장은 "교법정신에 바탕 해 '진솔한 어린이·탐구하는 어린이·감사하는 어린이'가 되도록 교육한다. 그래서 더욱 정직과 원칙을 고집한다"며 "82명 원아를 위한 맞춤교육과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학부형들의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청년·일반법회와 매주 월요일 김 교무와 함께 마음일기 시간을 갖는 것도 어린이집 운영의 정신적 축이 되고 있다.

▲ 7세반 어린이들이 좌종명상과 훌륭한 마음노래선으로 입정과 단전주 체험을 하고 있다.

6·7세반 마음공부를 담당하고 있는 정 교무는 최근 어린이들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워 한다. 그는 "아이들이 좌종명상을 제일 좋아한다. 좌종 소리를 들으며 입정과 단전에 집중하고 마음을 찾아가는 모습이 어른스럽다"며 "천심회의 '훌륭한 마음노래선'과 경계를 대할 때마다 '멈추고 살피고 돌리는 공부'를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날씨' 워크북에 마음상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일상화된 어린이들은 '경계' 이야기를 곧잘 하게 되고 자모들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청년지도자 양성, 농촌공동체 희망

김 교무는 "대종사의 교법으로 인생을 살면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교법훈련으로 내실을 갖추는 동시에 농촌교화의 새로운 모델을 청소년지도자에서 찾아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다행히 대안학교인 금산 간디학교(교장 태원영 교도)와 연결해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희망을 밝혔다. 원불교 NGO 단체와의 교류, 원학습코칭과 심심풀이, 마음일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종교를 떠나 청년 공도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재가 출가간의 깊은 신뢰와 지역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금산교당은 새로운 농촌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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