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색깔 가진 인디뮤지션, 활성화 꿈꿔

▲ 홍대 인디 밴드의 대부로 불리는 허진 DJ.
대한민국 자유와 젊음의 상징이자, 인디음악의 메카 홍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디 밴드(Independent Band)'는 기존의 상업적인 대중 음악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자립형 밴드를 말한다.

인디 밴드의 1세대이자 홍대 인디 밴드의 '대부'라고 불리는 허진. 그는 '허벅지 밴드', '블루스 양산박'의 활동경험을 토대로 현재 wbs원음방송 '밴드피플, 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밴드음악과 인디음악을 총망라해 소개하는 국내 유일 인디 밴드 음악전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2007년부터 인디 뮤지션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그는 중후한 목소리로 매주 밴드 피플에게 메신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 주는 인디 밴드의 음악을 집중조명하고 소박하지만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밴드마스터 DJ 허진을 만나 인디 밴드 활동의 역사와 함께 웃고 울었던 청취자들과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 인디 밴드 1세대, 허벅지 밴드

1987년 중앙대 재학시절 밴드 블루드래곤으로 제11회 MBC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그 후 고등학교 동창인 문화기획가 안영노(현 서울대공원 원장)와 함께 획일화된 주류의 음악 시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색깔과 개성으로 틈새시장을 뚫고, 미래의 대안을 꿈꾸자는 의견을 모아 인디밴드 '허벅지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유흥업의 허가가 나지 않은 라이브클럽에서의 공연이 불법이던 시절, 라이브 클럽대표들의 연합체인 '개방적클럽연대'와 다른 여러 음악인들과 함께 연대해 클럽연주공연 합법화를 이뤄냈고 여러 인디 밴드들의 공연과 음반을 기획했다.

2000년도부터는 서울시립 대안교육 청소년센터인 하자센터 대중음악작업장에서 일반학교 중·고생들은 물론 기존의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는 탈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기밴드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해 청소년 음악교육과 함께 음악을 통한 10대들의 인생길 찾기 작업을 도왔다. 이후에도 록밴드 블루스 양산박 활동과 함께 월드뮤직을 하는 스트립 팬더를 결성하여 2006년 광주비엔날레 폐막식 공연을 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새로운 대안문화를 선도했다.

▲ 국내 유일의 인디 밴드 전문 프로그램 wbs 원음방송 밴드피플 라디오스타를 책임지고 있는 밴드마스터 허진 DJ와 스텝들(사진 왼쪽 하단 허진).

- wbs원음방송 '밴드피플, 라디오 스타'

2007년 7080문화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을 무렵, 7080 그룹사운드 음악과 인디 음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이 후 인디음악에 중심을 두고 신선하고 역량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과 실력 있는 밴드 뮤지션들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한국 음악시장의 균형 있는 토대 마련의 지평을 열어갔다. 국내 유일 인디 밴드 전문 프로그램으로써 현존하는 최고참 밴드인 '사랑과 평화'를 비롯해 국내외 인디씬 500여개 이상의 팀이 출연했다. 지금도 수많은 인디뮤지션들의 음반이 발표되고 있으나 인터넷 외에는 사실상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할 곳이 전무하다. 대형기획사 중심의 한국 방송 시스템에서 '라디오스타'는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토양을 일궈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주 새로운 인디음악들과 공연정보를 소개하는 '썬데이 디스코 인디통신'과 새롭게 음반을 발표한 밴드를 출연시켜 그들의 음악을 집중 소개하는 '밴드마스터와 함께하는 한 밤의 라디오스타', 그리고 매주 공감 가는 주제로 개성 넘치는 선곡대결을 펼치는 '뛰어라 인디, 날아라 밴드' 등의 코너는 '라디오스타'만이 가진 장점이다. 첫 PD 진문진 교무와 프로그램 방향을 고민하며 주말 낮방송으로 어렵게 출발했던 프로그램이 김효섭PD, 강민구PD에 이어 현재 김일안 PD와 함께 주말 심야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토,일 자정~2시) 오랜 시간 비주류 음악인 인디음악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출구로써의 역할을 맡겨준 원음방송에 감사한 마음이다.

- 인디 밴드와 싱어송 라이터 발굴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요즘은 각종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인디음악이 조금씩 소개되고 있으나 아직도 일부장르에 국한되고 있다. 음악 선진국들은 밴드음악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그래야 많은 뮤지션들이 생활할 수 있고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이 시장을 주도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류음악이 K-pop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밴드음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대형기획사와 일부 인기 작곡가들이 주도하는 현재의 한국 음악시장에서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이 나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가 아니더라도 인디뮤지션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서울시립 하자센터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배우던 친구들이 2001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네바다51'이란 밴드로 참가하여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당시 고등학생이던 한 학생이 수줍게 찾아와 하자센터의 청소년 음악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약 10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며 다시 만나게 돼 깜짝 놀랐다. 그 친구가 바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재주소년'이라는 팀의 멤버로 현재는 솔로 프로젝트로 활동 중인 박경환이라는 뮤지션이다. 라디오 출연 전에는 모르고 있었으나 방송 중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돼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운 만남이었다. 그 외에도 첫 음반을 내고 우리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방송녹음을 어색해하고, 토크를 잘 이어가지 못했던 팀들이 이제는 중견밴드로 성장하여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2012년부터 평택시립 한국소리터에서 예술총감독을 맡아 지역 문화발전을 위한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평택호에 위치한 복합문화시설 한국소리터는 한국의 소리를 바탕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미래의 콘텐츠를 개발하며 평택호반의 여행, 교육기능과 예술가들과의 교류협력을 통한 예술생산기지다.

얼마 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농악 경기중부를 대표하는 웃다리 평택농악 상설공연과 어업요·농업요·장례요까지 이어지는 평택민요 거리공연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평택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인 생활문화공동체가 형성되어 시민문화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재물이 끊임없이 샘솟는 보물단지라는 뜻의 '화수분'이라는 문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도예, 공예, 악기만들기 등의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생활예술장터를 열어 시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자생적 예술활동을 확장시키고 있다.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기존 방송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새로운 음악들을 소개해온 밴드피플 라디오스타가 벌써 7년이 됐다.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들썩들썩 뮤지션마켓'이란 프로젝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활동하는 무명음악인들의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고 그들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공공 프로젝트이다.

또한 내년에는 라디오에 출연했던 밴드들과 음악페스티벌을 계획 중이며 청취자들과 직접 만나는 공개방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유일 인디밴드 음악전문 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음악시장을 위해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가진 음악인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훌륭한 작업물들이 조금 더 세상과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가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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