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단회, 수덕회,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위원총회, 중앙교의회, 정화단총단회 등 짧은 시간에 여러 번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 회의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새 회상의 총부기지를 익산으로 정하여 원기9년(1924) 6월 1일, 이리 마동에 있는 보광사에서 불법연구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원기14년 3월에는 제 2회 불법연구회 정기총회를 열었다. 식순은 올해와 비슷하나 '회원 훈련 방식과 교법 제정, 동하선 상황과 법설기재건 낭독, 일반회원이 그 기관과 교법 하에 훈련을 받은 결과로 공부인이 정법에 대한 이해 정도와 염불 좌선에 득력 정도와 의견안 및 문목건, 감각건, 처리건 등을 낭독' 하며 총회를 통해서 공부도 했다.

'작년 총회를 마치고 산지사방(散之四方)으로 일체 중생 제도 사업에 착수하러 나가시었던 동지가 한 분 두 분 모이시어 작년에 뵈옵던 그 분들을 다 만나보게 되었나이다. 일년지간 악전고투하시던 경험담과 그립던 회포로 희희낙락으로 이야기도 하시며 식당이나 사무실에서 웃음소리 요란했다'고 융타원 김영신 선진이 회고한 당시의 상황이 있다.

선진님들은 불법연구회 창립총회 이후 계속되었던 총회를 통해 교단의 발전을 점검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면서 오늘의 우리 교단을 일구어 왔다.

올해 총회에서는 예정된 보고를 듣고 몇 명의 질의응답이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1박 2일의 회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다만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음으로써 무언의 동의를 하였고, 전체의 의견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박수로써 가결되었음을 선언했다.

초기교단의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지는 회의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은 하지만 꼬박 이틀 동안 잠자코 앉아만 있다가 모든 회의를 마치고 나니, 총회의 운영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위임장을 보냈고, 인터넷으로 접속한 사람도 80~90명 정도가 되었다.

총회 운영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첫째, 보고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미리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료집 내용을 간단한 ppt로 요약해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만 보았을 뿐, 몇 백 페이지가 넘는 자료집의 내용은 거의 읽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자료집의 처리도 문제였다. 교단의 중요한 회계 사항이나 정책이 들어있는 자료집을 그냥 버리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파쇄해서 버리기도 어려웠다.

둘째, 중앙교의회의 경우 규정에도 의결정족수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의결이 필요한 사항도 박수만 치고 지나갔다. 이렇게 하고 보니 회의에 참석한 보람도 느껴지지 않고 계속되는 회의에 피로감만 쌓였다.

셋째, 소수만 발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기만 하는 구조이므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중앙교의회 규정에도 필요에 따라서 분과회의를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이러한 회의 방식에 변화를 주면 어떨까? 먼저 안건으로 상정된 몇 가지 주제를 미리 공지한 다음 주제별 또는 소그룹으로 모여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당시 교단의 주요 사안으로 주제를 정하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파트에 들어가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소그룹에서 토론한 다음 전체 앞에서 그 내용을 요약 발표해도 좋다.

교화에 관해서도 한 두명의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각 교당이나 기관의 좋은 사례나 프로그램을 부스에 전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돌아다니면서 부스에 전시해 둔 작품이나 프로그램을 구경하고 배우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와 같이 총회를 운영한다면 정보교류도 되고, 각 교당이나 기관의 교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여러 해 동안 총회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내년에는 새로운 변화와 함께 더욱 알찬 회의가 되기를 바란다.

안건 사전 공지 충분한 토론 이뤄지고
교당 교화사례 공유로 교화에 도움되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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