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그래법', 과연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

▲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
지난해 12월29일, 정부는 일명 '장그래법'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저임금, 고용불안 속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라 밝혔지만 발표 직후 살리는 대책이 아닌 비정규직을 두 번 죽이는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으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종합대책.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최근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이 쟁점이 되고 있다. 그 내용 중에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점과 55세 이상의 파견노동자 업종을 확대 하겠다는 점이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이 많고 차별도 심하다. 정규직화를 늘리고 차별의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현재 정부대책으로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사회양극화의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정부가 내세운 고용기간 연장방안은 현재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이 2009년 고용노동부 국장으로 있을 때 이미 실패한 내용이다. 재탕 대안을 내세운 것이다. 최초 지역단계에서부터 어떻게 정규직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예전에 이미 실패했거나 비정규직을 줄이기 어려운 이런 정책대안이 나와서 모두의 우려가 크다.

-정부쪽에서는 이번 발표한 종합대책안이 확정안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 3월까지 노사정위원회에서 협의하게 되어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재계에서는 재계대로 반발하고 있어서 협의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많아 보인다.

정부는 사용자편이 아니라 노동자편에 서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내놓는 게 마땅하다.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져서 있는 상황에서 왼쪽으로 키를 많이 꺾어야 균형이 유지 될텐데 그런 점에서 이번대책은 요란했지만 실망스런 대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영계의 주장을 반영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영계 역시 불만이 있다고 한다.

맞다. 사실은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관련해 양대원칙을 이미 제시한바 있다. 비정규직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사용사유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화였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년이상 비정규직 기간 제한방식으로 간 것인데, 이미 나왔던 비정규직 처우대책에서 기간을 오히려 연장한다는 것은 사용자들의 편익을 극대화시키는 개선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사용자 단체들은 노동시장 양극화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바라보고 있다. 노동계가 십수년에 걸쳐서 주장해 온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자는 개선대책이 완전 빠져있다. 결국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차별이 심화되는 것은 기업 경쟁력도 약화시켜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정규직을 늘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율은 현재 얼마나 되나.

고용노동부가 얘기한 바로는 2년이상 근속기인 경우 40% 내외다. OECD에서 파악한 바로는 20% 내외로 회원국 중 꼴찌다.

2년, 4년기간 후에 정규직화로 전환하는 방식보다는 최초 취업단계에서 상시 지속근무자의 경우 정규직 채용을 일반원칙으로 한다는 설계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정규직을 늘리는 경우는 난망하다. 비정규직의 노조조직율은 2% 내외이다. 강력한 입구규제방식의 비정규직 처우대선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돼야 하지만 기간연장이나 파견업종 확대를 핵심대책으로 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하면 어려워 보인다. 이전 정부보다도 비정규직 문제가 더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통계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었다.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고, 차별해소도 정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난국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노사정 협의과정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재고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이지 고용기간 연장이 아니다. 이번 설문에서도 허점들이 많이 발견됐다. 정부는 설문문항을 낱낱이 공개하고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실질적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 고용노동부에서 표로 정리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

-기업이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굉장히 많지만 엄정하게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초단기 계약이 되거나 풍선효과로 불리는 더 나쁜 간접고용으로 돌리기 일쑤다. 그점을 피하자고 기간 연장이라는 편법을 제시한 셈인데 오히려 악화될 뿐이다.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런 안일한 대책은 불법 파견과 같은 나쁜 일자리 양성화의 계기로 사용자들은 받아들인다. 정부의 기대와 정반대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원칙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이 확실하지 않고 지지부진하다면 기업 측에서는 차라리 정규직보다는 숙련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파견허용 업종 확대도 문제가 되고 있나.

4년으로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대부분 비정규직 채용으로 갈 것이다. 지금도 기간제는 대부분은 30, 40대가 많다. 중고령때까지 비정규직 탈피가 어렵고, 노년에는 파견 노동자가 돼 평생 정규직이 되기 어려워진다. 고령 노동자들이 일자리 얻기가 어려운 점의 대책으로 55세 이상 고령근로자 파견허용 업종 확대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1998년 파견법 도입이었다. 파견 제도 자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었는데 파견 업종을 대폭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령대를 제한하긴 했지만 중고령 파견 노동이 일반화 된다면 가장 나쁜 일자리에서 노동시장을 마감하게 된다. 결국은 전체 노동시장에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리는 결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 임으로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대책과 대안, 앞으로 어떤 것들이 나오길 희망하는가.

이번에 발표된 통합대책에는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위험 업무를 다루는 업무는 기간제 파견을 하지 않고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나왔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다. 위험 업무로만 직접 고용을 제한하지 말고 전체 상시 지속근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시절 공공부분과 관련해서 상시 지속근무자를 올해 모두 정규직화 하겠다는 파격적인 공략을 제시한 바 있다.

내세웠던 공략을 토대로 문제인식을 확대하고, 민간부분까지 상시 지속근무자를 최초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자료 제공 / 원음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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