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완주한 국토순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교직생활 10년을 돌아보며 학생과 에피소드를 떠올려 보았다.

처음 발령 받았을 때 학생들과 한 학기 정도 기숙사 생활을 같이 했고, 아이들의 전원 기숙사 생활로 인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하루하루가 모두 학생들과의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2005년 교직 생활을 시작하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체험학습을 함께 다녔다.

처음 학교에 오자마자 학생들과 함께 떠난 7박8일의 중국해외이동학습, 이 당시에 중국은 동북아 공정이 심할 때라 우리의 역사를 찾아 떠나는 이동학습을 했는데 한국 단체에서 현수막만 들고 다녀도 확인을 하고 역사관련 문구가 보이면 회수를 한다고 해서 이동할 때면 현수막을 꼭꼭 숨기고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1년에 몇 번 볼 수 없다던 백두산 천지를 너무도 맑은 날씨에 본 기억, 999개의 계단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었던 천해의 요소에 위치한 옛 고구려 오녀산성등은 힘들기도 했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곳들이라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이 됐다.

2007년에 떠난 캄보디아 해외이동학습은 평화·나눔·문화를 주제로 떠났는데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인 킬링필드 현장을 방문하면서 평화의 중요성, 그리고 지도자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현지 마을을 찾아 작은 손길과 마음이라도 얼마나 소중한 나눔이 되는지 학생들과 함께 배울 수 있었다.

제주도자전거하이킹 일주, 한라산 등반때는 백록담 입산이 금지되어 백록담까지 가지 못했지만, 흐린 날씨를 뚫고 도착한 대피소에서 먹은 라면 맛은 내 삶 속에서 최고의 맛이었다고 자부한다.

2박3일간의 지리산종주,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강화도 자전거 부분 일주, 북한산 트레킹, 한남정맥 등반, 해병대 캠프, 꽃동네 봉사활동, 동그라미 재활원 봉사활동, 소록도 봉사활동, 3박4일간의 아산 현충사 국토순례(학교에서 아산 현충사까지 걸어서 갔다오는 일정), 해양캠프, 심성계발 훈련, 진로체험 등 굵직한 체험학습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체험학습을 학생들과 함께했다.

모든 체험학습이 학생과 함께였기에 기억에 남지만, 이 많은 체험학습 중에서 그래도 역시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건 학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고생하며 이겨내었던 국토순례, 제주도 자전거하이킹, 지리산 종주 등 극기에 관련된 체험학습인 것 같다.

학교에서 출발하여 아산 현충사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3박4일의 국토순례 일정은 학생들과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는 경험과 더불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고, 나 또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 중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체격은 크지만 체력이 약한 탓에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의 극기를 위해 끝까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오르막을 오르던 학생, 그리고 종주가 끝났을 때 자신이 종주를 해냈음에 너무도 좋아하던 여학생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2박3일간의 지리산 종주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밥을 지어먹고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던 산장을 이용해 먼지 알레르기로 인해 밤새 잠을 못 이뤄 고생을 했던 남학생도 기억에 남고, 지리산 산행 중 갑자기 쏟아지던 비에 우의를 입고 산행을 마쳤던 기억도 남는다.

요즘 같이 안전에 민감한 시기에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모두들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기에 더욱 기억에 남은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체험학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학생들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고 함께 숙박을 하였기에 더 애틋하다고 생각되어진다.

학생들과 함께 한 나의 교직생활은 10년이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은 20년이 넘을 것이다. 남은 교직생활 동안 지금처럼 계속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체력이 뒷받침되는 한 10년이고, 20년이고 학생들과 함께 모든 활동을 하고, 또 다른 좋은 추억들을 남기고 싶다.

<헌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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