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의 불전도구 예법 정립 필요한 시점

원기100년을 앞둔 시점에서 본사에서는 3개월 동안 옛 것을 돌아보는 기획을 진행했다. 현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교단의 각 분야에서 희미해진 각종 사업들을 돌아보고 창조적 계승의 측면을 고민했다. 이는 미래 에너지로의 승화를 간절히 염원한 것이다. 이번주 불전도구를 통한 예법 정립의 필요를 끝으로 이번 기획을 마무리했다.

▲ 원불교 불전도구와 법요도구다. 경상위에 왼쪽부터 좌종, 기름촛대, 죽비, 청수기, 목탁, 요령.


각종 의식과 장엄, 집례 때 자주 접하고 사용하는 교구는 그 상징하는 의미와 기능이 다양하다. 교도들에게 진리에 대한 신앙과 수행심을 고취하고, 바른 수행의 길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수행을 중시하는 교단의 경우 교도들은 도구를 경건한 마음으로 접하고 다뤄야 한다. 공부인으로서 무엇보다 가까이 해야 한다.

기름촛대로 변화, 초기교단 사용했던 요령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할 부분은 반드시 변화되어야 한다. 변화가 되지 않으면 완고해져 결국 시대와 함께 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각종 의례 시 사용하는 교구와 도구도 쓰임새에 변화가 나타났다. 불단의 위의를 갖추는 불전도구와 법요 행사 때에 사용하는 법요도구의 의미와 변천사를 짚어보았다.

〈예전〉에 따르면 '불전도구는 향로·촉대로 하고, 금연화와 헌공합은 경우에 따라 더할 것이요, 법요도구는 경상·목탁·좌종·죽비·요령 및 청수기 등으로 할 것이요'로 밝혀 놓았다.

향은 향을 사루어 자신의 내면에 있던 탁한 기운을 맑혀 온 누리에 맑은 향기를 전하겠다는 서원의 의미가, 초에 불을 붙이는 것은 법신불사은께 귀의해 밝게 빛나는 불빛처럼 지혜를 밝히겠다는 뜻을 내포한다.

초는 시대를 따라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기존의 초를 그대로 불단에 사용하는 곳과 파라핀 액을 재료로 하는 기름촛대로 바꿔 사용하는 곳으로 나눠졌다. 초를 선호하는 이들은 "의식을 마친 후 새 초처럼 깎아서 사용이 가능하고,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초를 보면서 수행하고 정진하는 데 마음을 일으키고, 초를 깎는 것이 법회의 준비과정과 공부인으로 하나의 수행이 돼서 좋다"는 등의 이유를 전했다. 기름촛대를 사용하는 이들은 "나무 불단에 촛농을 떨어뜨리지 않아서 좋고, 타다 담은 초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서, 초를 깎지 않아 시간이 절약 돼서 좋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일반 초를 사용하다 기름촛대로 바꾸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현실이다. 간혹 "편리에 의해 초에서 기름 촛대로 바꿔 사용하는 것은 정성을 다한다는 수행인과 공부인으로서 태도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각자 놓인 환경에서 최선의 효과와 장점을 취하는 것이 옳지, 그것으로 정성을 논하기에 맞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다.

법요도구 중 요령은 최근에 사용하지 않는다. 초기 교단에서 주로 사용한 요령은 주로 천도재나 묘지에서의 입장식 때 사용했다. 무거운 좌종을 장지에 들고 가기 힘들었던 시절, 좌종대신 영가가 착심을 끊고 청정일념을 갖도록 일깨워준 도구였다.

청수기,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

청수기는 기도나 의식 행사 때에 맑고 깨끗한 물을 담는 그릇으로 물은 수행을 하는 이의 마음을 맑게 해준다는 뜻이 있다.

농경사회를 살아온 우리민족은 일찍부터 물을 신성하게 여겼다. 민간신앙에서 물은 정화수의 형태로 보편화 되었다. 첫새벽에 길은 깨끗한 물은 모든 더럽혀진 것을 씻어주고 삿됨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에 예전 어머니들이 가족의 복락을 기원할 때, 가장 먼저 정성을 다했던 일이 정화수 떠놓기였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청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교당 내 청수기 물은 정수기의 물이나 수도물로 대신했다. 첫새벽에 길어온 신성한 물의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정숙현 부산울산교구장은 "마산교당에 근무할 때는 새벽기도가 5시인데 교도들은 청수를 먼저 떠 놓으려고 4시에 교당에 오기도 했다. 원기70년 무렵이 되자 교단에 청수기를 놓는 문화가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열반하신 양혜경 교무님은 나에게 '불단에 청수기가 없으니 꽃꽂이를 할 때 청수기를 놓는 심정으로 수반을 늘 깨끗이 하고 물을 항상 깨끗이 갈아서 사용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최근 불단에 놓인 청수기를 보기가 어렵다. 대도시나 급지가 높은 교당일수록 청수기를 놓지않는 곳이 많다. 교단의 공식적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는데도 불단에 청수기를 놓지 않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지역의 교당과 교도에 따라서 불단에 청수기를 놓고 의식을 진행하거나 기도를 시행하는 교당도 여러 곳이 있다.

현재 중앙총부의 대각전이나 반백년기념관에서 시행되는 행사에는 청수기를 놓지않고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수교당 서문성 교무는 "시대에 따라 교단의 예법이 변화해가는 것이 맞지만 청수기를 놓는 문화는 사라지지 말기를 바란다"며 "대종사와 9인 제자가 시행했던 법인기도 때 향, 청수기와 촛불을 사용했기에 이 세 가지는 시대가 변해도 정성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태산대종사의 진영도 여러 번 재 지정됐다. 법락을 착용한 흑백진영에서, 컬러를 입힌 영정이 지정됐다가 원기93년 표준 진영 연구검토 안이 제안됐다.

이후 대중의 여론수렴에 의해 원기97년 12월, 현재의 흑백대종사 표준 진영이 전국 교당에 배포됐다. 대종사 표준 진영 재지정 추진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했기에 교단의 대의와 화합을 진작시키는 시범 사례가 됐다.

서마산교당 조향진 교무는 '불전도구를 주제로 한 설교집' 논문에서 "교단의 교리와 교법에 근거하여 타당성이 있고 실행의 근거가 되는 정체성 있는 의례와 그 인식의 체계가 확립되어야 한다"며 "불전도구의 활용 및 사용의 구조화된 예법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구별로 시행되는 신입교도 훈련의 경우, 불전도구의 사용법에 관해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구가 사용되어진 유래와 상징하는 의미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면 신앙·수행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교단 내 불전도구는 대체로 불교와 연관이 깊었다. 생활불교를 지향하는 교단의 특징이 있다 해도 교도들의 신앙심과 공부심을 더해주는 불전·법요도구에 대한 교단만의 입장과 해석, 의미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천도교의 경우 기도식을 갖기 전 행하는 청수봉안의 의미가 정착됐고, 구체적인 내용 또한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100주년에 다시 찾아야 할 것, 기도 부활과 재가 출가 구분 없는 신앙수행 문화

100년을 앞두고 다시 찾아야 할 문화가 있다. 초기교단 교당과 가정 곳곳에서 시행됐던 기도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교당에서 새벽마다 시행되던 기도에 전 교도가 참석해 기운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는 일부 교도만 시행하는 기도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구조가 변해 참석인원이 줄어드는 것도 맞지만, 교단 전체적으로 기도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피할 수 없는 물질사회에 자신을 살피고 되돌아보는 기도는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구하고 바라는 축원기도 보다 낙원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스스로 수행하고 정진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이밖에도 대종사 당대처럼 재가와 출가교도의 구분 없던 신앙·수행의 문화도 살아나야한다. 기도나 의식, 교당과 기관의 운영에도 재가 출가교도를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 구성원 각자가 교당과 교단 일이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재가 출가교도는 서로의 입장을 구분하고 인정해야 한다. 또 서로를 귀하게 알고 존경해야 한다. 대종사 교법을 실천하고 사회화하는 같은 입장의 공부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원불교 100년을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온 지금, 무엇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지, 잃어버리고 가는 신앙 수행의 문화는 없는지, 차분하게 점검할 때다.

올바르게 사용하는 불전도구, 신앙·수행의 질 높여
불전도구와 법요도구 의미 살려야 정진심 깊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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