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교화 위한 출판물, 눈높이 교화 가능

원기100년을 앞둔 시점에서 본사에서는 옛 것을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12주에 걸쳐 교단의 각 분야에서 희미해진 각종 사업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는 창조적 계승의 측면과 미래 에너지로의 승화를 간절히 염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달에는 어린이 민속큰잔치, 심장병어린이돕기 자전거 국토순례, 출판문화, 불전도구 등에 대해 살펴본다.

▲ 원기99년 청소년 담당교무 연수에서 각 교구 교무들이 청소년 교화현황 및 교재 공유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서출판 단절, 곧 문화교화 자체가 없다는 말
출판문화 전략적 접근 아쉬워


청소년들의 대화를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만큼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가 다르고 시대의 문화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고어체에 가까운 〈정전〉이나 〈대종경〉, 〈정산종사법어〉 등을 신세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교무의 설명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수두룩하다.

청소년 교화 침체는 인프라 면에서 보면 출판 문화도 한 몫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소년들이 볼 때 고어체의 한문 용어와 문장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청소년의 다양한 교화 매개체가 줄어들수록 원불교에 대한 청소년 문화의식 및 교양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교무의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교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교화훈련부 청소년국 청소년 교화박람회, 경인교구 청소년교화학교 등 어린이 학생을 위한 교구·교재 등을 다양한 아이디어로 접목해 청소년 교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출판이 다방면으로 활기차게 이뤄지고 청소년 간접교화와 문화수준을 고양시키는데는 여전히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출판문화 전략적인 접근

청소년 출판물은 원기60년 〈그림 대종사〉를 시작으로 면면히 간행되어 왔다. 그러다가 원기86~91년 〈어린이 정전〉, 〈예절〉, 〈시리즈 동화〉 등 청소년 교화자료 및 출판물이 집중적으로 출간됐다. 각 교당에 청소년들 관련 서적이 기본적으로 몇 권정도 꽂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교화훈련부원장이었던 김일상 교무(현 원창학원이사장)는 "청소년 교화에 대한 교재 등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며 "청소년을 키우지 않으면 원불교 미래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청소년 교화는 교당 법회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만일 법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소년 교화는 사실상 힘들어 지기 때문에 다양한 청소년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어린이집 150여 곳에 원불교 청소년에 관련된 책 한 권이 없었다. 원불교 관련된 동화책 한 권도 없다는 것은 원불교 문화교화 자체가 없다는 말과 같다고 덧붙였다.

김 교무는 "그 당시에도 어린이집에 유무념 공부를 시켰다지만 원불교 기본적인 교재나 도서가 없다는 것은 문화교화 뿌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며 "당시 어린이 동화집 10권과 기존 동화 5권을 다시 만들면서 총 15권을 출간했다. 관심이 이어져서 지금쯤은 약 100여권의 시리즈 물이 출판됐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린이를 위한 원불교 동화가 지속적으로 출간돼 교화용으로 배포되고 다시 새로운 도서가 창작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가졌던 청소년 출판에 대한 문제의식과 마인드는 교정팀이 바뀌면서 이어지지 못했다.

지속적인 간행의 어려움

왜 청소년 출판 정책은 지속되지 못했을까. 청소년 출판과 문화교화에 대한 마인드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출판은 재정적 문제와 심의 규정으로 교정원 교화훈련부의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교정원의 청소년 교화 또는 교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고 개발돼야 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라진 것이다.

교화훈련부가 교단 행정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출판간행 업무가 뒷전으로 물러났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그 당시 교화훈련부가 주체적으로 출판에 나선 까닭은 이러한 마인드로 실제 간행을 책임질 만한 부서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교정원이 청소년 문화교화를 위한 출판간행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정책적인 공조를 위해 원불교출판사와 긴밀한 협조가 요청된다. 또한 인사이동에 의해 정책이 일관되지 못하는 현상도 되짚어봐야 한다. '인사가 바뀜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정책인사도 고려해 봄직하다.

▲ 올해 있었던 청소년 교화박람회에서 이웃종교에서 출간한 청소년 서적을 전시했다. 청소년 출판물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한 것이다.

청소년 출판물과 청소년전담제

청소년을 위한 출판물은 결국 청소년 교화를 위한 것이다. 당시 청소년 교화를 위한 출판물 간행과 더불어 청소년 전담 교무제, 청소년 교화 점프가 처음 만들어진 것도 이 때였다.

교화연구소 최정윤 교무는 "그 당시 이미 전체 청소년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청소년 교화 침체를 예견했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 전담교무제를 구상해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청소년 교화 협의회 담당교무가 곧 청소년 전담 교무다.

청소년 전담교무제 평가에 대해 그는 "준비는 했으나 정착에는 실패했다"며 "창설 취지는 각 교구별 청소년 교화에 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및 교구별 청소년 교화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함께 모여 소통하며 연구 및 대책 방안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소년 전담교무가 각 교구 업무와 일정 중심으로 전락해 본래취지와 달라져 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교구 소속이 되다보니 청소년 전담 교무제에 대한 본의보다는 교구에 교무1인 증원된 상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 교무는 "청소년 전담교무제 정착 실패와 출판물 단절은 청소년 교화를 점점 좁아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출판문화 하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청소년 교화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청소년을 교화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어졌다는 것이며, 시대변화를 따라 모바일이나 사이버 쪽으로 다양한 청소년 콘텐츠로 연결하는 데에도 여러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결국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출판문화가 없다보니 교화 도구도 적어지고 효과적인 유인책을 쓸 수 없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청소년 출판물 관심필요

청소년 출판물에 대한 관심은 곧 청소년 교화에 대한 관심과 마찬가지다. 청소년 관심거리, 문화코드, 마음과 생각 등을 읽을 줄 알아야 출판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중앙데일리 유권하 상무는 원불교미디어협의회 발족식에서 "인터넷과 미디어 발달이 계속되겠지만 인쇄물의 가치는 변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인터넷 매체와 스마트폰 발달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정보는 곧 서적(텍스트)과 지면을 통해 이뤄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이 아무리 인터넷 게임 및 스마트폰에 의지한다 할지라도 청소년 출판물에 대한 미래 가치는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일반인이 교전이나 교리서적을 통해 원불교와 인연이 된 사례가 적지 않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교무의 직접적인 교화나 인연 소개로 알게 된 경우처럼 아무 연고도 없이 교전과 법문을 통해 직접 원불교를 찾아 인연이 된 경우로 볼 때 출판물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더욱이 책을 통해 인지와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청소년들에게 출판물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청소년들에게 원불교 교리정신과 문화가 담긴 다양한 서적을 읽히게 하는 것은 그 신앙성과 원불교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청소년 교화에 있어 지금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고 일관된 정책 추진과 청소년에 대한 문화 투자가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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