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수만리 텅 비었으니, 나도 없고 너도 없고 하늘도 없어라. 바위 위에 우뚝 앉아 선정에 드니, 눈앞에 시방세계 환히 드러났구나(滄海萬里虛 無我無人天 巖上一化身 眼前十方現).'
'소슬한 바람 바다 만 리 밖에서 불어오고, 밝은 달 구름 속에서 푸른 하늘을 열도다. 병든 스님 한가로이 앉아 뱃노래를 들으니, 천당 지옥 다 함께 흔적조차 없어라(淸風海外萬里來 明月雲中九天開 病僧閑坐聽棹歌 天堂地獄總成滅).'
시문 곳곳에는 병을 얻은 수행자가 등장하고 산과 바다를 소요하며 생사를 뛰어넘는 출중한 경지를 노래하고 있다. 한편으로 짠하고 한편으로 그 정진심이 부럽다.
'맑은 바람 나부껴 시방을 맑히고, 지혜의 빛 높이 솟아 삼세를 밝히누나.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백년을 속아 사니, 만겁 다생에 괴롭고 씁쓸한 정일러라(淸風飄飄十方淸 慧日騰騰三世明 虛世欺日瞞百年 萬劫多生苦辛情).'
기적처럼 중병을 이겨내고 교정원장 중책을 맡아서도 정진은 쉬지 않았다. 틈틈이 그 심경을 선시와 글로 적어 환후 중에 있는 정산종사를 도와 법풍을 진작했다. 그 중에도 심원송(心願頌)은 오늘날 곡에 붙여져 대중의 사랑을 받는 노래가 되었다.
'간절히 원하옵건대, 내 손길 닿는 곳, 내 발길 머무는 곳, 내 음성 메아리치는 곳, 내 마음 향하는 곳마다, 우리 모두 다 함께 성불 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願爲 手之撫處 足之踏處 音之響處 心之念處 皆共成佛濟衆之緣).' 그 서원이 사무쳐 우리들은 지금 대산종사의 존호만 들어도, 옛 적 희미한 사진 모습만 뵈어도 풀어졌던 마음이 묶어지는 전설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큰 성현들의 중생을 제도하는 자비방편은 가히 헤아리기 어렵다.
'나 없음에 나 아님이 없고, 내 집 없음에 천하가 내 집이로다. 이것이 나의 참 집이요 참 고향이니, 삼세의 모든 성자와 부처님께서 늘 머물러 사시는 곳이로다(無我無不我 無家無不家 是卽眞家鄕 聖聖佛佛居).'
'하늘이 길고 땅이 오랜 겁의 끝과 시작에 무한 동력이 끊임없이 움직이더라. 대종사께서 한결같이 법륜을 굴리시니 부처와 성인들이 법통을 잇도다(天長地久劫末初 無限動力無限動 本師如如轉法輪 佛佛聖聖繼法統).'
나를 놓아버려서 나 아님이 없고 내 집이 따로 없어서 천하를 내 집 삼으니 모든 부처님과 성인들의 삶이 모름지기 이와 같다. 이로써 대종사와 정산종사의 법통을 잇고 일원대도의 대법륜을 굴리는 것이니 그 자비의 품안에 든 우리의 행복 됨이 크다.
대산종사는 정산종사의 뒤를 이어 법통을 이었으나 그 정진 적공은 한결같았다. 스스로를 소동(小童) 소제(小弟) 소자(小子)로 자리매김하면서 함께 대종사와 정산종사를 모셨던 선배, 동지 그리고 후진들에게 법풍 진작에 힘을 쏟았다. '할 수만 있다면 너희들의 머리를 열어 이 법을 넣어주고 싶다'던 모습이 선하다. 내가 출가하여 대학 1학년 때 송대에서 받들었던 법문이다.
<경남교구장>
김경일 교무
wonnews06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