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숨결 〈정전〉

법신불이 우주의 영혼이라면 사은은 몸에 해당
종교가 진리 앞에 겸허할 때 세상이 밝아져


'이름은 각각 다르나 둘이 아닌 줄을 알며.'

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신이나 근원을 공통적으로 일컬을 때 대부분은 진리라고 한다. 하나님, 법신불, 도, 자연 등이 그렇다. 원불교는 진리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는데 그 이름을 일원(一圓)이라고 부른다. 일은 하나이고 원은 진리를 뜻한다. 즉 하나의 진리다. 이렇듯 진리의 이름을 일원이라고 한 것은 모든 진리가 하나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모든 진리가 원래는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는 굳이 일원이라는 고유명사를 쓰지 않고 진리라는 보통명사를 써도 된다. 일원이 별다른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소태산은 현재의 언어로 충분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굳이 생문자로 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아가 시대가 바뀌면 그 시대에 맞는 표현으로 쓰기를 원했다.

소태산은 깨달은 후 석가의 깨달음 과정이나 호대한 법을 보고 새 법을 펼 때 불교를 바탕 삼을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의 교지도 통합 활용하였다. 자신을 드러내거나 독특함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대중이 진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진리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면 그만이었다. 혹자는 다른 종교의 교리를 짜깁기 했다고 하지만 소태산은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대중을 위한 것이라면 본의에 충실할 뿐이었다.

원불교가 진리를 풀어가는 흐름이 일목요연하면서도 깊이 있고 사실적인 것을 보면 짜깁기가 아니라 소태산이 대중에 대한 사랑이 얼마만큼이나 컸는지 알 수 있다. 그 흐름에 필요한 기존의 언어를 쓰다가 표현이 부족할 경우에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썼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진리 앞에서는 비켜 서서 스승의 범주를 넘지 못하게 하는 등 진리 인식에 방해되는 것이라면 모두 놓았다.

진리의 명칭도 일원은 법신불이라 하고, 일원 즉 사은이요 사은 즉 삼라만상(우주만물)이라 했다. 일원의 진리는 우주의 영혼이지만 그것은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은혜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그 속에 온전하게 내재해 있다. 이것은 또한 우주만물이기도 하다. 법신불이 우주의 궁극으로서 우주의 영혼이라면 사은과 삼라만상은 우주의 몸이다. 원불교에서 '법신불 사은'이라는 신앙적 명호는 우주의 영혼과 우주의 몸에 하나가 되고 마음을 드리워 그 힘을 이끌어내는 행위다.

"법신불 사은이시여!" 할 때는 우주의 기운이 감싸들고 돌 나무 등 우주만물이 응하는 기운을 기다렸다가 바라는 마음을 진리에 드리운다. 과거의 신앙적 명호보다는 근원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진리는 하나다. 깊이 알면 하나인 것을 아는데 모르니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하며 싸운다. 종교가 진리를 구속하면 세상이 어지럽고 종교가 진리 앞에 겸허해지면 세상이 밝아진다.

<성주삼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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