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중심의 교단 성장은 이미 한계에 와 있다"

▲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노프리모연구센터장 소광섭 명예교수.
물리학자로 12년간 한의학에서도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경락(經絡) 찾기에 매진하고 있는 과천교당 소광섭(69·법명 경택) 서울대 명예교수.

그를 만나기 위해 동수원 나들목 부근에 위치한 서울대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노프리모연구센터를 찾았다. 현재 센터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전신의 경락 네트워크를 찾아내고 경락의 독립적 기능, 단백질을 밝혀내는 것'을 연구의 종착지로 알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교단 매체를 통해 친숙한 그를 만나 그동안 가져왔던 원불교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그는 교단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희망찬 미래를 열수 있다고 역설했다.

-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동양의학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심오한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 서양과학보다 더 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과학적인 표현을 얻지 못하여 전통에 머무르고 발전이 없다. 한편 현대물리학은 그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른 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원자는 더 작은 소립자로 구성됐다는 기본 철학이 의심되고 있다.

나는 이 두 문제가 하나라고 보고, 동양의학의 과학화를 통해 현대물리학의 철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새로운 자연관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 전신 경락의 네트워크(인체 제3순환계)는 완성됐는가.

경략은 피부에 있는 그림으로 실체가 없다. 이의 해부학적 실체를 프리모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프리모시스템은 혈관 속이나 두뇌의 속 등 전신에 있다. 현재는 혈관 속 등에 있는 프리모 관은 대체로 확립했다. 피부에 있는 것을 찾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것이 되면 일단계가 완성된다. 중요한 이유는 노화와 재생을 주관하는 기관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른 바 줄기세포의 원천이며 통로이고, 노화방지나 난치병 환자의 줄기세포치료에서 핵심이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필수로 밝혀야 하는 의학이다.

- 교단 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새로운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흑석동 서울회관의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교정원 서울 이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를 리더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이 국제화 세계화됐다고 하지만 지구촌으로 보면 변방이다. 교정원이 서울로 이전하려는 것도 원불교의 세계화 내지는 사회적인 영향력 확대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오히려 미국으로 교정원을 이전하는 것이 국내 교단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심장인 워싱턴이나 뉴욕 맨하탄 등으로 이전해 교단의 리더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출 때 파워가 더 생긴다. 미국 내 주류사회나 지성인 대상 교화로 원기2세기에 명운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외람되지만 100년 이후에는 우리의 눈(한국인)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인의 시각으로 지구촌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세기 새로운 도전은 미국교화로 응전(應戰)하자. 국내적인 교화환경 개선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 왜 미국인가,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 않나.

중국은 전통사상이 지배하는 곳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전통사상이 숨쉬는 곳에는 새로운 사상이 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신생국으로 전 세계의 사상을 융합하는 곳이다. 이성적이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미국인들에게 어쩌면 우리 교법이 잘 어울릴 것이다. 미국은 세계표준을 만드는 곳이고, 앞으로 100년은 더 세계를 리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물질적으로 풍요하지만 마약 등 사회적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명상을 포괄하는 마음훈련을 통해 상담심리나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주류사회에 크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제부를 미국에 둬야 하고, 미주선학대학원이나 원다르마센터, 맨하탄교당 등에 전략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100년 후 세계 4대종교를 향한 원대한 꿈과 계획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원기2세기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교단은 익산 중심(전북)의 교화, 교육, 복지로 성장했지만 한계에 도달했다. 이것이 오히려 원기2세기의 짐이 될 수 있다. 인구나 정치, 경제, 지역적인 한계가 뚜렷하지 않은가. 그 한계를 극복하려면 그릇을 깨야 한다. 고래의 DNA를 가졌다고 해도 연못에 있으면 클 수가 없다. 타고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바다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 시각의 새로운 원불교를 생각해 본 것이다. 교화 침체의 한계를 잊어버리고, 미국에 가서 새로운 종교로 거듭나자. 이런 기분으로 원기2세기를 맞아야 한다. 미국 본토인이 번역한 교전과 한국 스타일의 교전은 확실히 다르다. 인재양성도 중요한 대목이다. 100년 이후 교역자들의 생활도 잡무보다는 수행에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교도들도 교역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줘서 진정한 신앙, 수행의 지도자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 기성종교에게 배울 점은 없는가.

아직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특히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할 때의 과정을 보라. 굴곡진 역사를 가졌다. 기독교는 이스라엘이라는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로 옮기면서 급성장을 했고, 중세에는 성 프란체스코 등 수도회 결사조직이 생겨나면서 새롭게 자기 변신을 꾀했다. 종교의 성장은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적인 열정에서 터져 나온다. 전반적으로 침체했을 때 기성종교는 어떻게 응전했는지 연구해 봐야 한다.

- 마음공부와 상담의 차이는 무엇인가.

마음공부가 기교적인 면에서는 상담과 비슷하지만 정신의 수준을 최상위까지 끌어주는 데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마음의 평화를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성불(成佛)의 단계까지 올려주는 것이 마음공부다. 이미 미국사회는 상담심리와 치료에 대해 광범위하게 펴져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공부를 받아들일 자세가 갖춰져 있다. 정신적인 수준을 높은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원불교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 불교와 원불교와의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정립돼야 하나.

결론부터 말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불교를 시작했고, 대종사님이 이 불교를 세계불교로 완성하신 것이 원불교라고 본다. 조계종 등 불교 종단과 원불교 교단의 관계정립과 같은 것은 매우 심각한 현실 문제인지 모르지만 크게 보면 일시적 사소한 문제로 거기에 걸려들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지금 선천에서 후천으로 문명의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문명과 세계화가 두드러진 특징이다. 따라서 불교도 이에 맞춰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100년 전 원불교 출현의 문명사적 소이이고, 여기에 맞추어 대종사님이 불법을 새롭게 표현하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불교를 창설해 인도지역의 고전불교가 발전했고, 용수보살이 대승불교를 개창해 동북아시아까지 포함하는 대승 불교가 됐다. 대종사님이 원불교를 창립해 세계불교로 전 인류를 교화케 한 것이다.

* 소광섭 명예교수는 1968년 서울대 물리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명문 브라운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79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11년에는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겸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노프리모연구센터장을 맡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원불교학생회 지도교수로 23년간 활동하면서 서울대 출신 교역자 10여명을 배출하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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