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시방세계 내 것인 줄 아는 사람, 행동이 달라
마음공부 오래한 사람이라야 참 소유 깨쳐


'시방 삼계(十方 三界)가 오가의 소유(吾家의 所有)인 줄을 알며'

사회적인 표현으로 하면 온 세상이 우리 것 또는 나의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기본 개념은 진리적으로 보나 직역인 '나의 집'으로 보아도 '우리'다. '나'라고 한다면 '큰 나'를 말한다. 보통 '나'라고 하는 것은 주인정신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즉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온 세상이 내 것이다.

대산종사, 완도 동백 숲에서 "온 세상을 내 것 삼은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라고 하니 손 드는 사람은 없어도 입가에 미소 띤 사람은 여럿이 있다. "온 세상이 내 것이라면 저기 있는 논에서 벼 좀 베어와요. 나의 논이라면 베어올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아마도 여러분의 논이라면 얼른 벼 한 움큼 잡아서 베어왔을 겁니다." 좌중은 조용하게 바라만 보고 있으니 화두로 남기고 그 자리를 마쳤다.

이때 온 세상이 내 것이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고 가슴이 답답할 것도 없다. 각자 자신에게 온 세상을 운영하라면 어떻게 할까. 각 나라마다 대통령이나 총리를 세워서 운영하라 하고, 그 밑에는 입법 사법 행정 기관을 세우고 사농공상을 주축으로 유관된 여러 일을 맡아서 하도록 할 것이다. 국민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봉급을 주거나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금을 가져 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제도를 마련한다. 남에게 내 땅에 농사를 짓게 하고 내 마음대로 가져 온다면 노동 착취다. 농사를 짓게 했으면 당연히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되니 온 세상이 내 것이나 아니나 별다를 게 없어보이지만 삶의 내용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온 세상이 내 집인 사람은 세상 삶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며 행동하고 또 그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작은 집만이 내집인 사람은 어떤 규제나 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것 외에는 함부로 할 수 있다.

마당을 쓰는 데에도 자기 마당을 쓰는 사람이 있고 지구 한 모퉁이를 쓰는 사람이 있다. 쓰는 모습과 범위는 같은데 마음이 다르다.

수행이 오래되어 마음의 길을 아는 사람이나 마음을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구별을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도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선을 대체로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마당만 쓰는 사람은 자기 마당만 깨끗하면 되기에 그 외의 곳은 깨끗하든 그렇지 않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은 쓰레기마저 보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데나 버릴 수 있다.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쓴 사람은 다르다. 모은 쓰레기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분리 수거하여 버린다. 마음이 지구에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쓰는지는 분리수거 하는 모습만 보아도 안다.

<성주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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