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종사가 회고한 원평교당에서 요양하던 시절 일화이다.

"나는 산으로 약초도 캐고 소풍도 하며 다녔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하여 1년을 다니니 옷이 가시에 찢기여 기워 입을 내야 기울 수도 없게 생겼었다. 그래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입고 다니니 귀부인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내가 지나가면 비켜서 갔다."

어느 날 경상도에서 왔다는 노인 10여 명이 가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 여기 부처님 못 보았소?", "나는 못 보았습니다", "금산사 부처님도 모르오?", "난 못 보았소", "그러면 우리하고 같이 가십시다."

나는 그들과 금산사에 함께 갔다. 그들은 금산사에 가서는 법당의 부처한테 절을 굉장하게 하였다. 내가 간단히 서서 경례를 하니 말하였다. "그렇게 하지 말고 우리처럼 하시오", "나는 아직 부처님 못 뵈어서 그렇게 합니다."

그들은 절을 마치고 난 후 5층 석탑으로 가서 탑을 자꾸 돌았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뭐하려고 자꾸 그렇게 돕니까. 다리 아픈데", "극락을 가려면 이 탑을 자꾸 돌아야 됩니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자기 육신의 탑을 마음 부처가 늘 살피고 돌다가 사심이 일어나면 제거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것은 잘 모르오."

그들은 계속 탑만 돌다가 마쳤다. 내가 옆에 앉아 있으니 그들이 싸 가지고 온 것들을 주어 내가 받으며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도 못 보았는데 당신들이 그렇게 주면 어쩝니까?", "괜찮으니 자시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이 준 것을 먹고 원평교당으로 돌아왔다.

또 회고하기를 "내가 아파서 원평교당에서 정양할 때에 나는 아무 재주가 없으므로 이 집에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하여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니 감원 노인이 "밥값 하셨소?"하고 말하더라(시래기 엮기를 서툴게 함). 천하를 내 집 삼고 일하는 사람은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나 먼저 할 일을 찾아 그 일을 분야대로 하고 갈 뿐이다. 사람이 일하려고 세상에 나왔으니 일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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