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0년 새해를 맞아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의 연하장과 엽서를 썼다. 새해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아이들이 인생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바라는 부모 마음이다. 그 마음에서 1월1일 저녁에 아이들과 연하장을 함께 써보는 계획을 세웠다. 낮에 연하장과 엽서를 미리 사다놓으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자기들은 안 쓸 거라고 일단 으름장을 놓았다. 저녁밥을 먹고 난 후, 일단 거실에서 오목도 하고, 바둑도 하고, 고무공 던지기도 하면서 놀았다.

그리고 연하장을 써보게 가져와라 했더니 역시 아이들은 쓸 사람이 없어서 안 쓴다. 왜 갑작스레 안하던 것을 하냐고 따진다. 그냥 뉴스나 보겠단다. 나의 새해 첫 계획이 무너질 것 같았다. 나는 누구에게 연하장을 쓸까 생각하다가, 바로 내 눈 앞에 텔레비전으로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그래, 맞다. 눈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쓰자' 먼저 큰아들에게 썼다. 작은아이에게 형 엽서를 크게 읽어보라고 했다. 작은아이는 형 엽서를 신나게 읽고 이어서 써준 자기 엽서도 즐겁게 읽었다. 이 분위기를 살려서, '형아야! 동생에게도 한마디!' 엽서를 내밀자. 형도, '넵, 동생에게 할 얘기가 있죠' 기꺼이 엽서를 썼다. 결국 엄마 아빠에게도 엽서를 써주었다. 우리 부부도 서로에게 엽서를 썼다. 새해 첫 나의 계획인 연하장 쓰기가 즐거운 놀이시간이 되었다.

만약 연하장, 엽서를 일방적으로 누군가에게 쓰라고 했으면 반발하고 결국 안 쓰거나 대충 흉내만 내고 말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엽서로 사랑을 전하니 아이들도 기꺼이 동참이 된 것이다. 마음공부, 교당법회출석, 일기공부, 학교공부 그 어느 것 하나도 결국 가장 빠른 길은 부모인 내가 먼저 즐겨 실행하는 모습일 것이다. 마음공부도 신나는 놀이처럼 즐겨할 수 있다.

일상수행의 요법 8조인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자'에서 '잘 가르치는'의 뜻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먼저 즐겨 실행하는 것이다. '돌리자'는 한번 돌려서 끝나는 고정불변, 완료형이 아니다. 〈대종경〉 수행품 1장에서 밝혀주신 대로 대체로는 하루에 한 번이고, 세밀히는 잘 가르쳐야 하는 일을 당할 때마다 이다. 이때 잘 안돌려지는 그 상황, 그 사람, 그 사건을 탓하지 않고, '처음' 대하는 마음으로 돌리는 공부만 하여가는 것이다.

'시비 이해의 일로써 운전해 가는(삼학 사리연구의 요지 중에서)' 이 세상에서 마음공부로 신나게 응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먼저 물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나가세요? 어떻게 그렇게 즐겁게 세상 일을 해나가세요? 마음공부는 말로 전하고 글로도 가르치지만 결국 몸소 실행하여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른 교화대불공이고 겸하여 자신성업봉찬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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