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힘 키우는 것"

'대안문화의 창조자'가 진정한 개벽의 일꾼
자신에 대한 탐색의 시간 통해 '자기 치유'
자기주도적 학습 통해 주체적 능력 키워

충남 금산 진악산 자락에 대안적인 교육과 문화를 실천하고자 설립된 마을학교, 금산 간디학교다.
이곳에서 '대안적인 교육과 문화'를 생각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그 뜻을 실천하고 있는 태원영 교장(48·금산교당). 금산교당에서 만난 그는 며칠간의 연수일정을 막 마친 후였다.

"원기82년일 겁니다. 간디학교 교사훈련과정 6개월 마치고 영산성지고에 연수를 갔습니다. 그곳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보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교사들이 양계사업을 하면서 학교를 운영해오고 있었는데, 그 어려움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뭘까 생각했어요. 그 힘은 바로 원불교임을 알았습니다."

당시 20대 후반 혈기왕성한 교사였던 그는 주저함 없이 〈원불교 전서〉를 구해 읽었다. 대안학교 교사로서의 서원을 다졌고, 교도로서의 신앙의 길을 걷는 출발이 그렇게 시작됐다.

"저희 학교는 학생 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합니다. 물질의 개벽이 극에 달하는 시대에 진정한 개벽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를 '대안문화의 창조자'라고 설명했다.

"학교는 따뜻한 가정의 연장이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은 진실한 마음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신체, 정서, 인격, 지혜가 골고루 발달할 수 있는 실제적인 교육과정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고민합니다."

그가 말하는 '대안문화의 창조자'는 곧 이 시대 진정한 개벽의 일꾼으로, 이를 위한 간디학교의 교육철학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무엇보다 소유와 지위를 추구하는 경쟁적이며 서열화된 교육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념에 흔들림이 없다. 이는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방식에서도 그 의지를 읽어낼 수 있다.

"수업선택은 대학처럼 개설교과가 제시되고 학생은 교육과정 규정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과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수업은 다양한 교재를 활용해 이뤄지고, 학생 자신이 개인 개설교과를 개설하고 평가를 거쳐 수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의 실천인 것이다.

또 기초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인생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갖추도록 한다. 작업장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대헤 고민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의 시간이다. 이는 곧 '자기 치유'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이 이 점에 있다. "학생들은 세상을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자기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단순히 세상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닌, 세상을 바꾸고 개선하는 나로의 탐색,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힘을 길러가는 과정이지요."

'자기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힘'은 졸업 후 진로선택이나 사회생활에서, 현실적인 아픔에 맞서 당당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그 힘이 발휘된다. 자기성찰의 연습을 통해 자기치유능력 뿐 아니라 대인관계 등 친화력 개발에도 일정 몫을 담당해 가는 것이다.

그러나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신념의 길을 걷는 이들의 고난은 만만치 않을 터. 비인가 대안학교 교장으로서 그가 감내해야하는 어려움 또한 그 무게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자생적으로 실험교육을 해온 적극적 대안학교들의 성공사례들이 공교육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산소탱크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기본권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식비조차 정부에서 전혀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저하게 자력으로 운영해가고 있는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구조를 구축하는 일도 그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인터뷰 내내 옆자리를 지키며 경청한 금산교당 김명정 교무가 조심스레 마음을 보탰다. "태 교도는 자기 방황과 성찰 속에서 여러 경계들을 대면하고 이를 신앙 수행으로 극복하면서 법신불 진리 자리를 깨친 것 같다. 사은의 길을 성실하게 수행하겠다는 가치관이 확실히 섰다"고 그의 면면을 전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해야 합니다. 대안 교육을 지향하는 저희들 또한 함께 공존했으면 좋겠습니다. 열려있는 관점에서 지지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원기100년의 새아침, 금산간디학교가 교육의 대안과, 나아가 지역사회에 대한 대안 공동체의 구심체가 되기를 그는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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