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는 직원들과 소통이 중요합니다"

개원과 함께한 노인복지 11년, 전문가로 우뚝서
어르신 입·퇴소부터 보호자 관계, 지역자원 개발까지

삶의 방향을 외길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만의 확신과 비전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고 굴곡진 과정을 담담히 버뎌내는 것도 내공의 심연이 깊고 넓기에 가능한 일이다. 2004년 12월에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개원과 함께해 온 장안숙 사무국장(43).

당시 교단이 수탁한 노인시설 중 가장 규모커서 화제가 됐던 이곳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시설을 확장하는데 그의 역할은 지대했다.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위치하고 있는 요양원을 찾아 전문인으로서 살아온 그의 삶을 들어봤다.

"개원한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 요양원이 국가가 시행하는 노인수발보험(현 장기요양보험) 첫 시범 사업 기관으로 선정됐어요. 사실 노인수발보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생소할 때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나 행정기관, 수원시 등이 우리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어요. 시범사업의 어려움은 모든 것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죠. 복지관련 법령이나 선진국의 사례 등 공부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가 사무국장으로 요양원에 첫 출근한 날은 건물 공사가 한창이던 9월이었다. 작은 콘테이너 박스에 김명증 원장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 그는 직원을 뽑는 일부터 행정적인 절차, 공사현장 감독 등 하나부터 시작해야 했던 힘든 시기도 있었단다. 원장의 역할과 달리 사무국장의 위치는 어떤 자리일까.

"간호사나 영양사는 자기 업무가 확실하잖아요. 그런데 사무국장은 인사관리에서부터 어르신 입소와 퇴소 관리,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 지역사회 자원 개발과 긴밀한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은 보호자와 관계입니다. 보호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많은 데 다들어 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경청은 하되 원칙을 적용합니다. 그러다보면 보호자들에게 차갑다, 재수 없다는 등의 말을 듣기 십상이죠."

그래서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무국장 자리를 정의했다. 직원들을 대신해 보호자들의 거친 항의도 몸소 상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요양원은 중증어르신 만65세 이상 환자들이 입원하고 뇌혈관 질환이나 치매 장애 등 장기요양보험에서 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이 들어온다. 즉 장기요양보험 1, 2등급(무료)이 대부분이다.

"중증어르신들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KOMI차트 시스템을 통한 개별 사례 관리를 진행하면서 프로그램 참여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일상지원을 비롯해 의료재활 등 20개 가까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어르신들의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소외된 어르신들이 없도록 유심히 체크한다는 그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면서 맞춤형 복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연계기관으로 수원시립노인주간보호센터, 한누리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수원시립방문요양센터 등 다양하고 포괄적인 복지를 실현하고 있죠. 현재 요양원에만 145명의 환자와 직원 87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고령 100세 어르신을 비롯해 만49세 환자가 입원해 있는 요양원과 3개 연계기관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긴급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 그는 때론 행정 지원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직원들의 복지 향상입니다. 각양각색의 중증어르신들을 상대하다보면 직원들의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알기에 원장님(김명증 교무)이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직원이 행복해야 서비스 질이 높아지잖아요. 관련 직원들이 힘들어 하고 짜증을 내면 어떻게 되겠어요."

경영자의 마인드 때문인지 장기 근무자가 많다는 귀띔이다. 다른 시설에 비해 젊은 직원들이 많다지만 60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직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100여 명이 가까운 직원들과의 소통이 궁금했다.

"매월 첫째주 수요일 저녁에 전체 직원 간담회 및 교육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죠. 원장님의 운영방식은 중간관리자가 보고 하는 것보다 개개인의 의견을 꼭 청취합니다. 민주적인 운영 때문에 의견을 수합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참여로 요양원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죠. 실무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더디지만 직원들은 이런 회의 문화를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원교당 교도인 그는 원불교대학생연합회 15대 부회장과 원광대 원불교동아리 원심회 15대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청년기 활발한 교화 활동을 펼쳐왔다. 동부안교당을 창립한 고 장동희 대호법의 딸이기도 한 그는 부친의 영향으로 사회복지에 입문한 뒤 소년원 등 실습을 통해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에서 사회복지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잠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부평교당 정원도 교무의 정토인 그는 "갑작스런 추천에 사무국장의 중책을 맡다보니 내 스스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어요. 특히 노인복지 쪽 일이 생소한 면도 있었지만 쭉 공부만 해 왔던 터라 지자체와 관계에서부터 현장 행정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절차탁마의 세월을 지낸 그는 어느새 원숙한 노인복지 전문가로서 우뚝 서 있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