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쉼표 찍는 행복한 문화도량

▲ 안산교당 교도들이 경기인천교구 전무출신밴드의 연주에 맞춰 '기도'를 합창하며 30주년 기념을 자축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안산. 최근까지 헌신적인 봉사로 지역민들의 아픔을 위로하는데 정성을 다했던 안산교당이 지난 6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하루찻집을 열었다. 교당을 방문한 제종길 안산시장은 지역사회를 위해 희망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은 교도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하고 이제 극복의 계기를 만들어가는데 함께하기를 심축했다.

전명진 교무는 "지금껏 교도들의 단합이 교당의 저력으로 자리했다면, 신축봉불과 세월호 자원봉사는 공부심까지 깊게 했다"며 단원구에서 상록구 시대로 새로운 교화 터전을 열게 된 교도들의 설레임을 전했다.

교당 신축에 담겨진 교화 이야기

전 교무는 "'달봉산(達峰山)' 밑에 교당이 들어선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도인이 많이 나오리라'는 뜻이다"며 "새롭게 마련한 도량에 청정하고 맑은 기운이 가득해 100년성업 4정진운동도 힘을 타고 있다. 아침 정진기도는 물론 수시로 교당을 찾아 적공하고자 단단히 마음먹은 교도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정진이 곧 교화의 원천'임을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7일, 경기인천교구교의회에서는 올해 145명을 입교시킨 안산교당이 입교대상을 받기도 했다.

교당 건축위원장으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온 최대웅 교도부회장은 "이번 신축불사는 전 교도가 흐트러짐 없는 오롯한 마음으로 임해줬기에 가능했다"며 "새로운 법도량은 '마음의 쉼표'를 찍을 수 있고 지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도량이 되길 염원하며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연유에는 기성종교들이 종교의 본래 취지를 망각하고 성장위주로 치닫고 있음을 반성하자는 성찰로부터 출발했다"며 "이를 위해 충분한 대화를 아끼지 않았고, 벽돌 한 장 한 장 쌓는 데에도 내 일처럼 나섰다"고 신축에 담긴 사연을 전했다. 그래서인지 교당 벽면에는 교도들의 풀뿌리 서원이 담긴 '모퉁이 돌'이 하나, 둘 정갈하게 채워져 가고 있었다.

실제로 안산교당은 일반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도량으로 조성했다. '소통과 만남'이 건축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종교시설이지만 종교인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까지 고민했다. 2층에 마련된 대각전도 사회단체나 다양한 모임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1층의 카페와 식당, 문화센터도 지역민들에게 개방할 목적으로 준비했다. 또한 각 층마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어 문만 열면 산과 호흡할 수 있다. 이러한 꿈이 담겨있는 교당이기에 교도들의 자부심은 더욱 크다.

박인진 여성회장은 "교당 주변에는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전문인력들이 1000여 명이 넘게 근무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이들에게 식당을 개방하고 점심시간 100여명 규모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며 "많은 사람들이 교당을 다녀가면 자연스럽게 원불교를 알게 되고 친환경 먹거리로 그들의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공부와 봉공, 문화활동이 모두 가능한 교당 환경에 감사를 올렸다.
▲ 안산교당 교도들이 1층 카페 나무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30년 교당 역사와 함께 한 하루찻집

'하루찻집'은 안산교당의 오래 된 자랑이자 전통이다. 30년간 지속되어 온 찻집은 청년회에서 시작해 여성회가 맡은지 올해로 8년째 접어든다. 워낙 역사가 있는 행사인지라 주방부터 서빙까지 일사분란함 속에 맛깔스런 메뉴와 직접 덖은 무우효소 발효차와 핸드드립 커피까지 찻집을 방문한 손님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찻집을 처음 시작한 신명철 교도회장은 "원기70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표어를 보고 직접 교당을 찾아오게 됐다"며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당시 이운숙 교무의 지도로 불우이웃돕기 하루찻집을 시작했고 그 수익금으로 신문배달 청소년 50여명에게 점심공양과 점퍼 한 벌씩 선물했다. 이후 소록도 한센병 환자돕기까지 나서게 됐다"고 그간의 추억들을 꺼냈다. 그는 "30년간 찻집을 운영했던 청년들이 일반교도로 성장했고 각 교당의 든든한 주인들이 됐다"며 "올해에는 더 많은 교도들과 일반인들이 참석해 친교와 화합의 장으로 발전해 가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루찻집에서 거둬들인 수익금은 매년 편부모가정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전달되며,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위해 단원구와 상록구청의 안내를 받아 쌀 100포를 전하고 있다. 또한 찻집의 역사가 그대로 이어져 교당 입구에 '나무'라는 이름의 카페 공간을 마련했다. 누구든지 찾아와 그들의 그늘이 되고 교화의 열매 또한 무럭 무럭 자랄 것을 염원하며 교도들의 의견을 모아 '나무'라고 이름했다. 이어진 30주년 기념행사에는 경인교구 전무출신밴드 '우주로 뻗어나가는 밴드'와 여의도교당 '마음소' 리더인 박재완 교도의 노래공연으로 흥겨움을 더했다.
▲ 1층 대중식당에서 열린 30주년 기념 하루찻집은 성황을 이뤘다.

문화교화로 지역과의 소통 기대

6월22일, 안산교당 봉불식에서는 한영용 박사가 진행한 '헌향(獻香)의식'이 있었다. 봉불의식에 침향의 격조 높은 향기로 도량을 정화하고 법신불 일원상에 향례를 올리는 과정은 새로운 문화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안산교당은 지역 내 다양한 인적·물적 네크워크를 통해 문화가 쉼 쉬는 교당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된 문화센터 '다움'은 문화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자생적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강미애 센터장은 "아직 원불교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열린공간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박한 출발이지만 지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도가 차츰 높아질 때 자연스럽게 원불교의 참 가치를 인식하리라 믿는다"고 운영기조를 설명했다. 안산시 평생학습관에서 창작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글쓰기는 마음의 심연을 그릴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종교에서 운영한다는 부담감과 경계심을 자연스럽게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시와 수필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있음을 말했다.

다움 문화센터는 주부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인 만큼 오전,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저녁 직장인반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엄마표 독서지도, 직장인을 위한 독서포럼, 선, 힐링 Movie, 냅킨공예, 생활도예, 브런치 인문학, 북아트 자격증반, 시와 연애하기, 서예, 일본어, 생활다도, 웃음치료반이 개설되어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는 '짜투리 여행'과 '나도 여행작가'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일주일에 일반인들이 70명 이상 교당을 다녀가고 있는 것이다. 향후 문화센터에서는 마음공부와 인문학을 접목한 심학과 동학, 전통고전 철학, 문학강좌 등 다양한 글쓰기반과 마음공부방을 개설할 예정이다.

전 교무는 "교도가 행복한 교당을 만드는 것이 교화라고 생각한다"며 "봉공회·여성회·청운회·청년회할 것 없이 스스로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때 교화는 반석에 앉게 될 것이다"고 교화철학을 설명했다.

상록수처럼 푸르른 새로운 도량에서 안산교당 교도들은 30년간 이어온 올곧은 신심과 공부심으로 오늘도 문화도량의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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