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성리를 말로는 다 할 수 없다고 하나 또한 말로도 여실히 나타낼 수 있어야 하나니, 여러 사람 가운데 증득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의 묻는 말에 대답하여 보라. 만법귀일이라 하였으니 그 하나로 돌아가는 내역을 말하여 보고 일귀하처오 하였으니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를 말하여 보라" 대중이 차례로 대답을 올리돼 인가하지 아니하시는지라, 한 제자 일어나 절하고 여쭙기를 "대종사께서 다시 한 번 저에게 물어 주옵소서" 대종사 다시 그대로 물으시니, 그 제자 말하기를 "만법이 본래 완연(完然)하여 애당초에 돌아간 바가 없거늘 하나인들 어디로 돌려보낼 필요가 있겠나이까" 대종사 웃으시며 또한 말씀이 없으시니라.

교단초창기에 대종사께서 여래선도리, 조사선도리에 이어 마지막으로 능히 말로 표현하는 의리선도리로 많이 물었던 성리가 '만법귀일 일귀하처오'다. 눈에 보이는 만유와 만법의 근원을 알도록 했고, 이제 그 근원에서 다시 만유와 만법이 생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변하는 진리 가운데 변치 않는 진리가 있고 변치 않는 가운데 변하는 진리가 있음을 알아, 어느 한편에 떨어지지 않으며 유무를 초월해서 능히 있기도 하고 능히 없기도 하는 생생약동한 진리를 체 잡게 했다.

우리가 만법귀일만 알면 불생불멸하는 이치를 알게 되므로 생로병사에 해탈을 하게 되며, 영생의 표준이 생기게 되지만 고요하고 정한 것으로 치우치기가 쉽다. 그러나 귀일한 진공체성에서 영지하나가 매하지 않아 경계를 당해 요란함도 어리석음도 그름도 없는 묘유를 나툴때 지공무사한 행으로 이어져 정행으로 복을 짓고 악을 범하지 않는 인과를 짓게 된다. 그래서 성리의 마지막 단계가 묘유가 되어 불괴 불매 불염의 인과의 세계를 시작하게 된다. 만유와 만법은 진공한 체성을 여의지 않고 유무순환을 하고 있으며 진공한 체성은 소소영령한 영지를 여의지 않으므로 다시 만유와 만법의 세계를 건설하여 무량한 세계를 전개하고 있다. 만법귀일이니 일귀만법은 모두가 강연히 표현한 말에 불과하다. 청정하고 언어도단한 진공묘유의 세계에 어찌 돌아간다는 말이 있기나 하는 것인가.

한 교도가 물어왔다. '전생 기억은 어디에 저장이 되나요' 우리의 식은 안·이·비·설·신·의 육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정신은 7식이며 8식은 청정한 진공상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범부는 이 육식만 발하여 쓰는 것이라고 정산종사는 밝혔다. 사람인 이상 모두 정신을 갖고 사는데 현생기억은 해도 전생기억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천재가 일생 사용하는 뇌사용량이 겨우 3%라는 얘기는 우리가 얼마나 정신을 온전히 회복하여 활용하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실례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대종사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의 분발심으로 무한한 정신자원을 회복하는 공부에 더욱 적공하리라 다짐을 해본다.

<기흥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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