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찾아봐도 세진 교무가 딱 제격이야. 영화 한편 찍을건데 주연 배우 할래?" 같은 대학원 동기이자 전직 PD출신이었던 김현국 교무가 재작년에 건넸던 말이다. 당시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영화 제목도, 시나리오도 몰랐고, 단지 앉아서 입정하는 모습 몇 컷만 찍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승낙했고 그렇게 캐스팅됐다. 일주일 단위로 때로는 시장 근처, 때로는 술집 주위에서, 때로는 눈밭에서 촬영을 했었다. 아무 대사도 없었다. 아무런 연기도 없었다. 예쁜 상대 여배우 하나 없었다. 정말 주인공은 나 하나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입정'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영화 '사마디'였다.

영화를 찍으면서 현국 교무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나에게 몇 가지 요구를 반복적으로 했었다. 첫째 아주 깊은 고뇌에 차 있는 모습으로 연출이 되어야 한다. 둘째 주인공의 심정은 바쁜 현대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참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사색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셋째 이 영화는 앞으로 독립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이니 영광이 될 것이다. 자부심을 갖자.

그러나 나는 아주 깊은 고뇌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영화제는 커녕 영화관도 잘 안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참 나의 모습을 찾는 사색하는 자'에 포커스를 두고 촬영에 임했다. 첫 장면의 배경은 북부시장이었다. 한복을 입었고 입정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방석을 준비해갔다. 북부시장 입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바로 '입정'을 했다. 주위 시선 안 쓰고 정말 '입정'만 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입정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주위 시선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얼마 안 되는 입정 시간이지만 무척 길게 느껴졌다. 처음엔 주위에 있던 닭이며 토끼며, 시장 사람들이며 전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부담감에 자연스레 눈을 감고 촬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정이 너무 잘 되었다. 처음 몇 분 정도는 주위 의식에 몸도 못 가눌 정도였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자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불편함, 어색함이란 내 '마음'속 상상이 만들어내는 환상이자 착각임을 깨닫게 되었다.

몇 일 뒤에는 대학로 술집 근처에서 입정 장면을 찍게 되었고,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축구 잔디구장이 눈밭으로 변했을 때도 찍었다.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눈 밭에 30분을 앉아 있었다. 온 몸에 냉기가 돌았지만 마지막 촬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집중했고, 그 결과 아주 훌륭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마치 설산고행으로 도를 깨친 석가모니 부처님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나와서 개인적으로 정말 흡족한 장면이 됐다.

최근에 영화 '사마디'란 제목으로 개봉이 됐다. 현국 교무가 포기하지 않고 작품이 나올 때까지 애써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었다. 덕분에 '강 배우'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몇 일 전에는 조선일보 문화란에 기재하기 위해 종교전문기자와 인터뷰도 하고 왔다. 이 계기로 원불교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교화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영화는 지난 11월 초에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상영을 했고, 원불교총부 박물관에서는 필요에 의해 상시로 상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 전국의 각 교당에서 연락이 오고 있지만 배급용DVD가 완성이 되면 보내드리겠다고 약속을 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대박(?)이 났다. 비록 수입은 하나도 없고 팬층도 생기지 않았지만 교단적 입장에서 원불교를 홍보했다는 것에서 만족했다. 또 하나는 미디어 교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언론의 위력도 알게 됐다.

영화 촬영내내 생각했다.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까. 나는 '행복'을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행복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 행복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해답의 힌트는 제목처럼 '사마디'다. 현대 시대에서 '사마디'가 주는 사마디와 행복의 관계는 무엇일까? 사마디는 삼매이다. 우리는 '입정삼매'로 마음의 자유를 찾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또한 '일상삼매 일행삼매'의 경지인 '무시선 무처선'이 생활 속에서 가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개봉된 이 '사마디'를 통해 많은 관객들이 감독이 전하려고 하는 그 의미를 잘 찾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고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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