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법문사경, 총 8번 경전 완경
인터넷 법문사경 카페 개설
전 교도들 자신성업봉찬의 밑거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란 이런 것일까. 원기95년 1월17일은 그의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극한 슬픔과 고통이 새겨진 날이다. 생후 5개월도 안된 딸과 그 만을 남겨둔 채, 사랑하는 아내가 그야말로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주 서신교당 김규열 교도. 아내의 열반 이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원불교를 알게 됐고, 법문사경을 통해 마음을 추스렸으며, '말로 표현 못 할' 아픔을 달랬다. 그렇게 흐른 무심한 시간 속에 그는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결혼 한지 4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을 출산하고, 그 기쁨이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아내의 병이 드러났습니다. 아내는 병마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병원에 자주 갔지만 불행하게도 누구도 아내의 병을 알아내지 못했다.

"모든 상황이 5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어서 아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마치 꿈을 꾸듯이 모든 것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담담하게 마음을 전하는 그. 오히려 묵직하게 그의 아픔이 전해졌다.

"부모님이 교당에 다니고 계셔서 서신교당에서 아내의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7주 동안 천도재를 진행하면서 교무님의 정성스러운 천도법문 독송과 많은 교도님들의 위로에 감명을 받아 교당에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후 1년 9개월 동안 아내의 완전한 해탈천도와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번도 빠짐없이 교당에 출석하고 기도에 모든 성심을 다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열심히 교당에 다녔지만 그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자라고 있는 딸아이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힘을 내서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그는 원불교 경전 공부를 통해 고통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기로 재다짐했다. 또 마음 한 켠 자리하고 있는 원불교에 대한 의구심도 풀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원기96년 인터넷 법문사경 '서신교당 동네방네'를 개설하고 사경을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원불교 교리이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불교와는 다른 종교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생소한 원불교 용어는 원불교사전을 찾아가면서 이해해가는 재미도 있었고, 법문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는 원기100년까지 매일 법문을 사경하기로 결심했다. 법문사경 공부를 통해 원불교 교리에 대한 이해와 상처를 겪기 전의 행복했던 일상과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법문사경을 하다 보니 연말시상에서 개근상을 꼭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교화단 마음공부 책자를 통해 매일 상시 일기를 체크하고 보통급 십계문을 지켜 나가며 염불과 좌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 한 단락 이상 법문사경을 하고, 원기100년까지 15번의 경전을 완경하는 것과 법문사경에서 공부한 것을 하루에 한 조목이라도 실천하기로 마음에 새긴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총 8번의 경전을 완경했다. 2012년 원불교 법문사경 연말시상에서 1년 개근상도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법문사경을 하고 있다.

그의 변화 때문일까. 서신교당에도 인터넷 법문사경을 하는 교도들이 늘어났다. 서신교당 동네방네 가입 교도 257명 중에서 총 110명이 법문사경을 완경했고 경전 302본을 완경했다.

타 교당보다 1년 늦게 법문사경을 시작했지만 2년 3개월 만에 법문사경 전국 2위로, 2012년도에는 원불교 법문사경 연말시상에서 최다 사경상 1위로 단체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서신교당 법문사경의 특징은 온 가족이 사경을 함으로써 일원가족이 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개인적인 공부로 시작된 법문사경이 전 교도들의 자신성업봉찬의 밑거름이 되고 있음이다.

그는 "법문 말씀을 체 받아서 마음의 경계가 오면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고 전했다. 마음이 요란해질 때 마음을 잘 다스리는 여유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덕을 쌓는 법을 알게 된 그의 모습. 아내가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일까.

그가 마음에 담고 있는 법문은 대종경 인도품 34장이다. '돌아오는 난세를 무사히 살아갈 비결 하나'를 마음에 새기고 있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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