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북한 소재로 다룬 영화 '인터뷰'의 한 장면.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픽쳐스사 해킹사건의 주범으로 북한이 의심받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 정부기관 및 주요인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새해를 맞아 본지에서는 원기100년의 의두로 '남북평화 통일'의 아젠다를 선정했다. 급변하는 북한체제와 동북아 정세 등이 예측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분단된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며 거시적인 맥락에서 남북평화 통일을 조명해 봤다. 1주는 원기100년의 의두, 남북평화 통일, 2주는 현재 북한 변화와 국제 조류 분석, 3주는 통일관련 단체, 교단의 준비는, 4주는 통일 좌담회를 연재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본지에는 '통일 톡톡'을 신설해 남북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연재, 통일의 불씨를 살려낼 생각이다.(편집자)

원기100년을 맞이하는 교단의 신정절 기념식에 북한은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강수린 위원장 축전을 통해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북남 불교도사이의 연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내용의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통일을 염원하는 교단의 입장에서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박 대통령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화해 및 통일기반 구축'을 밝히는 등 을미년 새해를 맞이해 교단 안팎으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 크게 바뀌고 있는 북한의 정치·경제적 변화와 주변국 정세를 살펴봤다.

'백두혈통'의 득세와 북한 정치 변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여 간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오갔지만 2013년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더욱 악화됐다.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위기에 몰린 김정은 제1위원장 등 친위그룹이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대남 강경책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데일리한국〉은 그런 북한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항일빨치산' 출신 자손인 '백두혈통'의 부상이라고 전했다. 김일성과 함께 항일 활동을 한 인물이 중심이 된 '백두혈통'의 후손들이 장성택 처형 이후 움추렸다가 다시 당과 군에서 득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룡해 노동당 비서다. 최 비서는 대표적인 '장성택 사람'으로 장성택 처형 이후 제거 대상 1순위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잠시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지난해 중순부터 권력 중심에 들어섰다. 최룡해은 김일성과 함께 항일빨치산 활동을 한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그밖에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제1위원장과 동행이 잦은 오일정 노동당 부장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고, 오금철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의 아들이다. 오진우ㆍ오백룡 역시 항일빨치산 출신이다.

미국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체제에서 백두혈통 세력이 장성택 사후 점차 부활하면서 최근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 징표들은 김정은 체제에서 수행하는 대내 경제정책과 대남·대미 관계 등에서 장성택이 추진해온 것들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당과 군의 백두혈통 인사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의식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내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장성택 정책'을 상당 부분 원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백두혈통'의 부상과 이에 따른 대남정책의 변화는 평소 장성택이 "결국 북조선이 믿을 건 남조선 밖에 없다"는 지론을 펼치고 정책을 진행한 것처럼 앞으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특구 , 북한 경제 마지막 희망

장성택 사후 북한의 또 하나의 큰 변화는 경제다. 〈데일리한국〉이 전하는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내 가장 큰 불만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경제가 엉망이 되었다'라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강경세력의 영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은 체제는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역점사업으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를 발표했다. 하지만 2010년 중국과 공동개발 계획을 내놓은 이후 4년 동안 단 한 건의 투자도 유치하지 못한 채 지금까지 텅 비어 있다.

〈서울경제〉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5개 중앙급 경제특구 및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대부분 '빈사'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 당국은 각종 특구 및 개발구에 해외 306개 기업이 총 14억3,700만달러의 투자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4억달러가량의 투자만 성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최근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이 진행 중인 나진-하산 지역에 밀집됐거나 이미 경제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나온 자금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발전에 김정은 체제의 사활이 걸린 만큼 올해도 이 부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은 높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합영투자위원회·국가경제개발위원회·무역성을 통폐합해 외자 유치 주무부처인 '대외경제성'을 신설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특구 및 개발구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를 원하고 있는 만큼 남한 정부와 민간이 해당 지역 중 유망한 곳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남북경협의 요충지'로 삼을 것을 조언한다.

요동치는 국제정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김정은이 직접 육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의 자신감과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현실적인 고민은 두 가지다. 첫째는 외교적 궁지 상황이며, 둘째는 불안해진 경제 사정이다.

북한은 기대했던 북·러 관계가 국제유가 하락, 루블화 폭락 등으로 의지했던 러시아가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선택할 곳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이후 급격히 불편해진 북·중, 더디기만 한 북·미, 북·일 관계 개선으로 남한에 시선을 줘야 할 형편이 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미국 등 대외 관계 확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도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일 소니픽처스 해킹과 관련해 북한 정부기관과 주요 인사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최근 3년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육성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밝혔다.

한편 북한이 1일 각국에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보도하며 예년과 달리 중국을 러시아보다 후순위로 호명한 것에도 북·중의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새해에 즈음해 여러나라 당 및 국가수반들과 각계 인사들이 연하장을 보내왔다"며 러시아 대통령, 중국 국가 주석,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순으로 각 국가수반의 이름 언급 없이 직책만 밝혔다.

하지만 올해 북한의 연하장 보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호명 순서가 바뀐 것은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더욱 소원해진 북중 관계와 반대로 최근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러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와 같이 북한은 날이 갈수록 정치·경제·국제적으로 불안해지고 있다. 정부적 차원의 접근도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교단적 차원 즉 '남북 불교도' 차원으로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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