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노조의 파업을 보고 2013년 12월 10일 고려대학교 주현우가 붙인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많은 반향을 일으키며 '안녕하지 못한'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상기시켜주었다.

2014년 한해를 돌아보면 안녕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최악의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부실한 대응이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만천하에 공표한 내용도 지키지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는 많은 사건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어렵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교수신문이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을까?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수많은 대형사고가 터지고, 자연은 훼손되어 인간들에게 큰 재앙을 안겨주었던 2014년도 며칠 후면 '지나간다'.

안녕하지 못했던 한해를 보내고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좀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그 소망이 이루어지려면 지금까지 관행처럼 해오던 것들에 변화가 필요하다. 진실을 호도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정부를 믿기 어렵고,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사람들의 마음은 각박하고 불안해져가고 있다.

일찍이 소태산대종사께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한 그 말씀이 사람의 정신이 물질문명의 노예생활을 하는 요즈음 세상에 정말 필요한 법문으로 절실하게 다가온다.

안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려면 사회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고, 우리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고쳐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제도와 조직으로 구성된 사회를 변화시키기에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으나 그 제도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임으로 변화의 출발도 그 사람이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나를 바꿔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고 밖으로 나가는 모든 에너지를 내 안으로 방향을 돌려 먼저 나를 바꿔야 한다.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사회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미 그 사회의 가치관에 물들어 있다. 세상이 변화되려면 사회구조도 변화되어야 하고 그 사회의 구성원인 나도 변화되어야 한다. 즉 내 밖의 적과도 싸워야 하고 내 안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이 사회혁명이라면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이 바로 영성혁명이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이고 종교인인 우리가 잘 하고 또 해야 할 일도 영성혁명이다.
세상이란 나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요소들이 빠짐없이 연결되어 순환하는 거대한 유기체다.
영성이란 나와 사회와 우주만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서 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영성혁명이란 세상을 떠나 깊은 산속에서 수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적 소통이 사라져버린 극단적인 경쟁사회에서 선이나 명상을 통해 피폐해진 육체와 정신을 치유하는 것이다.

영성혁명의 본령은 나의 치유를 통한 세상의 변혁에 있다. 혁명이 성공해서 전혀 새로운 사회체제를 만든다해도 사회성원들이 기존 체제의 가치관을 간직하고 있는 한 변화는 어렵다. 그래서 영성혁명이 필요하다.

우리 원불교는 이제 곧 100년을 맞이한다. 성업봉찬사업의 비전에 '민족과 세계가 직면한 시대과제에 헌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근래에 우리 교단은 시대과제에 헌신하지도 못한 채 내부의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었다.

시대과제에 헌신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실행하기에 노력해야 하겠다.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니 내가 먼저 변화하자.

영성혁명을 통해 나와 우리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밖으로는 시대과제를 해결하여 사회의 변혁까지 이루도록 온 힘을 다하는 원불교 100년을 힘차게 열어가자.

<유성교당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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