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최초 전법지로 교화 부흥을 꿈꾸다



경남 진주 이반성면 용암리, 용암사적지(교보 제14호)가 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늦가을 농촌 마을에는 가지 끝에 매달린 주홍빛 홍시가 정감을 더한다.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우리 선조들의 마음.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 '조선의 마음'을 이렇게 노래했다. 용암마을에도, 더불어 살아가는 넉넉한 마음이 그렇게 나무 끝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대종사께서 한번 다녀가시라."

용암사적지는 경남지역 최초의 교당인 용암교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원기84년 부임한 용암교당 이용정 교무는 교당의 연혁은 물론 사적지 관련 자료들을 꼼꼼하게 챙겨 놓고 있다. 대종사 재세시 친히 방문해 교화한 용암성적지의 성스러운 기운이 후진들의 신앙 수행에 뿌리가 되기를 바라는 이 교무의 마음 또한 그렇게 빈틈없을 터이다.

이 교무는 교당 창립 연혁과 매해 주요 연혁이 정갈한 손 글씨로 쓰여진 편지지를 펼쳐보였다. "원불교 진주지구 용암교당은 원기19년 상산 박장식 대원정사의 모친 정형섭 대희사의 연원으로 중앙총부 하선을 나게 된 광타원 노청신행(곤타원 박제권 외조모)의 발원으로 시작됐다."

정형섭 대희사의 사돈인 노청신행은 중앙총부 선을 나고 대종사를 뵈온 후, 본인의 고향인 용암에도 법음을 전할 교당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남원을 거쳐 오던 중 일타원 박사시화 선진을 만나 입교하고 귀향해 순교를 시작했다.

자택 사랑채에서 박사시화 선진을 법사로 초빙해 순교 발령을 받은 노삼구화(오은성 교무 이모)집도하에 월3회 20여명의 교도가 참석해 출장법회를 보기 시작했다. 원기21년 5월30일의 기록이다.

이 교무가 교당 연혁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원기22년 노청신행의 아들 정태구씨가 현 교당부지를 희사해 법당을 짓게 됐다. 당시 상량에는 원기22년 9월29일이 새겨져있다. 그러니까 초가삼간 법당을 지은 것이 원기22년이라고 생각한다"며 "교당 상량을 올린해가 정축년, 소띠해였다"고 이 교무는 덧붙였다.

이후 원기25년 용암출장소에서, 원기26년 용암지부로 승격 인가, 중앙총부에서 원기28년 4월 초대 교무인 정관음행 교무를 정식 부임 사령했다.

대종사가 용암교당에 친히 다녀간 일화 또한 유명하다. 이 교무가 일화를 전해줬다. "당시 총부에서 동·하선을 날 때 대종사께서 노청신행님께 직접 법문을 내리면서 '한번 더 오너라'하셨다. 이에 노청신행님이 '용암에서 익산이 얼마나 먼데 오라고 하시느냐'며 '대종사님께서 한번 다녀가시라'고 대답했다 한다." 경남지역에도 대종사의 법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노청신행의 대범한 용기와 신앙심이 읽혀진다.

원기25년 10월 대종사는 부산 행가 시 이곳에 들러 하룻밤을 묵었다. 노청신행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일화는 '노청신행의 강단 있는 성격'이 후진들에게 회자되기도 한다.
▲ 당대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풍금.
▲ 원불교용암교당이 새겨져 있는 종.

용암교당에는 당대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풍금과 '원불교용암교당'이 새겨져 있는 종이 보관돼 있다. 이밖에도 '원불교용암교당'현판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설교단상도 남아있다. 용암사적지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당대의 가치를 드러낼 귀중한 사료들이다.

용암사적지 복원사업

용암교당 내에 자리해 있는 용암사적지는 사적지 복원사업이 한참 진행 중이다. 용암사적지 방문 길에, 앞서 들른 경남교구청.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자리해 있는 교구청에서 김경일 교구장에게 용암사적지 복원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용암사적지는 경남지역에서 원불교 법이 최초로 전해진 최초 전법지이다. 이곳 용암교당에서 진주를 통해 경남 서부지역으로 교법이 전파됐다. 대종사께서 용암 옆 평촌역에서 내리시어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오셔서 하루를 묵으셨다."

대종사 재세시 친히 방문해 교화한 성적지임을 강조한 김 교구장은 '경남 교화 최초 전법지'의 스토리텔링을 구상하며 사적지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현판과 설교단상이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김 교구장은 "복원 수리 과정에서 건물이 너무 부식돼 불가피하게 해체복원을 하게 됐다"며 "당대 쓰였던 부자재들을 살리면서 원형 그대로 복원하고, 성적지 위상에 맞는 주변 정리와 함께 성적지 유래 등을 기록한 기념비도 설립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성지순례 참배객들의 마음을 결집시키고 교도들 서로 간 모임을 활성화시켜 법연들의 구심체가 되도록 사적지를 장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용암사적지 복원사업은 경남교구가 중심이 돼서 진행되고 있다. 경남교구는 교단 성적지의 복원수리 및 장엄, 기념비 제막으로 역사기록 보존, 성적지의 스토리텔링과 순례 프로그램 개발 운영 등을 염두 해 두고 있다.

경남교화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용암사적지.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현장에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당찬 걸음이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남지역 전법 78년 최초 교화지
대종사 재세시 친히 방문 교화
경남교구, 용암사적지 장엄사업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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