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진각종의 제도화 과정

대한불교 진각종의 교리, 의례, 조직 형성의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논문이 발표돼 시선을 모았다. 허남진 인천대학교 교수는 '대한불교진각종의 제도화 과정'의 논문을 통해 독특한 새 불교운동을 전개하면서 불교교단과 대별되는 성장의 모습을 조명했다.

진각종은 비로자나불과 육자진언 수행을 바탕으로 삼밀수행을 중심으로 교리를 체계화 했다고 언급한 그는 "육자진언염송과 참회를 기본으로 한 진각종 초기에는 복잡한 교리체계 및 종법체계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창종 이후 종단의 규모가 커지고, 법난(진기8년, 1954년)을 거치면서 종단의 체제정비와 교리체계 정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종파불교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종단의 교리체계와 수행체계의 정립이 필요했고 다른 종단과의 차별적인 종파적 특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진각종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바로 밀교적 노선의 표방이다.

그는 "회당 손규상의 종교적 체험으로 시작된 새 불교운동은 참회원 시기에는 참회로써, 심인불교 시기에는 심인으로써, 진각종 시기에는 진각으로써 교학을 중층적으로 심화시켰다"며 "하지만 교명개칭에도 불구하고 수행방편은 육자진언(六字眞言)이 중심이 되고 있다. 법난 중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진각, 진각님, 불교권위자 등에 대한 해석의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진각종으로 교리와 교단의 명칭을 통일한 후 그 중 '진각님'을 불교의 보편적인 교리에 입각해 '비로자나불'로 개칭하면서 종단 교리체계를 정리했다고 밝힌 그는 "참회, 심인, 진각으로 전개되어 온 진각종의 교화이념이 밀교의 교리와 가장 부합되기 때문에 밀교의 교리를 교법체계의 중심에 뒀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진각종은 신행의 중심 대상이었던 육자진언과 밀교의 법신 비로자나불(대일여래)을 근본으로 하는 교리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진각종은 경전을 번역해 교법의 보편성을 확보하려고 했고, 경전의 편찬을 통해 육자진언과 밀교의 비로자나불을 근본으로 하는 교리체계를 갖추게 됐다"며 "경전과 교리에 관한 문헌들을 출판하면서 교리와 수행체계를 명확히 체계화시켜 왔다"고 분석했다.

진각종의 제도화 과정에서 발견되는 특징으로 그는 "무등상불 신앙, 경전의 한글화, 의례의 간소화, 재가불교 등은 기존 전통불교에 비해 매우 개혁적인 측면이다"라고 밝히며 "이러한 특징은 진각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불교적 모델을 제시한 백용성의 대각교와 소태산의 원불교와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행방법과 교육제도의 혁신, 역경, 저술, 의식, 교단행정 등에 대한 현대화와 대중화를 제시했다는 점은 손규상이 진각종을 창종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며 "무등상불 신앙과 재가불교, 수행방식 그리고 대각교의 개교와 개종의 문제 등은 진각종이 독자적인 방식의 제도화이기 보다는 어느 정도 상호관계 속에서 제도화를 진행했고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조직의 제도화에 대해 그는 "진각종의 조직체계는 기본적으로 '심인'을 중심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심인'을 밝히는 것을 신행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신교도는 '심인보살'로서 종단의 가장 기본의 단계로 정했다. 심인당의 단위를 '심회(心會)', 일정지역의 심회가 모인 조직을 '인회(印會)'라고 했고, 인회의 대표들의 조직을 '총인회(總印會)'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968년 종의회에서 심의 결의된 종헌은 종단의 최고지도자로서 총인, 행정책임자로서 통리원장, 의결기관으로 종의회, 사감기관으로서 사감원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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