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사 선원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누가 이 가운데 허공 법계를 완전히 자기 소유로 이전 증명 낸 사람이 있느냐" 대중이 묵연하여 답이 없는지라, 대종사 다시 말씀하시기를 "삼세의 모든 불보살들은 형상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허공 법계를 다 자기 소유로 내는 데에 공을 들였으므로 형상 있는 천지 만물도 자기의 소유로 수용하나, 범부와 중생들은 형상있는 것만을 자기 소유로 내려고 탐착하므로 그것이 영구히 제 소유가 되지도 못할뿐 아니라 아까운 세월만 허송하고 마나니, 이 어찌 허망한 일이 아니리요. 그러므로 그대들은 형상 있는 물건만 소유하려고 허덕이지 말고 형상 없는 허공 법계를 소유하는 데에 더욱 공을 들이라."

교도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76년을 함께한 노부부의 다큐영화이다. 너무나 단순한 영화인데 자연속에 인생의 실상을 보여주는 모습이 담담하게 마음을 적셨다. 동시에 생사의 이치란 너무나 무정한 것임을 느껴보았고 유정한 분별심으로 무상한 이치를 헤아려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자각을 주었다. 또한 생사대사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가족의 이별이라는 현실을 가져올때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것은 오직 분별주착이 없는 청정일념뿐임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범부의 눈으로 볼때 허공은 아무것도 없기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끌리는 식욕, 안일욕, 재색명리의 오욕이야말로 크게 보이고 차지하고 싶은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일생을 그것을 쫓다보면 남는것은 늙고 병들어가는 유한한 모습이다. 그러니 부처님 눈으로 볼때 마음허공을 모르고 형상있는 것만을 쫓는 하루살이 같은 모습이 얼마나 안타깝게 보였겠는가, 이러한 안목조차 주세불의 교법으로 영생과 인과를 배워서 생긴것이지 몰랐다면 우리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형상없는 허공법계를 자기소유로 내면 형상있는 천지만물도 자기소유로 수용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이다.

허공법계란 고도 없고 낙도 없고 생사도 없고 죄복도 없고 남녀도 없는 생명의 근원세계요, 형상없는 가운데 질서정연한 공적영지의 성품세계이다. 대종사께서는 이십여년의 구도 끝에 이 허공법계를 내것 삼았고 염불법에서 '우리의 자성은 원래 청정하여 죄복이 돈공하고 고뇌가 영멸'한 자리임을 밝혀 주었다. 또한 소소영령하여 매하지 않는 영지가 자심불임을 천명하여 쉽게 그 자리를 더우잡게 해주었다. 그러므로 대자리인 공적영지를 알고 계합이 된다면 형상있는 천지만물의 소자리와 유무자리는 영의 부리는 바가 되므로 형상있는 천지만물이 아무리 크다한들 장중에 한 구슬밖에 안되는 것이다.

형상있는 것만을 탐착하는것은 천년을 산다해도 허송세월일 뿐이요, 허공법계를 소유하는 길은 망념일심의 세계에서 번뇌를 여읜 천진일심의 세계로 귀의하는 것이므로 누구에게나 본래 갖춰진 자성극락의 무궁한 시작이다.

<기흥교당>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