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대구에서는 전국예술교육페스티벌이 열렸다.

전국의 학교 예술동아리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기량을 뽐내고 서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술부스에서는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만들기나 그리기 등을 진행 해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그 중 경포대에서 온 한 중학교는 경포대 바닷가의 배경을 크게 인화해 와서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주고 학생들이 직접 준비해온 자료로 자신의 고장의 특성을 설명해 주며 전국의 친구들에게 알리는 모습도 보였다.

음악, 공연팀은 그 분야와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서양음악오케스트라, 국악 관현악단의 공연이 대공연장에서 계속 열렸고, 야외 무대에서는 밴드공연과 댄스팀 공연이 열렸다. 음향시설이 잘 갖추어진 체육관 공연장에서는 뮤지컬이, 소극장에서는 연극공연이 열려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을 찾아가 볼 수 있도록 장이 펼쳐졌다.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고, 열정적이었다. 제주도에서 온 한 초등학교 중창팀은 담임선생님과 한 반 학생들 모두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선생님이 사라져가는 제주도 방언으로 동요를 작사 작곡하여 반 아이들과 불러주었다.

작고 소박한 무대였지만 아이들은 최선을 다했고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코끝이 시큰해지는 시간이었다.

소위 중2병이라 하여 요즘 가장 무서운 세대로 불리는 중2 남학생들이 분장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 교육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넣어 주기만 하는 교육이기에 우리 아이들의 고충과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과 함께 자기 안에 있는 것을 꺼내어 표현할 수 있는 예술교육이 그런 고충과 부작용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시간이었다.

또한 전통의상을 갖춰 입고 대취타를 연주하는 남고 학생들, 한복을 곱게 입고 국악 합주를 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며 이런 경험들이 우리의 전통예술이 중요하고 지켜야할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말로 백번 배우는 것보다 나은 것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폐교 위기에 있던 작은 학교에 악기가 들어옴으로써 전교생이 관악부 단원이 되어 외부 공연도 다닐 정도의 실력을 키운 이야기, 시골 남학교의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대규모의 단원으로 합창단을 꾸려 공연도 하고 학교에 활기도 불어넣어 줌으로써 성적도 좋아지고 학교폭력도 많이 줄어들 수 있게 한 이야기들은 참 소중하고 따뜻했다.

결코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님을 요즘 많은 사례를 통해 거론되고 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노래를 잘하는 아이, 손재주가 좋은 아이, 춤을 잘 추는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 이런 다양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임을 잊지 않아야겠다.

우리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예술교육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수학문제를 풀어 얻을 수 있는 성취감과는 또 다른 것이고, 꼭 필요한 것이기에 더욱 많은 장을 열어 줌으로써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공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함을 이번 축제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대종경〉 인도품 9장에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순이라 함은 저 춘·하·추·동 사시의 변천이 차서를 잃지 아니함과 같이 모든 일에 그 순서를 찾아서 하는 것이요, 역이라 함은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고 힘에 감당 못할 일을 구태여 하고자 하며, 남의 원 없는 일을 구태여 권하며, 남의 마음을 매양 거슬려주는 것이니, 사람이 무슨 일을 할 때에 먼저 이 순과 역을 잘 구분해서 순을 주로 하여 행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으리라." 문득 순과 역에 관한 법문이 떠오른다. <강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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